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의 조세호 선택, 이래서 최상이다

[엔터미디어=정덕현] 드디어 조세호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고정멤버가 됐다.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결과다. 파업이 끝나고 재개된 첫 방송에 ‘뗏목 타고 한강 종주’에 불쑥 얼굴을 내민 조세호는 그 후 ‘수학능력시험 특집’에 등장했고, 2017년을 빛낸 인물을 찾아 나섰던 ‘무한도전 어워즈’에 이어 ‘파퀴아오 주먹이 온다’에도 출연했다. 이 정도면 이미 고정멤버나 다름없다 여겨질 수밖에 없는 시점에 <무한도전>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패러디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조세호가 고정멤버가 됐다는 걸 공식화했다.

그런데 이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 면이 있다. 즉 ‘뗏목 타고 한강 종주’에서 날이 어두워져 중도에 포기하게 되고, 그래서 대신 치러진 미션이 ‘수학능력시험 특집’이었으며, 그 시험의 벌칙으로서 ‘파퀴아오와의 면담’이 있었기 때문에 조세호는 연달아 <무한도전>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눈치 빠른 팬들이라면 그가 <무한도전>의 고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심증을 가질 수밖에 없는 행보였다.



애초에 6명 멤버를 꾸리는 것이 여러모로 안정적이라는 건 오래도록 <무한도전>을 봐온 시청자들도 아는 일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이렇게 고정출연자로 서는 과정을 통해 드러난 조세호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다. 뗏목 타고 한강 종주 미션에서 그런 미션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세호는 양복차림으로 나와 특유의 억울한 표정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웃음을 주는 스타일은 ‘프로불참러’가 빵 터진 것처럼 ‘당하면서 웃기는’ 방식이다. 어딘지 억울함을 당했을 때 나오는 그의 당황한 기색은 보는 이들을 웃게 만든다.

조세호의 이런 면들은 <무한도전>에 새롭게 영입돼 들어온 양세형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양세형은 전형적인 ‘깐족형’이고 그래서 누군가를 놀리거나 공격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준다. 그러니 새로운 고정 멤버로서 조세호 같은 ‘수비형 예능인(?)’은 겹치지도 않고 오히려 조합을 했을 때 괜찮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새내기인 양세형이 갖는 부담들을 조세호는 넉넉히 풀어내줄 수 있는 캐릭터다.



아울러 이미 <룸메이트> 등을 통해 의외의 영어 실력을 보여준 바 있는 조세호는 ‘수학능력시험 특집’을 통해 그 브레인으로서의 반전 면모를 드러내줬다. 또 이어진 ‘무한도전 어워즈’에서는 인터뷰에서 엉뚱한 질문을 계속 던져 면박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파퀴아오 특집에서는 그의 ‘당하는 리액션’이 가진 웃음의 능력(?)을 제대로 드러내줬다. 그러니 이 몇 회분 동안 조세호는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주면서 동시에 <무한도전>에서 그 캐릭터가 괜찮은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준 셈이다.

그렇지만 이 몇 주 동안의 모습보다 더 중요한 건 그가 지금껏 예능에서 꽤 오랜 시간동안 쌓아왔던 다양한 경험들이 만들어내는 진정성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 ‘프로불참러’로 각인된 조세호는 사실 꽤 오랜 시간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인물이다. 김구라가 <라디오스타>를 통해 자주 언급하면서 그 이름이 소환된 바 있지만, 조세호는 남창희와 함께 예능의 중심으로는 들어오지 못했었다.



약 10년 전 방영됐던 KBS <웃음충전소>에서 ‘타짱’이라는 코너에 그가 말 가면을 쓰고 등장했을 때 그는 조세호가 아닌 ‘양배추’로 불렸다. 웃음은 주었지만 그리 주목은 받지 못했던 그는 이후 토크쇼 게스트로 얼굴을 보이다 SBS <룸메이트>에 고정으로 들어오면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프로불참러’로 주목을 받게 되고 <무한도전>으로까지 입성하게 된 것.

그 과정에서 그는 <웃음충전소> 시절의 콩트 코미디, 토크쇼에서의 남다른 토크 능력, <룸메이트>에서의 캐릭터쇼 등을 체득했다. 여기에 그의 절친인 이동욱이 얘기한 것처럼 그는 남다른 체력과 운동신경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러니 <무한도전>이 다양하게 요구하는 콩트, 토크, 캐릭터쇼, 리얼리티쇼까지 두루두루 소화해낼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진정성 위에 특유의 당하는 캐릭터로서의 면면은 그를 호감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조금은 갑작스러울 수 있는 연이은 출연과 함께 전격적인 고정 선언에도 불구하고 조세호에 대한 박수와 축하의 목소리가 더 큰 건 그래서다. 그의 합류로 향후의 <무한도전>에 대한 기대감은 그만큼 더 커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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