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고 안타깝고... ‘그사이’ 이준호와 원진아, 그냥 사랑하게 해주길

[엔터미디어=정덕현] 드라마 제목이 <그냥 사랑하는 사이>지만 여기 출연하는 강두(이준호)와 문수(원진아)의 사랑은 어째서 그냥 사랑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걸까. 강두는 문수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알고 또 사고후유증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자신이 같은 상처를 가진 문수에게는 또 다른 부담일 수 있다는 걸 느끼며 그를 멀리한다. 차라리 서주원(이기우) 같은 많은 걸 가진 인물이 문수와 엮어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수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강두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는 계속해서 문수를 밀어낸다. 하지만 실망한 그에게 할멈(나문희)은 말한다. “그 놈이 멀리한다는 건 그만큼 자네를 아낀다는 것”이라고. 그래서 문수는 또다시 강두를 찾아간다. “싫어질 때까지 계속 올 것”이라며.

어찌 보면 강두와 문수의 이런 사랑 이야기는 너무 틀에 박힌 삼각구도를 보여준다. 자신은 가진 게 없어 ‘사랑하기에 밀어낸다’는 그런 이야기.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틀에 박힌 이야기가 너무나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래서 제목처럼 ‘그냥 사랑하게 해주면’ 안되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냥 하는 사랑조차 이들은 왜 이토록 어렵게 하고 있느냐고 묻고 싶은 것.



이런 감정을 갖게 되는 건 이 드라마의 대전제로서 사고와 사고가 남긴 상처라는 우리네 정서를 건드리는 요소들 때문이다. 이미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들에게 이런 재난이 주는 정서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우리도 모르는 새 갖게 되는 죄책감이나 부채감 같은 것들이 담겨져 있다.

드라마는 강두의 이야기를 통해 사고로 죽은 이들만이 아닌 남은 이들이 겪는 상처가 여전하다는 걸 드러낸다. 강두가 쇼핑몰 붕괴사고 터에 세워진 추모비를 때려 부수게 된 건 단지 그런 추모비에 새겨 넣은 이름 석 자들로 이 모든 상처들이 지워질 수 없다는 걸 말해주기 위함만은 아니다. 그는 말한다. 거기 추모비에 적혀 있는 이름말고도 살아남은 이들 또한 죽을 만큼의 고통을 계속 겪고 있다고.

그래서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보는 마음 속에는,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강두와 문수의 사랑이야기를 떠나서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가슴에 담겨져 있던 많은 재난 속의 희생자들과 생존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 대한 부채감 같은 것들이 어른거린다. 괜스레 문수와 강두가 걱정되고 또 그들의 사랑이 더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건 바로 이런 현실에서 겪었던 그 사건들이 부여한 감정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환기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강두를 걱정한다. 여전히 사고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통제를 끼고 살아가며 뭐하나 미래를 꿈꾸지 않는 그를 걱정한다. 시청자들은 문수를 걱정한다. 사고 후 풍비박산 난 가족 속에서 그나마 꿋꿋이 살아가던 그가 이제 막 사랑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는데 그걸 또 다시 사고의 기억들이 가로막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강두의 하나뿐인 가족이나 다름없는 할멈이 저대로 생을 마감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자식을 잃은 그 마음을 숨기고 있지만 사고 현장을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근처에서 국수집을 하고 있는 문수의 아버지와, 술로 나날을 보내는 문수의 어머니를 걱정한다. 이들이 원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그냥 살아가게 해달라는 것. 그냥 사랑하게 해달라는 것. 그것조차 쉽지 않다는 게 못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래서 한번 보면 계속 이들을 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들이 잘 사는 모습을 못내 보고 싶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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