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의 1년 농사, 사단이라는 화단의 탄생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 외전>을 마무리하는 감독판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무수히 많은 이름들이 올라온다. PD만 해도 나영석, 신효정, 장은정, 이진주, 양정우, 박현용, 정민경, 양슬기, 임경아까지 무려 9명이고 작가는 이우정, 최재영, 김대주를 비롯해 무려 25명이다. 그리고 이 이름들은 고스란히 최근 새로 시작한 tvN <윤식당>의 엔딩 크레딧에도 올라있다.

물론 이들이 모두 각각의 프로그램에 한꺼번에 투입되는 건 아니란다. 나영석 PD에게 왜 이렇게 많은 PD들을 프로그램 엔딩 크레딧에 다 올리느냐고 묻자,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신서유기>, <윤식당>,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강식당>, <알쓸신잡> 등등 각각의 프로그램들을 각각의 PD들이 나누어 만들고 있지만 그들이 한 팀이라는 걸 그 엔딩 크레딧에 담고 있다는 것. 실로 ‘나영석 사단’이라는 표현이 실감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1년 여 전 나영석 PD를 만나 2017년에는 어떤 계획들을 갖고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때 나영석 PD는 올해는 후배들과 함께 하는 작업들을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나왔던 것이 이진주 PD와 함께한 <윤식당>이고, 이우형 PD와 함께 한 <신혼일기>이며, 양정우 PD와 하나의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한 <알쓸신잡>이었다.



물론 2017년에는 이밖에도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을 나영석 PD가 내놓았는데 거기에도 어김없이 이진주 PD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신서유기>는 나영석 PD가 함께는 해도 이미 자기 색깔과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신효정 PD가 전적으로 일궈나가며 또 한 분파를 이미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신효정 PD가 <신서유기>의 유전자로 <꽃보다 청춘>과 <윤식당>과의 콜라보를 통해 <신서유기 외전>으로 위너가 출연하는 <꽃보다 청춘>과 <강식당>을 내놓은 건 이른바 나영석 사단이 앞으로 그려갈 예능의 큰 그림을 예감하게 만든다.

그것은 <윤식당>으로 힐링 예능의 확고한 위치를 잡아가고 있는 이진주 PD와 <알쓸신잡>이라는 교양 예능으로 자기 이름을 제대로 세우고 있는 양정우 PD, 그리고 <신혼일기>를 통해 본격 리얼리티 카메라의 색깔을 보여준 이우형 PD 같은 후배들이 향후 나아갈 길을 미리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들은 신효정 PD가 그러했듯 나영석 사단이라는 큰 틀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번 <신서유기 외전>처럼 다양한 콜라보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것.



흔히들 ‘사단’이라는 표현을 하면 어딘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그것은 마치 제 식구 챙기기 같은 뉘앙스를 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영석 사단에서의 ‘사단’은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해나간다는 의미에서의 ‘결속력’을 드러내주는 느낌이 거기에는 들어 있고, 또 확고한 나영석표 예능이라는 브랜드가 유지되면서도 동시에 후배들 저마다의 색깔을 적극적으로 키워주는 ‘확장’된 그림의 의미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나영석 PD에게 물었다. 2018년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느냐고. 그러자 그는 올해도 후배들과 함께 하는 작업들을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했다. 1년 농사로 나영석 사단의 많은 씨앗들이 이미 싹을 틔웠다고 보인다. 올해는 그 싹들이 저마다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지 그래서 나영석 사단이라는 화단을 가득 채울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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