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협찬 느낌은 이 여행의 진정성을 흐리는 독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아마도 올해 하반기에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만큼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최고 시청률이 4.8%(19회. 닐슨 코리아)를 낸 바 있고, 화제성은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압도적이다. 매번 등장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친숙할 정도이고, 독일 친구들이나 핀란드 친구들 같은 경우는 재출연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된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문화의 다양성을 서로 다른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그 소통과 공감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을 경험하고, 그 경험하는 과정을 스튜디오에서 영상물로 보며 한국인의 입장에서 그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러니 이 과정은 양측의 시각을 균형 있게 잡아내며 다른 점 같은 점들이 주는 문화다양성의 즐거움을 끄집어내준다.



이번 프랑스 친구들의 방영분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에서 왔으니 당연히 바게트 같은 빵에 대한 관심사가 다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국내의 빵집을 찾아가는 대목이나, 예술을 빼놓을 수 없는 프랑스인들이 찾아가는 우리네 현대미술 관람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는 건 당연하다. 이것은 이전에 핀란드 친구들이 불가마 체험을 하며 핀란드 사우나와 비교하고 게임장에 들러 그들의 게임문화와 우리를 비교하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잘 되면 한 가지 따라오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협찬이다. 프로그램이 그리 유명하지 않았을 때는 그래서 협찬 없이 말 그대로 직접 현장에서 부딪치며 해나가야 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고, 그것은 어쩌면 이러한 리얼리티 카메라의 진정성이 포착되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자꾸만 느껴지는 협찬의 느낌은 초반의 진정성이 주는 날 것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독이 되고 있다고 보인다.



물론 친구들의 관심사라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프랑스 친구들이 갑자기 택시를 타고 분당까지 가서 포털업체를 방문하는 대목은 일반적인 여행의 느낌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다. 마케팅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이 비즈니스 때문에 한국을 온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그 포털업체에서 안내를 받지 못해 시무룩해 있다가 한 직원에게 다가가 폭풍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또 놀이공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조금 늦은 시각에 그 곳을 찾아 롤러코스터를 타는 장면도 어딘지 협찬 같은 느낌을 준다. 개인적 취향이라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되지만 너무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그들의 동선에서 자꾸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 친구들이 아침부터 찾아간 빵집도 그런 의심을 가게 만든다. 저건 어쩌면 협찬이 아닐까 하는.



그것은 진짜 협찬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협찬이라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너무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장면들이 방송을 통해 자꾸만 전해지는 건 이 프로그램에는 결코 좋을 수가 없다. 그것은 날것의 반응들이 주는 소통과 공감의 즐거움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재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 선택들이 협찬으로 이뤄졌다고 느껴지는 순간 소통과 공감의 진정성도 희석될 수밖에 없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타자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과 이문화에 대한 이해를 재미의 포인트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좋은 프로그램이 더 오래 가기 위해서는 잘 유지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적어도 상업적인 냄새가 들어갈 소지가 있는 부분들은 이제 제작진들이 조심해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상업적인 것을 떠나 순수한 선택과 반응이 이 프로그램만의 정체성일 수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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