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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맘’, 박한별 캐릭터 통해 까발린 우리의 서글픈 현실
기사입력 :[ 2017-11-25 15:40 ]


‘보그맘’, 보그맘 캐릭터가 흥미로운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MBC 예능드라마 <보그맘>을 봤을 때 떠올렸던 건 <안녕, 프란체스카> 같은 장르의 컬트적 취향을 노린 시트콤이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흡혈귀 가족이나 새로 태어난 로봇 엄마나 비슷한 유머코드가 있지 않을까란 짐작이었다.

하지만 정작 전원이 켜진 MBC <보그맘>은 <안녕, 프란체스카>와는 그 결이 다른 예능드라마다.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평범하며, 적당히 지루하다. <안녕, 프란체스카>처럼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괴물 같은 시트콤은 아니고 익숙한 장르를 가볍게 비트는 정도다.

<보그맘>은 아이큐 187의 뇌섹남인 최고봉(양동근)이 세상을 뜬 아내 이미소(박한별)와 똑같은 외형을 지닌 보그맘(박한별)을 탄생시키면서 시작한다. 엄마가 잠시 멀리 떠나 있다고 믿은 최고봉 부부의 아들인 최율(조연호)은 보그맘을 그대로 친엄마로 믿고 따른다.



보그맘은 엄마의 역할에 최적으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이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느끼지 못한다. 눈빛은 공수래공수거처럼 공허하고 말투는 따박따박보다, 또닥또닥에 가깝다. 이 보그맘이 럭셔리 유치원 버킹검의 실세인 엘레강스 맘들과 부딪치며 벌어지는 일들이 이 예능드라마의 주요 줄거리다. 여기에 간간이 카메오들이 등장해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보그맘>은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으로 이야기를 엮은 완성도 있는 작품은 아니다. 다만 그때그때 막 던지는 과장된 시추에이션이 어이없고 ‘병맛’이라 픽 터질 때가 있다. 또한 넓은 어깨에 털이 난 최고봉 박사와 그를 빤히 바라보는 보그맘이 함께하는 장면에서 마님과 머슴으로 상징되는 한물간 에로틱 코드를 병맛의 유머코드로 재활용하기도 한다. 보그맘이 충전기로 사용하는 안마의자 PPL을 비롯해 수많은 PPL 역시 은근히 이 드라마의 ‘병맛스러움’과 어울리기는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이르면 이 드라마의 목적은 <최종병기 PPL>이 아닌가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여간에 이런 식의 흐름을 지닌 <보그맘>은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이 작품에 선명한 호불호를 낳는다. 누군가에게는 허접하고, 유치하며, 얄팍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누군가에는 중독되어 버릴 수 없는 불량식품 같은 재미를 지닌 이야기로 다가오는 것이다.



다만 이야기의 흐름과 상관없이 사이보그 엄마인 보그맘의 캐릭터는 그 자체로는 꽤 흥미롭다. 로봇 엄마라는 설정이 파격적이어서가 아니다. 생각보다 그런 류의 설정은 많다. 하지만 보그맘은 현실의 대한민국을 빗대어 생각해보면 무언가 아이러니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기는 하다.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는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엄마가 아이들의 모든 것을 돌보는 사이보그 맘처럼 변한 지 오래다. 하지만 현실 속의 엄마들은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교육 문제로 스트레스 받고, 피곤하고, 자녀 못지않게 경쟁에 치인다. 더구나 자녀들을 위한 일들을 처리하자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보그맘은 이걸 한다. 최적의 엄마로 설계된 보그맘은 빠른 움직임으로 모든 일을 단숨에 처리해낸다. 보그맘의 에피소드 중에는 엘레강스 맘들이 본인들의 장난꾸러기 자녀들을 모조리 보그맘에게 맡겨두고 편안하게 마사지를 받으며 휴식을 취하는 장면이 있다. 엘레강스 맘들은 파뿌리처럼 지친 보그맘을 상상하지만 웬걸 그녀는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고 짱짱하다. 심지어 나중에 아이들은 보그맘네 집에서 놀려고 징징거리며 엘레강스 맘들을 괴롭히기까지 한다.



또한 인간의 감정선이 없는 보그맘은 엘레강스 맘들과의 감정싸움에서도 오히려 밀리지 않는다. 인간의 복잡한 감정선을 이해하지 못하는 보그맘은 설계된 그대로 직진해서 행동한다. 그 때문에 정작 자신의 꾀에 넘어가는 것은 엘레강스 맘들이다.

이처럼 <보그맘>은 보그맘 캐릭터를 통해 한국 사회의 서글픈 진실을 은연중에 까발린다. 지금 이 땅에서 편안한 승리자가 되려면 로봇이 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열 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할 수 있고, 감정이 없어 감정노동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대부분은 로봇도 아니고 로봇이 될 수도 없는데 로봇의 강도로 살고 있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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