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법정’·‘변혁의 사랑’...요즘 드라마들 돈키호테가 대세?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 법정에 들어오는 마녀 마이듬(정려원)의 모습은 자못 만화적이다. 위풍당당하게 들어와 상황을 반전시킬 증거를 내놓는다. 그럴 때 여지없이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이런 장면을 우리는 이미 익숙하게 본 바 있다. 그것은 바로 종영한 드라마 <김과장>이다. 대기업에 회계과장으로 들어간 김과장(남궁민)은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기업의 비리와 문제들을 풀어나간다. 그것 역시 현실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의외로 시청자들은 사이다 전개에 호응했던 바 있다.

물론 <마녀의 법정>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성범죄 전담반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사건의 강도는 그 무엇보다 강하지만, 그것이 진짜 현실일 게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다분히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많다. 마이듬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렇다. 김과장이나 마이듬이나 다소 무모해보이지만 거대한 비리와 부정의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그 모습은 마치 돈키호테 같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변혁의 사랑>도 보다 보면 <김과장>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여기 등장하는 변혁(최시원)이라는 인물이 워낙 돈키호테 같은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강수푸드의 비리와 대결해 이름처럼 ‘변혁’을 꿈꾸는 이 인물은 백준(강소라)과 그를 돕는 3인방, 김기섭(서현철), 이태경(최대철), 안미연(황정민) 등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장악하려는 그의 형 변우성(이재윤)과 대적한다.

악의적으로 찍혀진 사진을 통해 뇌물을 받았다는 누명을 쓰게 된 변혁이 백준과 3인방의 도움을 받아 원본 동영상을 확보하는 장면은 그대로 만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을 연상시키는 작전 수행은 그래서 현실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그 코미디적인 장면이 만들어내는 사이다 결과에 시청자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워 한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역시 이런 돈키호테식 사건 해결을 담고 있었다. 저마다 복수의 이유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 모여 복자클럽을 결성하고 ‘적폐’처럼 보이는 이들을 하나씩 무너뜨리지만 그 과정은 현실적이지 않다. 마치 아이들이 골탕을 먹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에 대한 호응은 꽤 컸다.



어찌 보면 이런 드라마들 속 주인공들이 처한 문제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성범죄나 기업비리, 갑질 사회의 적폐 네트워크 같은 소재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의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다뤄진 것이다. 하지만 이토록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드라마가 다소 비현실적인 돈키호테식 해법을 보여주고 여기에 시청자들도 호응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건 어쩌면 현실이 그만큼 공고하다는 뜻이고, 그래서 변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드라마 같은 짧은 시간만이라도 사이다를 보여주는 것에 만족한다는 뜻은 아닐까. 드라마 속에서라도 좀 시원했으면 하는 그 정서 속에 어른거리는 건 도무지 바뀌지 않는 현실의 답답함 같은 것이다. 물론 잠깐의 시원함을 주는 사이다 한 잔이 어쩌면 더 심한 갈증을 불러올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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