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짓이라는 연예인 걱정, 왜 예능이 앞장서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세상 가장 쓸데없는 짓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했던가. 최근 리얼리티 카메라가 예능의 트렌드가 되면서 여기 포착되는 연예인들의 일상들이 가감없이 전파를 타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 중에는 하루하루 벌이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자주 포착된다. 그들이 걱정이라고 내놓는 푸념이나 이야기들이 공감을 주기는커녕 헛웃음이 나오는 것들이어서다.

SBS <동상이몽2>는 연예인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예능 프로그램. 제목처럼 남편과 아내의 ‘다른 생각’을 쟁점으로 내세워 웃음도 주고 소통의 의미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예비부부로 등장한 장신영과 강경준이 결혼준비를 하며 신혼집을 구하러 다니는 방영분은 시청자들에게 질타를 맞았다. 10억 원 예산으로 집구하기에 나선 그 대목이 서민들에게는 위화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

물론 방송에 보여진 집들은 누구나 로망을 가질 만큼 전망도 좋고 학군도 좋은 그런 집이었다. 그리고 일반 서민들보다 돈을 더 잘 버는 연예인이라면 그 정도 집을 꿈꾸는 것이 그리 잘못된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걸 굳이 방송으로 내보낸다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서민들 입장에서 10억이라는 돈은 평생을 모아도 쉽게 모이지 않는 돈이다. 그런 집을 대출금 끼고 산다면 평생 은행빚을 갚는 삶을 살아야 할 판. 그러니 이들이 10억 원으로 집을 사러 돌아다니고, 현실은 그것보다 훨씬 더 비싸 전세대출을 고민하는 그들의 걱정이 하나도 공감을 일으킬 리가 없다.



<동상이몽2>의 장신영, 강경준 커플이 보여줬던 이러한 위화감은 주로 그 관찰카메라가 비추는 공간 자체로부터 비롯된다. 결국 카메라는 그들의 일상을 비추게 되는 것이고, 그러니 그들의 동선을 따라 그들이 사는 공간을 그대로 드러내기 마련이다. 연예인들의 삶이 일반 서민과 같을 수 없고(물론 서민적인 연예인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 그들의 더 좋은 집을 구하고 싶은 욕망을 방송에 내보내는 일은 시청자들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런 논란이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난 25일 방영된 MBN 예능 <비행소녀>의 이태임 출연 방영분에서는 똑같은 상황이 재연되었다. 물론 욕설 파문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이태임의 이야기가 전편에 등장했었지만, 그가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생활하기 불편하다”며 어머니와 새 집을 구하러 다니는 과정은 장신영, 강경준 커플의 그것과 똑같은 불편함을 주었다.



“한강이 보이는 집”에 대한 로망을 이야기하는 이태임에게 소개된 집은 무려 매매가가 30억원이었고, 전세가 22억, 월세가 800만원이었다. 결국 방송은 이런 현실에 부딪쳐 그런 집을 얻지 못하는 이태임의 한숨을 담는 것이었지만, 그의 한숨은 평생을 벌어도 살 수 없는 집이라서가 아니라 단지 ‘당장’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정도였다. 이러니 그들의 걱정과 한숨에 서민들로서는 얼마나 위화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겠는가.

그러고 보면 방송이 서민들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은 서민들의 방송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리얼리티 카메라에 포착되는 연예인들의 으리으리한 삶이나, 그런 삶을 못살아 한숨을 쉬는 모습은 전혀 서민들의 공감대에는 닿지 않는 이야기다.



그나마 이런 현실을 담아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을 보면 서민들이 돈 몇 천 원을 아끼기 위해 영수증을 분석하고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그 팍팍한 삶을 이해한다면 과연 입만 열면 나오는 몇 십 억 단위의 이야기를 함부로 내보낼 수 있을까. 제발 예능 프로그램이 본래 자리인 일반 대중들의 입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쓸데없는 연예인 걱정 좀 그만하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N, 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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