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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예능은 왜 타인의 삶 엿보기를 포기하지 못할까
기사입력 :[ 2017-11-21 13:36 ]


타인의 삶은 어쩌다 오늘날 예능의 주인공이 되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올해도 ‘타인의 삶’은 예능의 핵심 키워드다. 관련한 대표 프로그램인 JTBC <한끼줍쇼>는 기본 5%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파업 여파로 <라디오스타>가 쉬고 있는 사이엔 수요예능의 왕좌를 차지하기도 했다. 가족 간의 따뜻한 정, 시민들 사이에서 전혀 위화감 없이 웃음을 만드는 이경규와 강호동 두 MC의 찰진 친화력과 함께 소박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재미요소로 부각되었다.

사실 타인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이 주류 장르로 떠오른 지 몇 년째 됐다. 간단히 줄지어 봐도 터줏대감인 MBC <나혼자 산다>부터 <미우새>, <동상이몽 시즌2>를 비롯한 SBS의 예능들, 채널A의 <아빠본색>,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 tvN <신혼일기> 시리즈가 있다. 이런 흐름은 최근에도 이어져서 싱글 여성 연예인들의 삶을 관찰하는 MBN <비행소녀>도 얼마 전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나 유투버 스타들의 일상 라이프까지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통해 전파를 탄다.



이와 같은 일상 관찰형 예능은 지금까지 두 가지 큰 축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한 가지는 별 다르지 않다는 위로다. 원룸에서 소박하게 집순이로 살아가는 모습이나 편한 옷차림으로 PC방에서 인스턴트 음식 놓고 게임에 열중하는 <비행소녀>의 출연자들을 보면 말도 못 걸 정도로 저 멀리 있을 법한 여배우들이 왠지 모르게 가깝게 느껴진다. 이런 동질감은 위로와 친밀감을 만들어낸다.

그런가하면 ‘잘 사는’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는 데서 오는 재미가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한다. 추자현·우효광 커플의 집이나 <한끼줍쇼>처럼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구경하면서 부러움을 소비하는 것이다. 타인의 삶을 바라보면서 별다르지 않다는 위안을 얻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으로 재미를 충족하는 양가적인 감정이다.



그런데 최근 일상성을 콘텐츠화 하는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 한 해 다른 지상파 채널 예능국과 달리 성장가도를 달려온 SBS는 <싱글와이프>에서 볼 수 있듯 타인의 삶을 ‘가족예능’이란 이름으로 담아낸다. 무엇보다 올 여름 히트 상품이었던 여행 예능과의 결합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JTBC <효리네 민박>의 경우 일상의 공간인 집을 여행자들의 숙소로 바꿔버리는 설정을 통해 라이프스타일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무대로 만들어냈다. tvN <윤식당>과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여행예능에 일상성을 부여하거나 일상적인 장소는 그대로 두고 바라보는 주체와 시선을 아예 180도로 돌리면서 색다르게 접근한다. 이를 통해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깊이에 변화를 주고 있다.

더 나아가 SBS <내 방 안내서>에서는 타인의 삶을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시도까지 펼치는 중이다. 시청자들은 박신양과 박나래 등이 여행지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통해 부러움과 일상의 공감대란 양가적인 감정을 동시에 공략하고, 한국에서 머무는 외국 셀럽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까지 담으려고 한다. 한정된 공간 안에 너무 많은 주제들을 몰아넣었다는 점이 부작용을 낳고 있지만 시도와 의미는 충분히 이해가능하고 훌륭했다.



이처럼 예능의 굳건한 주류로 자리 잡은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은 기본적인 일상 관찰부터 여행 예능, 가족 예능 등과 결합해보는 새로운 실험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타인의 삶은 왜 오늘날 예능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되었을까? 이것은 결국 불안의 정서와 맞물린다. 지금 내가 제대로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확인과 비슷한 처지의 동반자가 건네는 위로에 대한 갈구인 동시에 욜로와 같은 지금과는 다른 대안이 분명 존재하길 바라는 심리다.

따라서 위로와 흥미를 동시에 일으키고, 자신의 삶에 반영할 수도 있는 타인의 삶을 다루는 예능은 끊임없이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지켜보는 SNS 시대에 가장 걸맞은 대중문화 콘텐츠이자, 현대사회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구경거리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타인의 삶이 앞으로도 꽤 오래 우리 곁에서 예능의 주인으로 남게 될 이유이며, 정서적으로 접근하는 예능이 대세를 이루게 된 원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SBS,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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