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에 판타지·멜로까지, 본격 오락물 ‘화유기’의 묘미

[엔터미디어=정덕현] 코미디에 판타지 게다가 멜로까지. 새로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는 한마디로 본격 오락물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유기>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가져와 지금에 맞게 재해석했다. 그런데 그 재해석의 방식은 우리에게 <최고의 사랑>이나 <주군의 태양> 같은 일련의 작품으로 익숙한 홍정은·홍미란 자매의 색깔 그대로다.

<서유기>라는 고전을 가져와 손오공(이승기)과 삼장법사 진선미(오연서) 그리고 우휘(차승원)라는 대마왕 같은 인물들을 현재의 캐릭터로 다시 만들어냈다. 물론 그 캐릭터의 성격은 <서유기>와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손오공이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회사인 루시퍼 기획의 회장 우휘의 집에 얹혀 지내며 요괴들을 잡아 그렇게 올린 선행 포인트(?)로 천상에 복귀하려는 모습이나, 부동산 대표를 하며 실상은 악귀를 소탕하는 삼장법사 진선미, 루시퍼 기획의 톱스타로 그려진 저팔계(이홍기)와 국내 최대기업의 수장인 사오정(장광) 같은 캐릭터는 현재의 시점을 투영시켰다.

그래서 <화유기>는 손오공과 삼장법사 그리고 저팔계, 사오정의 캐릭터를 고전에서 가져오긴 했지만, 현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연결되고 퇴마사의 이야기와도 엮어져 있다. 어찌 보면 홍자매가 자주 활용하던 연예가의 이야기(<최고의 사랑>이 대표적이다)에 귀신담(<주군의 태양>이 대표적이다)이 섞여진 느낌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손오공과 삼장법사 진선미의 사랑이야기는 <쾌도 홍길동>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여러모로 홍자매가 그간 그려왔던 작품 세계의 개성들이 이 한 작품 안에 녹아 있는 느낌이다.



홍자매의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화유기>는 그래서 현실적인 공감대보다는 판타지가 주는 신기한 이야기와 코미디가 주는 즐거움 그리고 멜로가 만들어내는 달달함이 거의 전편에 깔려 있다. 물론 이런 요괴들이 창궐한다는 그 세상의 이야기 속에는 분명 현실적인 정서가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살기 힘든 현실이니 한 많은 요괴들이 구천을 떠돌며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삼장법사의 피를 욕망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화유기>는 그런 구구절절한 현실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고 톡톡 튀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스펙터클하게 이어나간다. 마치 동화의 한 장면처럼 손오공을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어린 진선미는, 언제나 이름을 부르면 찾아와 구해주겠다고 하며 떠났지만 그 이름을 지워버려 나이 들어서 까지도 계속 그를 기다리며 살아온다. 하지만 이 천방지축으로 제 멋대로 살아가는 손오공은 진선미를 구하기는커녕 삼장의 피를 가진 그를 잡아먹어 엄청난 힘을 얻을 욕망을 떨치지 못한다.

멜로가 중심에 서고 매회 퇴마과정을 담는 판타지 액션이 들어 있으며 벌써부터 그 과장된 모습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우회 같은 인물의 코미디가 들어 있지만 다소 현실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손오공으로 다시 돌아온 이승기와 멜로와 코미디가 다 되는 오연서, <최고의 사랑>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차승원, 그리고 <미남이시네요>가 떠오르는 이홍기가 주는 캐릭터의 매력과 재미는 <화유기>의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준다.



사실 우리네 드라마의 성패에 있어서 현실 공감의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때로는 드라마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고 해도 현실 공감이 확실하게 서 있는 소재나 주제의식을 담아내면 성공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보면 <화유기>는 이 부분에서 다소 약한 면을 드러낸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지나치게 현실에 대한 의미부여를 하는 것에 피로를 느끼는 시청자라면 오히려 <화유기>가 주는 본격 오락의 세계가 그 자체로 더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화유기>가 이런 약점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본격 오락물로서의 재미로 이를 넘어설 수 있는가 하는 건 더더욱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만일 그럴 수 있다면 <화유기>는 그것만으로도 독특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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