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빵생활’ 된 ‘투깝스’, 빙의에 담긴 메시지를 설득시켜야

[엔터미디어=정덕현] 어쩌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된 것 같다. 거두절미하고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는 차동탁(조정석)이 감옥에 들어간 이야기를 시작했다. 알고 보면 살인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이두식(이재원)에게 접근해 그 사건의 정황과 배후를 캐기 위한 작전이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감방 소재의 이야기 전개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혼돈을 줄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감옥이라는 공간으로 한정되면서 이야기가 이전과는 완전히 단절된 느낌을 줘서다. 이를테면 차동탁과 송지안(혜리) 사이의 밀고 당기는 멜로는 교도소 면회장의 창을 사이에 두고 보여지게 됐다. 물론 그래서 더 애틋한 느낌을 주는 면도 있지만, <투깝스>에서 알콩달콩한 두 사람의 멜로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다른 전개임에는 틀림없다.

창에 서로의 손을 마주 대고 마음을 전하는 모습은 그래서 아련함을 만들지만, 왜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됐는지 장르적 변화가 너무 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감옥에서 만나게 된 이두식과 차동탁이 만들어가는 브로맨스도 갑작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이두식과 과거 형제 같은 우정을 갖고 있던 공수창(김선호)이 차동탁에 빙의해 옛 우정을 이어가는 것이니 납득될 수도 있는 설정이다. 하지만 이런 브로맨스의 이야기가 갑자기 감방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은 도대체 이 드라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튀는 전개를 하고 있는가가 의심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갑작스런 감방 이야기 전개가 주는 당혹감은 그 전개에 담긴 일관된 메시지를 제시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이렇다 보니 감방 소재의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다른 작품들과 자꾸 비교하게 된다. 이를테면 차동탁과 송지안이 면회장의 창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마치 영화 <세 번째 살인>의 한 장면처럼 보이고, 차동탁과 이두식이 감방에서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물론 우연의 일치겠지만 <투깝스>가 이런 비교를 하게 만드는 건 그 안에서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투깝스>는 그래서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하드캐리 하나를 쥐고 가는 드라마처럼 보인다. 강력계 형사로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사기꾼 공수창이 빙의된 바람둥이 같은 가벼운 모습을 반복하는 것으로 재미를 주는 드라마. 그리고 이것은 실제 사실이다. 조정석은 특유의 코미디와 진지함을 오가는 연기로 이 1인2역이 주는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감옥 이야기까지 겹쳐지니 이제는 형사에서 사기꾼에 겹쳐 감옥 수감자의 모습까지 더해졌다. 물론 그것까지 조정석은 잘도 소화해낸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걸 조정석이라는 배우 하나에 얹어 놓고 가니 드라마가 너무 앙상한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으로 화음을 넣어줘야 다채로워지고 또 그들이 보여주는 일관된 메시지도 드러날 수 있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투깝스>는 그걸 찾기가 어렵다.

<투깝스>에게 지금 필요한 건 갑작스런 감방 이야기 전개 같은 충격요법이 아니라, 왜 차동탁이 공수창과 빙의를 하게 됐고, 그 빙의가 갖는 함의가 무엇인가를 시청자들에게 공감시키는 일이다. 이 드라마는 기획의도에서 ‘따로는 부족했던 이들이 하나와 우리가 되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그러나 꼭 보고 싶었던, 아주 골 때리는 영웅으로 탄생한다’며 ‘그리하여 그 영웅을 통해, 드라마의 가장 기본인 인간을 그리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간 차동탁의 남다른 모습이 드러내줄 드라마의 굵직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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