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저니맨 조세호가 ‘무도’에 쏘아올린 작은 공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조세호의 전격 가세로 <무한도전>은 시즌2로의 재편을 완성했다. 기존의 원년 핵심멤버 노홍철, 정형돈이 빠진 자리에 양세형과 조세호가 합류하면서 자의반타의반 새로운 캐릭터쇼의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조세호에게 쏟아지는 환호와 기대다. 인턴처럼 등장해 자리 잡은 길이나 양세형, 대단위의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광희, 그리고 최근의 배정남 등이 겪은 비판적인 시선과 달리 까다롭기로 유명한 <무도> 시청자들이 조세호에게 만큼은 기대와 호감 일색이다. 지난주 MBC 아침 뉴스에 동장군으로 분한 기상캐스터로 등장했을 때도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이런 호감의 원천은 스스로 프로봇짐러라 부르는 조세호가 지난 20여 년간 쌓아온 패배와 굴곡진 역사의 응축에 있다. 굳이 양배추 시절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조세호는 김구라, 유재석 등이 언급을 통해 보살피는 것이 웃음의 전부가 될 정도로, 잘 안 풀리는 개그맨의 대명사였다. <룸메이트> 출연시절이나 프로불참러로 한창 예능 패널로 활동한 나름의 얕은 전성시절도 있었고, <런닝맨>, <코빅>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쉼 없이 활동한 중견 코미디언이지만 프로불참러가 탄생한 사연에서 볼 수 있듯 그는 다소간의 억울한 표정과 대우가 너무나 어울린다. 시청자들은 이런 캐릭터로 오랜 시간을 버텨낸 조세호가 드디어 마주하려는 달콤한 성과에 박수와 호감을 보내는 것이다.



20여년이란 짧지 않은 방송활동 동안 조세호 캐릭터의 기본은 낮은 자세를 견지한 샌드백 역할이었다. 조세호가 일본식 가학 개그를 추진했던 양배추 시절이나 휘성 모창, 최홍만 성대모사 등으로 웃음 봇짐 몇 가지 꾸려지고 다니던 시절과 달라진 건 바로 이 샌드백 캐릭터로 자리 잡게 되면서부터다. 유느님으로 통하는 유재석이 대놓고 “자기야”라며 불러내 대놓고 구박할 수 있는 유일한 방송인인 조세호는 스스로 드리블해서 웃음과 재미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관계 속에서 당하며 뭔가 억울한 상황 속에서 웃음을 유발한다(바로 이런 점이 절친 남창희와의 듀오 활동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룸메이트>에서 분위기와 진행을 전담했지만 정작 웃음은 여자 출연자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하는 모습에서 나왔다. <라스>와 <런닝맨> 등에 게스트로 출연해서도 김구라에 당하고 유재석에게 구박받는 억울함과 부족함으로 웃음을 만들어냈다.

캐릭터쇼라는 차원에서도 조세호의 합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장수 예능의 노쇠한 관계망에 새로운 에너지와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새 인물을 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런닝맨>이 보여줬듯이 중추를 바꾸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더라도 샌드백 역할만 보강해도 기존의 관계망에 활력이 돈다. 깔아주는 역할을 하던 정형돈이 빠지고 정준하가 점점 지분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성능이 검증된 샌드백인 조세호의 가세는 현재 <무도> 캐릭터쇼의 역학상 양세형의 깐족임을 중화하고, <무도>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주변 멤버들을 극대화하는 유재석의 진행 스타일상 서로 주고받을 새로운 웃음 파트너가 영입된 것인 만큼, 그 분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박명수의 시기질투가 이해 안 되는 바가 아니다.



종합하자면 조세호가 호감 예능인으로 <무도>에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편으론 노쇠화하고, 한편으론 너무 높아진 <무도>의 지위를 끌어내리기에 가장 적합한 커리어와 진정성을 가진 예능인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다 보는 앞에서 어려운 시절을 겪었고, 그것이 캐릭터로 체화되어 있다. <무도>의 본령인 부족한 남자들의 성장기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지난 세월동안 시청자들에게 보여줬기 때문에 더 이상 증명해보일 것도 없다.

최근 <무도>는 과거 부족했던 시절의 낮은 자세로 돌아가려 노력한다. 파업 이후 방영되는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이런 낮음을 지향하는 특집들이다. 지적 부족을 보여준 수능특집이나 운동능력의 부재를 드러낸 파퀴아오 특집, 두 노장 출연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 <코빅> 출연 등등 지난 시간을 리셋하고 낮은 자세로 다시 한 번 함께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지난주 면접의 신 특집도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 청춘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인 동시에 거물이 된 멤버들을 신입사원 면접을 보는 취준생의 절박한 상황으로 내모는 설정이었다.



이런 <무도>의 최근 무드에 낮은 자세와 억울함이 체화된 캐릭터인 조세호의 가세는 다시 새롭게 하나씩 쌓아가려는 현 상황과 매우 잘 맞아 떨어진다. 그간 어려움을 겪고 성공신화를 쓰는 중인 조세호의 상승 에너지는 침체된 <무도>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호감을 불어넣어주고, 캐릭터쇼의 역학 관계에서도 박명수와의 콤비 플레이만으로는 어려움을 겪던 유재석에게 새로운 엔진을 달아주는 격이다. 새롭게 가세한 리베로 조세호의 깔끔한 디그를 바탕으로 유재석은 보다 안정적인 토스가 가능해졌다. 이를 받아 다른 멤버들이 스파이크를 제대로 날리기만 하면 된다. 프로불참러, 뚜렷한 대표작이 없던 예능 저니맨 조세호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저 하늘 높이 떠올랐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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