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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예능의 종말 선언한 ‘무도’ 김태호 PD가 찾은 묘수
기사입력 :[ 2017-12-18 14:21 ]


성장 스토리 끝난 ‘무도’, 아름다운 이별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요즘 MBC 예능 <무한도전>은 벽돌을 하나하나 다시 쌓아가는 것 같다. 프로그램 근간인 멤버들의 캐릭터를 한명씩 재조명하고, 무언가를 함께하면서 같이 이루어가는 도전을 별 꾸밈없이 나선다. 개인사와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돌아온 무한뉴스부터 시작해 잠정 중단했던 한강 뗏목 종주의 감행은 그야말로 아무런 이유가 없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최근 개봉한 <스타워즈8>에 빗대서 말하자면 재래식 무기의 반가운 등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협동의 감동이나 드라마틱한 결과를 도출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멤버들의 역할과 개성, 그리고 현재의 심리 상태 등을 관찰하듯 보여줬다.

방송 재개 후 가장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수능 특집은 이런 캐릭터쇼의 힘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멤버들은 과목별로 홀로 수능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개개인의 특성을 드러낼 기회를 가졌다. 그 사이 다른 멤버들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었는데 평균보다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들이라는 이 캐릭터쇼의 매력이 부각됐다. 어떤 설정, 기대, 정서적 목표 없이 가장 편안하고 재밌는 <무도>의 본질에 가까운 재미였다.



12주 만에 돌아온 <무한도전>은 소소하게 도전하고, 큰 감동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대신 멤버들 개개인 에피소드를 쌓고 캐릭터를 시청자들과 일대일로 마주하게 설정한다. 다시 좋은 친구가 되겠다고 선언한 MBC처럼 멤버들을 시청자들 곁에 더 가깝고 친근한 캐릭터로 데려다 놓으려는 노력이다. 그 첫 번째 주자로 지목된 인물은 아무래도 <무도>의 가장 큰 숙제인 박명수와 정준하다. 고소 취하 논란을 겪은 정준하와 매사에 의욕적이지 못한 박명수는 무한뉴스를 통해 개인사를 정면으로 다루고 인정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낮은 자세로 캐릭터를 쌓는다.

<무도>의 MC이자 까마득한 직속 선배인 박명수와 정준하가 훨씬 마이너한 프로이자 장르인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는 사실상 없다. 공개코미디가 생소할 수 있지만 이는 모든 MC급 예능인들에게 해당되는 사안이고 <쇼미더머니>처럼 아예 새로운 장르로 도전을 나선 것도 아니다. 공개 코미디의 부활을 목적으로 협업을 진행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결과적으로 터지는 코너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코빅>의 개그 정서와 회의 체계에 대해 주목할 것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 더 낮은 자세로 캐릭터를 담금질하는 소중한 도전 기회였다고 보는 편이 건설적이다.



얼마 전 많이 회자되었던 성동구청 강연에서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캐릭터 예능은 이제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동의한다. 캐릭터쇼를 바탕으로 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시대는 일단락되었다. 왜냐면 이제 예능은 리얼의 긴장을 넘어서 일상성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캐릭터쇼가 그려온 성장 스토리도 사실상 끝났다. 다만, 십여 년간 함께하면서 다져진 애정이 이미 일상성을 충분히 담보하고도 남는다. 희망은 여기에 있는데 문제는 방전된 에너지다.

과거 리얼버라이어티는 특정한 상황(이를테면 게임이나 추격전)과 무대 위에서 멤버들 간의 관계망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인간적인 매력을 조명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예능에서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멤버들의 보다 리얼한 현재, 즉 일상적인 면이 더욱 방송과 맞물려 들어가야 한다. 그 속에서 인간미를 캐치하는 관찰형 예능 시대의 문법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관찰형 예능이 대세가 되면서 캐릭터쇼는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캐릭터는 전방위적으로 더욱 중요해졌다. <무도>도 이런 흐름에 맞춰 벽돌을 하나하나 다시 쌓기로 한 듯하다.



미운털이 박힌 정준하는 인정하고 자세를 낮추면서 다시 다가간다. 박명수는 노력 없고, 재미없고, 논리가 없는 노쇠한 공격수 캐릭터를 잡고 다시 웃음 사냥의 선두에 나섰다. 정형돈처럼 받쳐주는 역할을 위해 조세호가 투입되었고, 중간에는 분위기를 이끄는 하하와 양세형이 있다. 축구전술로 치면 진용의 콘셉트는 어느 정도 갖춰진 셈이다.

이미 생명이 다한 성장 스토리 때문에 시즌제를 요구하거나 아름다운 이별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무도>는 해가 갈수록 아쉬움이 늘어나는 중이다. 그럼에도 조급해하지 않고, 톤을 낮추고, 차근차근 하나하나씩 벽돌을 쌓아가는 모습이 반가웠다. <무도>의 장점인 친근함은 요즘 예능의 특성인 일상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양세형이 활약하는 <코빅>에서 박명수와 정준하가 도전에 나선 것처럼 새롭게 조직된 멤버들이 일상을 공유하면서 관계를 맺어나가고, 보다 더 자신을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쌓아간다면 지속가능성은 결코 무모한 도전이 아닐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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