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새’ 독무대 된 SBS 연예대상, 그 의미는

[엔터미디어=정덕현] 연말 지상파의 시상식은 항상 말이 많이 나온다. 누가 상을 받았고 누가 아쉽게 상을 못 받는 사실에 대해 팬들이 설왕설래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SBS 연예대상]의 대상을 <미운우리새끼>의 네 분 어머니가 차지한 건 너무 이례적인 일이라 시청자들도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결정이 나게 된 걸까.

지상파의 연말 시상식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시청률’이다. 방송사는 결국 이 시청률을 기준으로 여전히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시청률만큼 중요해진 게 화제성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시청률은 지상파 프로그램의 성과를 나타내는 가장 큰 지표로 거론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올해 [SBS 연예대상]에서 <미운우리새끼>가 대상과 최우수상(서장훈), 쇼 토크부문 우수상(토니안), 올해의 프로그램상, 쇼토크부문 신인상(이상민), 예능 신스틸러상(윤정수)까지 무려 6개 부문을 거머쥔 건 이런 수치가 가진 힘이 여전하다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다. <미운우리새끼>는 일요일밤에 편성돼 무려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화제성도 좋았다.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나면 어김없이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물론 좋은 반응만 가득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좋건 나쁘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는 건 그만큼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미운우리새끼>는 실제로도 올해 SBS 예능에서 거의 유일하게 새로이 시도되어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다른 새로운 성과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운우리새끼>를 빼놓고 나면, 롱런하고 있지만 화제성이 예전만 하지 못한 <런닝맨>이나 <정글의 법칙> 그리고 꽤 레귤러로서 선방하고 있는 <동상이몽2>나 <불타는 청춘>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였다. 물론 시청률은 낮아도 새로운 시도로서 가치를 가진 <백종원의 푸드트럭>도 빼놓을 수는 없다.

결국 <미운우리새끼>가 시청률과 화제성 그리고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올해 [SBS 연예대상]의 대상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 대상 수상자로서 사실상 이 프로그램의 조율을 해온 신동엽 같은 MC가 아닌 어머니들에게 돌아갔다는 건 제아무리 이 프로그램의 팬이라고 해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면이 있다. 어머니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맞고 또 비연예인이라고 해서 대상을 못 받으리라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 대상이 더 시청자들을 얼떨떨하게 만든 건 시상식의 진행 과정과 그 결과가 너무나 엇갈린 부분도 작용했다. 즉 시상식은 시종일관 신동엽과 유재석, 김구라 같은 대상후보들을 주목시키며 그들의 경합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갔지만 갑자기 대상으로 생각지도 못한 어머니들 수상을 알리게 되자 조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 물론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함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앞서도 이야기했듯 연말 시상식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항상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중요해지는 건 시상식 자체가 어떤 결과에 대해 최대한 납득시키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과연 이번 [SBS 연예대상]의 대상 결정이나 그 과정이 적절했는가는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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