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무엇이 이 소박한 행복에 빠져들게 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이게 뭐라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걸까. 지난 3일 방영된 <나는 자연인이다>는 사상 최고시청률 7.2%(닐슨 코리아)를 찍었다. 딱히 특별한 이야기나 인물이 등장해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게 아니다. 자수성가해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아왔지만 어느 날 공장 일을 돕던 아내가 기계에 팔을 다치고 회의감을 느껴 산을 찾았다는 이가형씨의 사연이었다. 아내와의 행복한 노후를 준비하는 그에게 넉넉한 품이 되어준 산. 그 곳에서의 행복한 일상이 소개된 것.

10일 방영된 이용인씨의 이야기 역시 그리 새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장남으로서 일찍부터 배를 탔고, 뭍으로 와서는 공사현장에서 일을 해왔다는 이용인씨. 그러다 허리를 다쳐 일을 못하게 되자 아내가 대신 일을 나갔고 그러면서 소원해진 부부는 이혼까지 하게 됐다. 결국 그 상실감에 술로 세월을 보내다 산으로 들어와 다시 건강과 행복을 찾았다는 이야기.



2012년부터 방영되어 지금껏 278회를 맞고 있지만 그 내용은 굉장히 특별할 것도 다를 것도 없다. 산 중 자연인들의 삶이라는 것이 크게 다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산에서 나는 것들로 건강한 끼니를 챙겨먹고 집을 돌보거나 함께 지내는 동물가족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며 때론 몸을 위해 단련을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회 이 프로그램은 바로 그 한결같고 소박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 형식마저도 거의 정해져 있다. 윤택이나 이승윤이 산을 오르는 장면이 나가고 자연인과의 특별한 만남이 이어지고, 자연인이 만들어 내놓는 건강한 음식으로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며 두런두런 살아왔던 삶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실제 자연인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지면서 그들이 그 산에까지 오르게 된 사연이 얹어지는 것.



그런데 그 사연 속에서 자연인들의 저마다의 독특한 캐릭터가 드러난다. 어려서부터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터로 나가야 했고 거의 한평생을 고단하게 살아왔던 이용인씨는 의외로 흥이 넘친다. 윤택을 만나고 연실 외쳐대는 “너무 좋아!”라는 말은 그래서 그의 삶과는 사뭇 상반되지만, 그가 한때 개그맨 시험까지 봤었다는 이야기는 그의 그런 긍정이 어려움 속에서도 힘을 내기 위한 데서 나온 것이란 걸 느끼게 한다.

그가 해먹는 음식은 산에서 나는 것들을 갖고 밥과 찌개 정도로 차려지는 것이지만, 그걸 먹는 자연인과 윤택의 표정은 한없이 밝다. 특별히 챙겨 내놓은 가물치 찌개와 회, 멧돼지 갈비살 구이 같은 음식에서는 화려함보다는 찾아온 손님에 대한 깊은 정 같은 게 느껴진다. 눈치 볼 것도 없고 돈 걱정 할 일도 없어 보이는 그 자연인의 삶은 실상 외로울 수 있겠지만 방송이 잡아내는 며칠간의 도회지 손님과의 시간들은 즐겁기 그지없다.



자연인이 보여주는 별 것도 없는 소박한 행복에 이토록 시청자들이 빠져든다는 건 그래서 거꾸로 그들이 떠나왔던 도시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누군가는 성공을 위해 자신과 가족을 돌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왔고,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으며, 누군가는 각박한 도시의 삶에 깊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인이다>는 바로 그들이 떠나왔던 자리에 서서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소박하지만 강력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그것을 직접 실천하기는 어려워도 그걸 슬쩍 보며 단 한 시간만이라도 도시의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고픈 그 욕망을 건드리고 있는 것.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보면 도시의 그 많은 룰들이 너무나 인위적이고 가짜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오히려 자연인의 삶이 본질에 가깝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바로 이 점이 <나는 자연인이다>를 빠져서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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