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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리그’, DC도 아니고 마블도 아닌 애매한 괴작
기사입력 :[ 2017-11-24 17:13 ]


‘저스티스 리그’,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나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반(反)▲.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슈퍼맨~용감한 힘의 왕자, 배트맨과 로빈 정의의 용사, 원더우먼 하늘을 나른다, 아쿠아맨 수중의 왕자~~~정의를 모르는 나쁜 무리들, 싸워 무찌른다. 슈퍼 특공대!” 이 노래를 기억하는가. 1979-80년에 문화방송에서 방송되었던 애니메이션 <슈퍼특공대> 주제곡이다. 등장인물들만 화려했지, 재미는 1도 없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림채도 평면적인데다, 유머도 없었다. “한편 슈퍼특공대 본부에서는~” 하는 맥 빠진 해설로 장면이 바뀔 만큼 박진감 없는 플롯이 가장 문제였다. 각설하고.

영화 <저스티스 리그>는 그때 그 슈퍼히어로들이 뭉친 영화이다. <어밴저스>가 마블 코믹스 캐릭터들의 올스타전이듯, <저스티스 리그>도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DC 코믹스 슈퍼히어로 6명이 등장하는 영화이다. 원래 DC 코믹스 영화들은 마블 코믹스 영화들과 색깔이 다르다. 화면도 훨씬 어둡고 서사도 신화적인 장중함을 지닌다. 그런데 <저스티스 리그>에는 가벼운 농담이 등장하고, 분위기나 색감도 한층 밝다. 대중적인 호감을 얻으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결과가 썩 좋지 않다. DC 코믹스 특유의 자기 색깔이 빠지고, 어중간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요컨대 무난한 재미를 주지만, 보고나면 뭘 보았는지 감흥이 들지 않는 밋밋한 영화이다.



◆ 세 가지 큰 공백

DC 코믹스는 최초의 슈퍼히어로인 슈퍼맨을 탄생시킨 전통의 명가이지만, 최근 마블 코믹스에 밀리고 있다. 마블 코믹스는 일찍이 여러 캐릭터들이 맞물리며 하나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최근의 <토르: 라그나로크>에 이르기까지 총 17편의 영화가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DC 코믹스에서는 이러한 세계관의 구축이 뒤늦게 시도됐다. 2013년 슈퍼맨을 리부팅한 <맨 오브 스틸>을 시작으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수어사이드 스쿼드>, <원더우먼>에 이어 <저스티스 리그>가 ‘DC 확장 유니버스’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저스티스 리그>는 직접적으로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계보를 잇는다. 세 작품 모두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하였고, 슈퍼맨과 배트맨을 맡은 배우가 같다. 여기에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원더우먼>에 나온 원더우먼이 합류했다. 최근 <원더우먼>의 성공은 침체되었던 DC 코믹스를 부활시키며,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영화의 만듦새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영화에는 몇 가지 공백이 있다. 첫째는 전작의 망실이고, 둘째는 악역을 포함한 캐릭터의 실종이고, 셋째는 잭 스나이더의 부재이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는 슈퍼맨이 죽은 뒤의 세계에서 시작한다. 슈퍼맨 동상이 파손된 것을 치우지도 않을 정도로 인류는 굉장한 실의에 빠져 있다. 그런데 슈퍼맨이 왜 죽었냐고?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를 봤어야 한다. 작년 개봉 때 225만 명의 관객이 들었으니 아주 실패한 흥행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평이 워낙 안 좋았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비를 통해 슈퍼맨이라는 신적인 존재를 향한 인간의 두려움이나 그의 자기희생적 죽음 등 복잡한 서사를 품고 있지만, 매끄럽지 않은 만듦새로 관객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뚝뚝 잘려나간 듯 한 거친 편집과 불친절한 대사, 그리고 긴 상영시간은 관객을 지치게 했고, ‘둘이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 거나, ‘니네 엄마 이름은?’ 같은 말이 냉소적으로 회자되었다. 슈퍼맨과 배트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으며, 슈퍼맨은 왜 죽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전작이 관객들에게 긍정적으로 가닿지 못한 탓에, 이를 전제로 서사를 전개하는 <저스티스 리그>에 구멍이 뚫려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악역을 비롯한 캐릭터의 증발

전작을 보지 않은 다수의 관객들은 어쨌든 슈퍼맨은 죽어있고, 배트맨과 원더우먼과 만나 새로운 히어로 아쿠아맨, 플래시맨, 사이보그를 섭외하러 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새로운 캐릭터들은 나름 흥미롭지만, 영화는 이들의 서사나 활약을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다.

가령 사이보그는 최고의 미식축구선수였다가 사고로 죽음의 위기를 겪고, 사이보그로 재탄생하여 자신을 괴물처럼 느끼면서 전 세계 웹정보와 직접 접속하는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영화가 그에게 착목했다면 인간과 신의 이질성에 버금가는 인간과 기계의 이질성 등을 부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만 전달할 뿐, 그의 내면에 주목하지 않는다.

