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엔드 호평, 옹알스가 보여주는 K코미디의 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에 선 일이 지난해 K팝에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이라면, 옹알스가 영국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초청 단독 공연 무대에 섰고 그 공연이 현지에서 호평일색이었다는 사실은 지난해 K코미디에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이라고 부를 만하다. 지난해 12월 4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5주간 웨스트엔드에서 펼쳐진 옹알스의 공연에는 입소문을 타고 줄 서서 보는 인파들이 몰렸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포함한 매체들은 일제히 호평을 쏟아냈다.

이미 지난해 8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아시안 아트 어워드 베스트 코미디 위너상을 수상했던 옹알스였다. 그들이 웨스트엔드의 무대에 서게 된 것도 이제는 글로벌하게 알려진 그들의 명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스티벌 무대에서의 수상이나 호평과 웨스트엔드 같은 정기공연에서의 호평은 성격이 다르다.

“우울한 출퇴근 하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공연”, “옹알스의 배블링 코미디는 너무 웃어 눈물이 나오게 만든다”, “옹알스는 한국 코미디의 자랑” 같은 현지 매체들의 옹알스에 대한 호평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그것은 지난 10년 간 편한 길이 아닌 어려운 길을 걸어 지금의 위치까지 온 옹알스의 땀과 눈물이 만들어낸 결과다.

알다시피 옹알스는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무대 개그의 한계를 느낀 옹알스는 직접 길거리로 나와 공연 코미디를 시작했고, 전 세계의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그 이름을 알려왔다.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처음 참가했을 때만 해도 무명이었지만 차츰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 스위스 몽트뢰 코미디 페스티벌, 시드니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을 거치며 이제는 초청받아 공연을 하는 K코미디의 대표주자가 됐다.

옹알스가 이처럼 해외에서 먼저 호평을 받은 건 그들의 코미디가 저글링, 마임, 비트박스가 섞인 논버벌 퍼포먼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언어의 장벽 자체를 뛰어넘는 논버벌의 힘이 그들의 코미디에 날개를 달아주었다는 것.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한 인기가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먼저 선보인 ‘칼군무’ 같은 논버벌이 우선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옹알스의 성공은 현재 정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무대개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그콘서트>로 대변되는 무대개그는 최근 들어 유튜브 같은 매체의 등장과 그 매체들이 쏟아내는 1인 방송의 영향으로 과거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개그’라는 말 중심의 코미디가 갖는 한계는, 글로벌을 겨냥하는 시대에 논버벌의 중심이 몸 개그와 현장형 코미디를 더더욱 요구하고 있다. 옹알스는 바로 이런 요구에 대한 실증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옹알스가 만들어낸 공연형 코미디라는 분야는 사실상 과거 이미 TV로 코미디가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네 코미디의 본령이나 마찬가지였다. 기예와 재담이 엮어진 공연이 당대 유랑극단이 해왔던 코미디의 진수였던 것. TV로 흡수되면서 사라져버린 그 명맥이 이제는 논버벌을 더 요구하는 글로벌 시대에 코미디의 대안처럼 다가오게 되었다.

TV코미디는 그 대중적인 반향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코미디가 가진 잠재력을 너무 축소해버린 면이 있다. 특히 점점 짧아진 개그 코너들은 너무나 인스턴트식으로 코미디를 소비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코미디가 그간 억눌러왔던 잠재력들을 TV가 아닌 현장 공연을 통해서도 펼쳐 나가야할 때다. 코미디도 훌륭한 공연이 될 수 있다. 글로벌한 호평을 받아낸 옹알스가 증명한 것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윤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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