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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빵’ 신원호 PD·이우정 작가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
기사입력 :[ 2017-12-07 14:34 ]


‘감빵생활’, 이쯤 되면 작가주의 드라마로 불릴 만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쯤이면 패턴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하다. 감옥을 배경으로 저마다 흉악한 사연을 지닌 남자들만 잔뜩 등장하지만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은 <응답하라>시리즈의 바통을 슬기롭게 이어받았다. 그 흔한 연애 이야기, 한류 스타는 없고, 전매특허인 복고 감성이 두드러지지 않음에도 누가 봐도 <응답하라> 사단이 만든 드라마라는 걸 알 수 있다. 반응도 역시 호평 일색이다. 시청률은 평균 5%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고, 매회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추세가 이어진다면 동시간대 물려 있는 공중파 드라마들을 뛰어넘는 것도 그리 먼 미래는 아닌 듯하다.

신원호, 이우정 사단은 자타가 공인하는 히트메이커다. 이들의 드라마는 자신들만의 색이 있으면서 대중성이 높고 빨려들게 만드는 이야기의 함량도 굉장히 진하다. <슬기로운 감빵 생활>은 <응답하라>시리즈와 너무나 다른 배경이고, 이 시리즈를 벗어난 첫 드라마다보니 기대에는 약간의 의문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응답하라>의 제작진은 1시간 30분이나 되는 긴 시간을 순간 삭제해버리면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정서를 가진 새로운 이야기를 내놓았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낯설지 않다는 거다. 굳이 이들이 예능에서 넘어온 제작진이란 출신 성분을 다시금 환기하지 않더라도 배경, 주인공, 상황 설정 등 특정한 패턴을 고수하면서 이야기를 마련해나간다. 쌍문동 골목에서 구치소와 교도소로 장소는 달라지고 여성 출연자들은 대폭 사라졌지만 극을 직조하는 패턴과 시청자들에게 다가오는 따스함은 변함이 없다. 여기서 일종의 패턴이 읽힌다. 미국 뉴저지의 케빈 스미스 감독의 영화 세계처럼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와 정서가 확고하고 야구, 옛 가요와 추억, 새로운 얼굴 발굴 등 일정한 소재가 반복 등장한다. 신선한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캐스팅 방식, 겉보기와 다른 반전을 가진 캐릭터를 가진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정밀 묘사와 코미디, 성동일 등 사단이라 부를 수 있는 배우들의 찬조 등으로 특유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 패턴에서 핵심은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다. 극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서스펜스(어남택, 어남류와 같은)를 스토리텔링의 기반으로 삼으면서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융단을 깔고, 그 속에서 결국,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작들처럼 추억에 얽힌 이야기도 아니고, <슬기로운 감빵 생활>은 미드 <오즈>처럼 살벌하고도 리얼한 교정 생활을 그리거나 영화 <7번방의 기적>처럼 판타지 휴먼드라마가 아니다. 교정 생활이란 특수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을 바라본다. 때로는 순간 가슴이 차가워질 만큼 냉혹한 현실감을 자아내고, 또 그 한 편에서 따스한 희망을 제시한다.



대사로는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이 겉보기와 달리 다 나쁜 놈들이고 마음 줄 필요가 하등 없는 믿을 수 없는 족속들이라고 말하지만 각자 캐릭터에 담긴 사연과 웃음 속에 인간미 혹은 비밀을 품고 있다. 물론 단순한 극적 미화로 감동적인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쉽게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인정도 피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미화로 비춰질 수 있는 덫을 피해간다.

이주형(강승윤)은 어린 나이 가난 때문에 빵 배달 트럭을 훔친 죄로 ‘장발장’이라 불렸다. 극중에서는 죄를 저지른 건 맞지만 어느 정도 심리적인 정상참작이 되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러나 출소를 2주 앞둔 어느 날 아버지라 부르며 따른 무기수 김민철(최무성)의 보증을 받고 담당 교도관인 팽 부장(정웅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나간 외부 사역에서 버릇을 못 버리고 지갑을 훔친다. 건설 현장 어르신들은 그럼에도 젊은 사람이 안타까워서 오히려 누명이라며 따뜻하게 감싸준다.



도둑질한 자신을 믿어주는 어른들에게 인간적인 감동을 받고 돌아왔지만, 이번엔 위반 사항이 적발되자 자신의 잘못을 곧바로 김민철에게 뒤집어씌운다. 하지만 또 다시 용서를 받고 참회의 눈물을 다시 한 번 흘린다. 이쯤이면 교화와 미화가 적절히 가미된 감동 스토리로 끝나겠거니 싶었는데, 꼭 찾아오겠다면서 눈물로 다짐한 지 몇 시간 후 나가자마자 부대찌개를 먹겠다고 했던 이주형은 전혀 미련 없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떠난다.

그런 이주형의 뒷모습을 미리 알고 있던 김민철은 그럼에도 상관없다면서, 그가 진심으로 변화하길 바란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이중적이고,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오래 세월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잘 알지만 꾸준히 마음을 내어주는 건, 교화에 대한 믿음처럼 들린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통설이나 한 두 번의 용서로 교화를 이뤄내기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계속 걸어가는 이야기를 이주형의 에피소드와 김광석의 노래 ‘불행아’로 풀어낸다. 대사로 이야기하는 데 익숙한 우리네 여타 드라마와는 많이 다른 문법이다. 정서적 감흥과 메시지를 스토리를 통해 전달하는 것. 이것이 <슬기로운 감빵 생활> 제작진이 그간 보여준 패턴이다.

그래서 <응답하라>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배경과 장르의 드라마지만 <응답하라>를 보면서 공감했던 즐거움과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전작부터 이어지는 이야기의 메시지와 정서적인 결과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드는 긴장감이 유지된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감빵 생활>으로 이어지는 (예능에서 흔히 말하는)패턴은 다른 말로 작가주의라 부를 수 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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