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관람가’, 영화가 1퍼센트쯤 가까이 다가올 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JTBC <전체관람가>는 예능인 아닌 영화감독들이 예능 아닌 10분 넘는 단편영화 한 편을 만들어내는 예능프로그램이다. 그것도 예산 3천만 원에 짧은 촬영 기간 동안 뚝딱. 그런데 신기하게도 때로는 휴먼드라마가, 때로는 SF가, 때로는 스릴러가, 때로는 B급 뮤지컬이, 때로는 호러 영화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전체관람가>는 이 영화감독의 도깨비방망이 같은 능력을 화려하게 자랑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혹은 감독들이 백종원이 등장하는 요리 예능처럼 영화 한 편 만들기 참 쉽쥬, 라고 능글맞게 웃어대는 프로그램도 아니다.

<전체관람가>가 보여주는 건 영화 만들기의 고단함이다. 한편의 매끈하게 완성된 영화 그 밑에 깔린 버려지는 수많은 촬영과정의 파편들. 그 파편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서 하나의 또 다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과정의 뒷이야기가 이 프로그램의 깨알 같은 유머 포인트다. 각목 같은 현실을 도깨비방망이 같은 환상으로 만들려고 뛰어다니는 영화감독과 스텝, 배우들의 그 모습 자체가.



그 과정에서는 말 그대로 ‘웃픈’ 장면들이 자연스레 연출된다. 한국에서 나름 화려한 문화의 총아인 영화감독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우선 열심히 예산 아끼기에 힘쓰느라 정신이 없다. 3천만 원으로 그들이 원하는 영화를 만드는 건 사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감독들은 굽실대거나 비루하게 인맥과 친분을 동원해서 공짜 인력을 구한다. 또한 영화 속 주연배우들은 당연히? 재능기부의 형식으로 영화에 참여한다.

영화의 촬영과정 역시 순탄치가 않다. 때로는 날씨가, 때로는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때로는 예상치 못한 소품 탓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못된 표정으로 뛰어야하는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하하하, 웃으며 뛴다. 원래 아이들은 뛰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니까. 어설프게 래퍼를 흉내 내야 하는 노년에 가까운 중견배우는 오히려 힙합 스타일이 너무 잘 어울려서 문제다. 바닷가에 비바람이 불어 촬영을 하지 못한 영화감독은 모두에게 미안해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을 들키기도 한다. 소품으로 쓸 구미호의 손톱이 부러지는 바람에 소품을 다시 만드느라 촬영을 중단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반면에 감독들이 예상하지 못한 그림 같은 순간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바람 때문에 촬영중단 위기까지 간 봉만대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는 평온한 해변 풍경을 얻는 쾌거를 이룬다. 원래 김보성과 이동준 두 배우를 데리고 무협영화를 꿈꿨던 이원석 감독은 여러 조건들이 맞지 않는 바람에 노래방 뮤지컬로 장르를 바꾼다. 그 안에서 그는 본인의 B급 감성을 맘껏 펼칠 기회를 얻는다. 이명세 감독은 폐장된 놀이동산의 회전목마의 조명이 깜빡거리는 문제를 일어나는 바람에 오히려 그가 꿈꾸던 이중적인 몽환의 장면을 화면에 담는다.

한편 짧은 단편영화에 재능기부로 참여한 배우들은 이 전과는 다른 목소리와 얼굴을 얻기도 했다. 전도연은 항상 배우 전도연이었지만 임필성 감독의 <보금자리>와 촬영 현장 장면을 통해 영화를 조율해내는 배우로서의 뛰어난 감성과 매너를 보여준다. ‘으리’ 김보성과 클레멘타인 이동준의 <랄라랜드>에서 이 콤비는 상상 이상의 웃음과 상상조차 못했던 서글픔까지 안겨준다. 창 감독의 <숲속의 아이>는 영화 속 설정도 흥미로웠지만 구미호 역의 선우선이나 송재림은 물론 짧게 등장하는 중견배우 박현숙에게까지 신선한 표정과 연기를 끌어낸 작품이기도 했다.



비록 시청률은 1퍼센트를 겨우 넘는 프로그램이지만 <전체관람가>에는 이처럼 그 이상의 재미와 신선함이 있다. 영화는 환상이지만 그 환상을 만들려고 버둥거리는 이들의 모습은 삶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체관람가>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영화의 재미만이 아닌 영화에 얽혀 있는 이들의 삶에 대해 1퍼센트쯤은 가까워지는 어떤 순간이 찾아온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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