아쿠아맨 역시 야성적인 육체와 물과 관련된 특별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이지만, 영화에선 그의 신기한 능력이 무엇인지 온전히 전시되지도 못한다. 플래시맨도 그가 어떻게 물리법칙을 초월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팀의 막내로 친근한 모습만 부각시킨다. 그가 슈퍼맨과 속도를 겨루는 장면은 그의 유일한 재능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게 한다. 다른 히어로들의 개성과 능력이 충분히 부각되지 못한 탓에, 슈퍼맨의 능력치 앞에서 나머지 캐릭터들이 오합지졸처럼 보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 심각한 것은 배트맨이다. 전작에서 그는 슈퍼맨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존재로 마음의 짐을 얻는다. 그러나 슈퍼맨과의 대결과정에서 오히려 어머니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유년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다. 즉 자신을 붙잡고 있던 근원적인 죄의식에서 벗어나,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같은 초인을 보면서 인류에 대한 사랑과 희망에 대해 사고하는 히어로로 내적 변화과정을 겪는다.

그 결과 이전 시리즈의 배트맨과 다른 점들이 만들어지지만, 전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이런 차이점들은 전달되지 않으며, 캐릭터 붕괴처럼 보이게 된다. 가령 음울하고 회의적이던 배트맨이 왜 직접 멤버들을 규합하러 다니는지, 왜 무모한 모험을 감수해가며 슈퍼맨을 되살리려 하는지 알 수 없다. “슈퍼맨이 나보다 더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그의 말이 어떤 자성에서 비롯된 말인지 알기 어려운데, 이는 그나마 조금 있던 영화의 의미를 완전히 날려버린다.



슈퍼맨 역시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슈퍼맨은 외계에서 온 초인으로,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을 재현하는 신화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저스티스 리그>에서 그는 강제 부활한 뒤 슈퍼히어로들을 공격한다. 다행히 연인에 의해 다시 인간의 편에 서서 싸우게 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그의 신적 고결함은 아이 같은 수동성으로 전락한다. 그나마 원더우먼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권능과 의젓함을 지니고 있지만, 그마저도 이상한 농담과 유머로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가장 끔찍한 캐릭터 실조는 바로 악역이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악역은 매우 중요하다. 가령 <다크나이트>에서 조커(히스레저)의 존재감이 얼마나 컸던가. 그러나 <저스티스 리그>의 ‘스테판 울프’라는 악역은 캐릭터라고 하기도 민망할 만큼 평면적이다. 그가 왜 공격을 하는지, 그의 능력과 약점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가 차지하려는 마더 박스의 정체도 모호하다. 엄청난 에너지원이라는 정도로 설명될 뿐,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그가 거느린 군단도 성가신 파리 떼처럼 보일 뿐 파워풀한 존재로 느껴지지 않으며, 공격 패턴도 다채롭지 못하다. 요컨대 악역의 묘사가 매우 무성의하며, 아주 기본적인 것만 설정했다는 느낌을 준다.



◆ 잭 스나이더 영화 맞나요?

지난 7월, 촬영이 거의 끝난 상태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에게 변고가 생겼다. 딸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잭 스나이더 감독이 하차하게 되는데,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 사는 <어벤저스>의 감독 조스 웨던을 모셔온다. 그런데 후반작업을 맡은 조스 웨던 감독은 이례적으로 많은 분량의 추가촬영과 재촬영을 하였다. 또한 편집을 통해 영화를 대폭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원더우먼의 가슴팍 위로 플래시맨이 넘어지는 장면은 추가촬영을 통해 끼워 넣은 것이며, 사이보그의 역할은 상당 부분 잘려나갔다. 이러한 수정은 원더우먼을 희롱한 것으로 읽히는데다, 유일한 유색인종 캐릭터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반감을 일으킨다.

또한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DC 코믹스의 세계라기보다 마블 코믹스의 세계와 가깝다. 즉 신화적인 웅장함과 내적 고민을 지닌 육중한 세계가 아니라, 가벼운 공기 속에서 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인물들 간의 정서를 중시하는 대중적인 작품이 된 것이다. 또한 음악감독이 정키 XL에서 대니 엘프만으로 바뀌면서 장중한 맛이 줄어들었다.

이처럼 전작과 매우 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접한 DC 코믹스의 팬들은 이 영화를 잭 스나이더 작품으로 볼 수 있는지 의아해한다. <맨 오브 스틸>을 필두로 ‘DC코믹스 확장 유니버스’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는 잭 슈나이더의 색깔을 완전히 무시한 채, 다른 배트맨 시리즈를 만든 감독도 아니고 마블 코믹스의 <어벤저스>를 만든 감독을 영입해 영화의 세계관을 완전히 바꾸어놓는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워너브라더스 사를 향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1일에 DC 코믹스 팬들은 ‘<저스티스 리그> 잭 스나이더 감독판’을 DVD로 만들어달라는 청원을 온라인에 올려, 순식간에 6만 명 이상의 청원을 모아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도 개봉 시에 혹평을 받았지만, 약 30분 정도 길어진 감독판을 통해 훨씬 좋은 평가를 얻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팬들의 소망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잭 스나이더가 감독의 자리에서 완전히 하차했기 때문이다. 이후 사이보그 등을 주인공으로 한 단독작품들의 제작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팬들의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는 번잡한 괴작 일망정 자기색깔은 분명했다. 하지만 <저스티스 리그>는 DC 코믹스도 아니고, 마블 코믹스도 아닌 영화가 되어버렸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자기 세계를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제작사의 간섭에 의해 죽도 밥도 아닌 영화가 되고만 것이다. 이쯤에서 되새기는 성경의 말씀. “만일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만들겠느냐? 그런 소금은 아무 데에도 쓸데없어 밖에 내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마태 5:13)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저스티스 리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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