‘부암동’의 성과, 단 한편으로 세운 tvN 수목드라마 자리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첫 회 2.9%(닐슨 코리아)로 시작해서 마지막회 6.3%로 유종의 미를 장식한 것. 사실 ‘수목드라마’라는 편성시간대가 지상파에는 일종의 ‘자존심’이 걸린 시간대라는 걸 떠올려보면 이런 성과는 놀랍다. tvN은 이 한 편으로 새롭게 들어간 수목드라마라는 자리를 공고히 세워놓을 수 있게 됐다.

물론 <부암동 복수자들>에 남는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초반에 깔아놨던 복수를 꿈꾸는 이들의 면면에 깔린 정서가 꽤 진중한 사회적 함의를 갖고 있었던 걸 떠올려보면 말미에 이뤄진 그 복수가 과연 그런 의미들까지 담보해낼 만큼 현실감을 주었는가는 의문이다. 다소 판타지적이고 허구적인 방식으로 결말 지은 느낌은 이 작품의 시작점에 가졌던 기대감을 떠올려보면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그 복수를 꿈꾸는 인물들 즉 재벌가의 딸 정혜(이요원), 대학교수의 아내 미숙(명세빈) 그리고 재래시장 생선장수인 도희(라미란)에 대한 시청자들의 정서적 지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불륜과 폭력과 갑질이라는 사회적 공분의 요인을 고스란히 겪고 있는 이들 캐릭터들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했기 때문에 다소 판타지적이라고 해도 그들이 해낸 복수에 기꺼이 호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부암동 복수자들>은 tvN으로서는 중요한 일을 해낸 작품으로 기록되게 됐다. 새로운 시간대를 만들어낸다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지만, <부암동 복수자들>은 tvN이 공격적으로 편성한 수목이라는 시간대를 제대로 만들어냈다. 시청자들은 언젠가부터 이 시간을 기다려 <부암동 복수자들>을 챙겨봤으니 말이다.



이제 세워진 자리에 우리에게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연타석 홈런으로 기억되는 신원호 PD의 신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들어오게 됐다. 감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질 전망이다. 사회를 오히려 반추할 수 있는 감옥이라는 공간 속에서 코미디적인 요소와 함께 전해질 어떤 페이소스가 벌써부터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신원호 PD답게 박해수라는 다소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은 배우가 주인공 자리에 앉았다. 물론 <무신>, <육룡이 나르샤>, <푸른 바다의 전설> 같은 드라마에 나온 바 있고 <소수의견>이나 <해적>, <마스터> 같은 영화에도 출연했던 배우지만 액션 정도만 기억날 뿐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던 박해수가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부암동 복수자들>이 성공적으로 세워놓은 tvN 수목의 자리를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보다 공고하게 이어갈 수 있을까. 작품의 성패만큼 tvN으로서는 관심이 집중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신원호 PD의 신작이라는 그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겨지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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