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환한 데이비드, ‘어서와’가 찾은 신의 한수

[엔터미디어=정덕현] “데이비드는 친구이자 나의 두 번째 아버지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영국편에서 탐험가 제임스 후퍼는 데이비드를 그렇게 소개했다. 이번에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친구는 데이비드, 앤드류, 사이먼. 앤드류와 사이먼이 20대인데 반해 데이비드는 65세로 지금껏 이 프로그램에 나왔던 친구들 중 최고령이다. 지금껏 항상 또래 친구들로 구성했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는 사뭇 다른 선택이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는 여행에서도 그 차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행을 오기 전 영국에서 계획을 짜는 이들의 모습에서부터 그 차이는 드러났다. 버스를 타자는 데이비드와 달리 앤드류와 사이먼은 자전거를 빌려 타거나 도보여행을 하자고 했다. 만능 스포츠맨인 사이먼은 번지점프 같은 것도 할 거라고 했다. 또 산 정상에까지 올라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고령인 데이비드 입장에서는 다소 난감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특유의 젠틀맨 스타일인 앤드류는 “데이비드를 업고 올라갈 것”이라며 농담을 섞어 웃게 만들었다.

공항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인사동으로 이동하는 과정부터가 데이비드에게는 그리 쉬워 보이지 않았다. 무거운 트렁크를 들고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는 모습에서 그 힘겨움이 역력했으니 말이다. 막상 지하철을 빠져나와서도 그들이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지 못해 정반대 방향으로 길을 헤맸고, 결국 한 가게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다행스러운 건 이 아주머니가 친절하게도 게스트하우스에 직접 전화를 해서 그 위치를 알려줬다는 것. 너무 친절한 아주머니에게 이들은 영국인 특유의 폐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늘 깜박깜박하는 데이비드는 자기 트렁크를 그 가게 앞에 세워둔 것조차 잊고 가다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는 되돌아와 가방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게 뭐가 그리 우스운지 사이먼은 특유의 폭소를 터트렸고, 당사자인 데이비드도 머쓱해하면서도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조금은 힘겹게 숙소를 찾아 두 다리를 뻗고 녹차 한 잔을 마시는 모습에서는 그래서 그 어느 외국친구들의 첫 여정보다 더 편안함이 묻어났다.

그래서 데이비드가 조금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걸 한껏 즐기는 모습은 이들의 여행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사실 젊은 또래 친구들이 하는 여행들이야 작은 시행착오 정도는 별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했지만, 고령의 데이비드에게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서울 거리를 걷는 일도 작은 도전처럼 여겨지게 했다. 하다못해 한식당을 찾아 첫 식사를 할 때 서툴지만 결국은 성공시키는 젓가락질 하나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전쟁기념관을 찾아 남다른 숙연한 모습을 보이는 데이비드에게서는 확실히 삶의 경륜 같은 것이 느껴졌지만,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너무 피곤해 졸다가 머리를 차창에 부딪치고는 멋쩍어 하는 모습에서는 여전한 청년 같은 허당기가 보는 이들에게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또한 데이비드의 합류로 20대와 60대가 나란히 함께 여행을 하고 또 친구처럼 어우러지는 모습은 나이라는 것이 장벽이 아니라 그저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특히 첫 아시아 여행이 갖는 그 낯선 경험들을 온전히 즐겁게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그 마음은 청춘의 그것 그대로였다.

“제 머릿 속에서 저는 아직 스물한 살이에요.”라며 데이비드는 “저는 늙어가고 있지만 그에 맞서서 싸우고 싶어요.”라고 인터뷰를 통해 말한 바 있다. 첫 회가 방영된 것뿐이지만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데이비드의 이번 여행이 그에게 남다른 추억이 되길 기대하게 됐다. 그래서 그가 실수를 하거나 멋쩍어 환하게 웃을 때 한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 여행에서 그의 웃음을 더 많이 접할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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