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와는 다른 ‘이판사판’의 박은빈, 어떤 매력 보여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박은빈이 보여줄 매력은 어떤 것일까. SBS 새 수목드라마 <이판사판>에서 가장 먼저 시청자들을 잡아끄는 인물은 아마도 배우 박은빈이 아닐까. JTBC <청춘시대2>에서 독특한 매력을 보여줬던 이 배우는, 털털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바 있다. 하지만 그 털털한 매력으로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적인 면면들 이외에도 박은빈은 숨겨진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장르물에도 어울릴만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판사판>에서는 어떨까. 먼저 이 드라마 속에서 박은빈이 맡은 이정주라는 인물이 가진 괄괄함은 저 <청춘시대>의 송지원이라는 캐릭터와 다소 겹친다. 어딘지 허당기가 있어 보이고 판사로서 증거에 더 집중해야하지만 욱하는 성미를 드러내는 이정주 판사는 다소 비현실적인 느낌을 줄만큼 감정적이다. 물론 드라마가 캐릭터를 확실히 설명하려다보니 아동 성폭행범이 ‘성교육’을 했다는 뻔뻔한 증언 앞에 법복을 벗고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들어가게 됐지만 어쨌든 이 캐릭터가 우리가 생각하는 판사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그 장면은 보여줬다.



법정이 등장하고, 사건들이 나오며 그 안에서 이를 판결하는 판사와 검사가 등장해 벌어지는 일과 사랑이라는 구도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특히 올해 들어 법정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너무나 많아졌다. 적폐청산과 사회정의를 요구하는 대중들의 목소리가 한껏 높아진 세태를 반영한다고 해도 너무 많은 법정 이야기는 분명한 차별성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게 됐다.

그나마 <이판사판>이 기존의 법정물과 다른 지점은 아직까지 그 주인공 역할로는 잘 나오지 않았던 판사라는 직업이 전면에 내세워져 있다는 점이다. 결국 판사는 검사와 변호사 사이에서 사건의 정황들을 듣고 판결을 내리는 인물이다.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법정물의 검사들이 주로 하는 일과 다르지 않지만, 판결을 내린다는 점은 다소 다른 점이 있다.

<이판사판>이 첫 회에 가져온 두 사건은 그래서 판사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새롭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남편 살해범으로서 10년간을 복역해왔지만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하는 한 피고인이 제 손가락을 물어 법정에 ‘나의 무죄는 당신들의 유죄’라고 쓴 대목이 그렇다. 결국 판사가 누군가를 무죄 혹은 유죄로 판결할 때 그것은 말 몇 마디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을 살리기도 혹은 절단 내기도 하는 일이 된다. 그래서 그들이 갖고 있는 사건자료는 목숨을 걸고라도 사수해야 하는 것이 된다. 그 하나로 유죄가 무죄가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또 하나의 사건으로 법정 인질극까지 비화한 아동 연쇄 성폭행범의 사례는 판사라도 감정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사건들이 있다는 걸 끄집어내 보여준다. 사실 성폭행을 ‘성교육’이었다며 천연덕스럽게 자백하는 성폭행범의 이야기는 그 누구라도 공분을 자아내게 한다. 그건 성폭행범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성폭행이나 성추행 혹은 성희롱 같은 사건들이 가해자들에게는 죄의식조차 없이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판사판>은 다소 익숙한 구도를 갖고 있고, 결과적으로 보면 사건 해결을 통한 사회 정의의 추구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이정주 판사와 사의현 판사(연우진) 사이의 멜로를 보여줄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뻔한 면이 있다. 하지만 판사라는 직종이 가진 특수함에 대한 궁금증이 존재하고, 무엇보다 박은빈이라는 배우가 가진 엉뚱하고 털털한 매력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이판사판>은 이런 뻔한 느낌을 지워내고 이 작품만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여러모로 박은빈의 어깨가 무겁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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