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나 혼자’·‘미우새’ 시상식 싹쓸이, 나눠먹기보단 나은 걸까
기사입력 :[ 2018-01-01 11:26 ]


연예대상, 공동 수상 대신 몰표가 갖는 의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의외다. 2017년 연예대상 시상식이 모처럼 흥미로웠다. 2010년대 이후 땅에 떨어진 연말 시상식의 권위가 반등을 이룬 건 결코 아니지만, 자의든 타의든 뻔한 관성에서 벗어나 변화한 모습이다. 우선 KBS가 행사를 갖지 않으면서 더 이상 연말 시상식을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고 말하기 어렵게 됐다. 작금의 작황에도 불구하고 MBC가 연예대상 시상식을 열었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까웠지만 그래서 재밌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대상 수상자 명단도 이색적이다. MBC에서 타사 아나운서 출신의 전현무가, SBS에서 방송인도 아닌 <미우새>의 어머니들이 대상을 수상했다. 그러면서 지난 12년간 대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유재석의 이름은 사라졌다. 이는 마치 과거의 경험과 통계를 무색케 하는 기후 변화와 비슷하다. 2016년 KBS에서 메인MC급이 아닌 김종민이 대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매해 대이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베스트 커플상 등등 수상 목록들이 진지하게 글로 옮겨 되새기기에 황탄한 것들이 많아 수상자 명단은 생략하겠지만, MBC는 <나 혼자 산다>가 대상을 포함해 8개의 상을, SBS는 <미우새>가 대상을 포함해 6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싹쓸이했다. 이런 독식은 사내 종무식에서나 볼법한 공로패 수준의 몰염치한 나눠주기와 공동 수상이 만연하던 연말 시상식 시대의 종식을 고하는 결과다. 과거와 달리 공정한 기준을 내세우겠다는 의도를 했든, 특별무대까지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이 대거 참여한 MBC처럼 정말 경쟁자가 없다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든, 2017년 연예대상에서 나온 독식의 결과는 더 이상 관성적으로 연말 연예대상을 꾸려가기가 힘에 부침을 여실히 드러낸 일종의 사건이다.



꽤 오랫동안 공중파 방송사의 시상식은 연말 분위기를 책임졌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연말 시상식은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 분위기를 내는 대표적인 이벤트였다. <응답하라 1988>에서 나온 풍경처럼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연말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가족들끼리 늦은 시간 거실에 둘러앉아 올 한해 어떤 프로그램이 있었고, 우리가 즐겨본 것은 무엇이며, 과연 내가 좋아한 프로그램들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해 했다. 연말 시상식은 온 가족이 지난 시간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다의 매개였고, 각기 다른 시간대에 방영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영향력 있는 매체가 늘어나고 예능에 강세를 보이는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공중파 3사는 더 이상 예능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예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예능의 판도에도 불구하고 연예대상은 근 십여 년째 단 몇 명의 40대 예능 MC들이 독식하면서 예능의 경향성을 전혀 대변하지 못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공중파 3사 모두 새로운 경향을 제시했다거나 예능계에서 지분을 점유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연말 시상식 수상들이 캐스팅이나 몸값에 영향을 미치던 시절도 있었으나 그때와 달리 공중파 방송사의 플랫폼 파워는 미약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시상식을 열어야 하니 담당자들 입장에서도 곤욕이 아닐 수 없다. 공동 수상을 남발하려고 해도 이제는 프로그램 자체가 몇 없는 데다 그나마 남은 것들도 모두 고착화된 장수 프로그램들이다. 따라서 올해 MBC와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나타난 몰표의 결과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연예대상 시상식의 의미와 위상과 시스템이 버틸 수 없음을 드러내는 사정이라 여겨진다. <나 혼자 산다>의 경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캐릭터쇼를 근간으로 한 리얼버라이어티로 회귀했고, <미우새>는 여전히 매우 높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작년과 또 다른 새로움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내년에는 얼마나 더한 고육지책이 필요할지, 구세주 같은 파일럿들이 등장해 상황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발전적인 미래를 모색한다면 지금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방송환경이 계속 발전하고 복잡해질수록 각 개별 방송사의 시상식은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지금의 연예대상이 한해를 담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조각난 그물임을 인정하고 관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여러 현실적 어려움과 인식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기겠지만 어차피 매해 묘수를 짜내고 나름의 파격을 선보임에도 점점 가라앉고 있는 중이다. 통합 시상식에 대한 논의를 열어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바이벌쇼를 통해 적극적인 시청이 보편화된 마당에 지금과 같은 연말 시상식은 폐쇄적이고 수동적이며 규모면에서도 권위가 없다.



이를테면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에미상’이나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등과 같이 방송 3사의 권위와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대형 이벤트, 진짜 시상식다운 무대를 마련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한해를 돌아볼 행복과 즐거움과 같은 연말 이벤트를 되돌려주면서 땅으로 떨어지고 있는 방송사 연말 시상식의 권위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과연 여전히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이런 식으로 이어질 수상 명단이 더 말이 안 되는 것일까?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