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 어떻게 금기소재 낚시로 시청자들을 낚았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꽤 오랫동안 예능에서 낚시는 피해야할 소재로 자리해온 바 있다. 물론 물고기가 잡힐 때의 그 즐거움은 괜찮은 방송분량이 되지만, 물고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거의 정지화면이나 다름없을 수 있다. 또 물고기가 방송한다고 나 잡아가라고 기다리는 것도 아니니, 때론 한정된 시간만 소비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1박2일>이 그토록 오랫동안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어도 낚시 소재를 담은 것이 별로 없는 이유가 그것이고, 실제로 <남자의 자격>에서도 이경규와 함께 낚시하기를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로 수행했지만 방송에서는 그다지 낚시의 묘미를 담아내기 어려웠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채널A의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를 보면 이제 이런 금기는 더 이상 의미 없는 한계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고 잡은 물고기로 저녁에 맛난 한 끼를 해먹는 어찌 보면 구성 자체가 단순한 이 프로그램이 종편 채널이 가진 한계를 뚫고 보편적인 호응을 얻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2,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다, 드디어 4%를 넘긴 <도시어부>는 완도에서 최고 시청률 4.4%를 찍었다. 첫 날 생각보다 낚시 성적이 좋지 않았던 출연자들은 이튿날 마이크로닷이 이끄는 지깅낚시로 9짜가 넘는 대방어를 연신 낚아 올리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촬영 4일 전부터 완도에 내려가 지깅 낚시를 연습한 마이크로닷이 가장 먼저 대방어를 낚아 올렸고 이어서 차례로 이경규, 게스트로 출연한 신화 이민우가 손맛을 봤다. 모두가 방어를 낚아 즐거워하는 반면, 아쉽게 고기를 놓친 이덕화는 이들과 비교되며 쓸쓸한 모습을 드러내 오히려 웃음과 함께 인생의 경륜 같은 걸 느끼게 해줬다.



이 완도편을 보면 <도시어부>가 어째서 이렇게 시청자들을 낚아 올릴 수 있었는지 그 이유가 드러난다. 가장 큰 것은 바다낚시가 갖는 스펙터클이다. 사실 해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낚시는 꽤 흥미로운 소재로 자리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 같은 경우 정글에서 어마어마한 괴어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아 보여주기도 한다. 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가 바다 한 가운데서 거친 파도와 날씨 속에서 벌어지는 그 힘겨운 조업 현장을 리얼리티 카메라로 담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만큼 낚시가 가진 야생의 풍경은 이제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만나 흥미진진한 소재로 떠오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완도편에서는 겨울바다의 결코 쉽지 않은 낚시 풍경이 주는 날것의 리얼리티가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파도가 치고 그 안에서 거대한 대방어와 10분이 넘는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장면에서는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도시어부>가 가진 이 날것의 풍경 속에서 아드레날린을 한껏 끌어올리는 인물은 다름 아닌 젊은 피 마이크로닷이다. 결코 쉽지 않은 그 상황에서도 연실 환하게 웃고 명랑하게 소리치며 함께 하는 출연자들을 전면에서 독려하는 모습은 프로그램에 활력소로 자리했다.

마이크로닷이 가진 특유의 친화력은 그 젊은 세대의 패기와 이경규나 이덕화 같은 원숙한 세대가 낚시라는 한 가지로 끈끈하게 뭉쳐지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낚시에는 “위아래도 없다”는 이경규의 말과 어우러지며 세대 차이를 무화시켜버린다. 실제로 지깅낚시의 그 힘겨움 때문에 시종일관 투덜대던 이경규가 대방어와 사투를 벌일 때 마이크로닷이 옆에서 그를 도와 물고기를 잡는 과정은 흥겹기 이를 데 없다. 퉁명스러움이 캐릭터인 이경규가 마이크로닷에게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마이크로닷이 이 쉽지 않은 바다낚시에 어떤 활력을 주는 존재라면 이경규는 ‘예능의 신’이라는 지칭에 걸맞게 리얼리티 프로그램 안에서도 웃음의 포인트를 콕콕 집어낸다. 물론 천하의 이경규도 어찌된 일인지 이 프로그램에서는 웃기는 일보다는 낚시를 하는 진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지만 수십 년간 몸에 익어온 예능감은 또 다른 그의 리얼리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힘든 걸 극도로 싫어하고 방송 분량 채우면 퇴근을 외치는 그지만,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힘이 드는 이 프로그램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는 그게 그의 진심이기 때문이다. 낚시라면 그 바쁜 스케줄에도 달려간다는 그가 아닌가.

이경규에게 형님으로 자리한 이덕화가 주는 어떤 묵직함은 이 프로그램이 그저 재미에만 머물지 않게 해주는 힘이 되어준다. 물론 이덕화 역시 마이크로닷 같은 한참 어린 후배와 스스럼없이 어울릴 정도로 젊은 마인드를 갖고 있지만, 그래도 낚시와 삶의 경륜에서 나오는 무게감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자신만 대방어를 못 낚았지만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뭐. 안 되는 거 어떻게 하겠어?”라고 툭 던지는 그 한 마디가 마치 <노인과 바다>의 쓸쓸하지만 인생을 관조하는 정조를 담아낸다.

결국 그토록 쉽지 않은 소재라던 낚시를 갖고 <도시어부>가 시청자들을 낚을 수 있었던 건, 리얼리티 카메라라는 새로운 예능 트렌드가 가져온 변화를 밑그림으로, 그 위에 진짜 낚시를 사랑하는 진정성 있는 인물들을 세우고, 저들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묵묵히 들여다본 그 과정들이 있어서다. 못 낚으면 못 낚는 대로 또 잡으면 잡는 대로 느껴지는 그 허탈함과 즐거움을 꾸준히 들여다보자, 마치 대방어를 낚듯 시청자들을 낚을 수 있었던 것. 그러고 보면 <도시어부>라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아가는 이 과정은 낚시를 그대로 닮아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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