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도 생방송 드라마? 완성도 추구 이미지에 타격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2회 방송은 역대급 방송 재난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드라마 중간에 들어가는 통상적인 광고인 줄 알았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광고가 어딘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만들었고, 10여 분이 넘게 지난 후 겨우 이어진 방송도 결국 끝을 맺지는 못한 채 중도에 방송을 종료해버렸다. 방송에는 자막으로 ‘방송사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고지가 계속 찍혔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다 난데없이 광고를 연달아 계속 봐야만 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었다. 혹여나 방송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 들어간 광고들은 tvN 자사 콘텐츠들의 방송 예고들이 대부분 채워졌다. 그렇지만 드라마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시청자들은 그 시간동안 tvN 광고만 들여다본 셈이 됐다.

시청자들로서는 황당하고 상상하기 힘든 방송사고가 아닐 수 없었다. 이제 겨우 2회다. 제 아무리 생방송 드라마를 찍는 게 현실이라고 해도 2회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시청자들이 이렇게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방송 편성을 늦추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건 그래서다.



물론 제작진이 공식 사과에 담은 것처럼, <화유기>는 “특수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한 작품이다. <서유기>의 이야기를 우리 식으로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요괴들의 출몰과 그들과 싸우는 삼장법사 진선미(오연서)나 손오공(이승기)의 특수효과는 이 다소 상상력에 기댄 작품이 그럴 듯하게 보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CG 완성도를 높이려다 벌어진 사고라는 얘기가 무색하게 이 날 2회 방송분에는 조악한 CG 장면도 그대로 나와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즉 진선미가 오디션 무대에서 피 냄새로 요괴들을 불러들이며 노래를 하는 장면에 달려드는 요괴들이 스턴트맨들의 모습 그대로 보여지는 완벽하지 못한 CG처리가 눈에 띄었다.

결국 중도에 끝나버린 2회를 tvN 측은 25일 다시 방영하겠다는 입장을 공식발표를 했다. 하지만 이 2회의 방송사고는 너무 많은 걸 잃게 만들었다. 다름 아닌 홍정은·홍미란 작가의 작품인 데다, 이승기의 복귀작이고, 차승원이 함께 하는 작품이다. 방송사고는 첫 회가 만들어낸 기대감도 꺾어버렸다. 단 2회 만에 CG 완성도가 중요한 작품에 이런 조악한 결과가 나왔다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기대를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뼈아픈 건 <화유기>의 방송사고는 다름 아닌 완성도를 추구해온 tvN 드라마 이미지에 만들어놓은 생채기다. 이 방송사고는 결국 ‘생방송 드라마’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지어 영화적 퀄리티를 추구한다고 여겨졌던 tvN 드라마도 생방송 드라마를 찍는다는 걸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늘 재난이 벌어져도 금세 잊어버리고 또다시 재난이 벌어지는 안전불감증은 방송에서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흔히들 ‘방송사고’라고 표현하며 마치 우연적으로 벌어진 일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런 일들은 그 사고가 벌어진 환경을 들여다보면 누가 봐도 예측이 가능했던 ‘방송재난’이 아닐 수 없다. tvN 측에서는 뼈아픈 일이지만 이번 일을 기회로 ‘생방송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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