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독무대 된 ‘MBC연기대상’, 그 의미와 숙제

[엔터미디어=정덕현] 과연 총파업이 끝나고 경영진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역적>이 [MBC연기대상]의 주역이 될 수 있었을까. 올해 MBC드라마에서 단연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역적>이었고, 이것은 실시간 문자투표로 결정된 ‘올해의 드라마상’을 이 작품이 받게 된 사실에서 시청자들 또한 긍정할만한 결과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역적>의 중심을 처음부터 끝까지 잡아준 김상중이 대상을 받아간 건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MBC가 2018년에는 많은 분들의 기대 속에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되살아나길 기원하겠다. 그 중심에 최사장님이 함께 하실 거라고 믿는다.” 그의 이러한 수상소감은 지금의 MBC의 현실과 맞물려 의미심장한 울림을 만들었다.



<역적>은 결국 ‘백성이 주인인 세상’을 꿈꾸는 자들과 그들을 역적으로 몰아 도륙하는 권력과의 대결을 다룬 작품이다. 그것은 마치 MBC가 그간 겪어온 질곡의 시간들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변방으로 내몰렸던 많은 기자, PD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이 다름 아닌 MBC에서 방영될 때도 그 이야기의 울림이 남달리 컸던 건 그 상황에서도 MBC가 겪고 있던 아픔들을 이 드라마가 홍길동의 이야기로 에둘러 말해주고 있는 듯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드라마 속에서 염원했던 것처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MBC에서 <역적>이 연기대상의 독무대가 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처럼 보인다. 좋은 작품이었고, 현실적인 공감대도 그만큼 큰 작품이었으며 김상중만이 아니라 여기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놀라운 몰입을 선사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울림과 함께 남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그것은 <역적>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길동이 역할의 윤균상의 이름이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적>은 대상(김상중)과 여자최우수연기상(이하늬), 여자우수연기상(채수빈), 여자황금연기상(서이숙), 남자신인상(김정현), 올해의 작가상(황진영)을 받았다. 이 정도면 주인공이었던 윤균상이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역적>에서 윤균상의 연기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활빈당을 이끄는 수괴로서 김상중이 만들어놓은 강력한 결집력을 그는 제대로 이어받아 드라마에 무게감을 이어가는 역할을 해냈다. 쉽지 않을 사극연기에 액션과 멜로까지 겹쳐진 작품이었지만 그 다양한 장르들을 무리 없이 잘 소화해냈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는 무관이 되었던 걸까.



또 한 가지 의구심이 드는 건 <죽어야 사는 남자>의 최민수의 이름 역시 시상식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최민수는 특유의 과장된 톤의 연기를 통해 드라마 전체에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냈던 장본인이다. ‘짐 캐리’의 연기와 비교점을 만들 정도로 그의 이번 작품에서의 캐릭터 연기는 독보적이었다.

이처럼 이번 시상식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올해 특히 MBC가 겪은 그 많은 난관들과 그것을 헤쳐 나온 과정들을 떠올려 보면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역적>이 드라마를 통해 그려내고자 했던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이 과거 드라마왕국으로 불렸던 그 시절의 날카로운 현실인식과 함께 되살아나길.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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