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혜교, 왜 자꾸 무거운 작품에 눈돌릴까?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배우 송혜교는 우리 나이로 서른살이다. 20대 중반에는 귀엽고 통통 튀는 매력만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했다. ‘순풍산부인과’에서 통통 튀는 매력을 발휘했고, ‘가을동화’ ‘풀하우스’에는 송혜교가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쟁력을 갖췄다. ‘풀하우스’에서 ‘곰 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하고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불러도 밉상이 되지 않고 귀여울 수 있는 몇안되는 여배우였다. ‘호텔리어’때만 해도 트렌디물의 여주인공으로 잘 어울렸다. 송혜교의 20대는 그렇게 반짝반짝 빛났다.

그런데 송혜교는 서른살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로맨틱 트렌디물의 주인공으로 거의 나오지 않는다. 멜로물의 감독과 PD가 송혜교를 쓰지 않기 때문일까, 송혜교가 이제 가벼운 트렌디물은 피하기 때문일까?

20대에 귀엽고 통통 튀는 매력을 지녔던 여배우는 30대만 되어도 과거의 컨셉을 유지하기 힘들다. 새로운 후배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아직 늙은 나이가 아닌데도 신선한 매력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제작자들도 과거 귀엽고 예뻤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이런 여배우들을 변신시키기가 쉽지 않아 캐스팅를 꺼리는 추세다.
 
송혜교만 그런 것도 아니다. 장나라와 채림처럼 통통 튀는 귀여움을 지녔던 배우들도 이제 트렌디물 주연을 맡기기는 쉽지 않다. 외모가 그렇게 많이 변한 건 아닌데도 당시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

반면 김소연, 하지원, 김하늘 등 통통 튀는 매력으로 승부하지 않았던 여배우들은 나이가 들어도 로맨틱 코미디, 트렌디 멜로물에 출연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들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느낌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송혜교는 다른 작전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작가주의적 성향을 지녔다든가 독립영화나 조금 더 강한 이미지로 나온다. 국제적인 작품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활동으로 볼 때 이 방법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파랑주의보’, 사극 ‘황진이’, 미국 독립영화 ‘페티쉬’, 옴니버스영화 ‘카멜리어’ 등 영화에서는 한번도 티켓파워를 보여주지 못했다. 량차오웨이, 장쯔이 등과 함께 출연하는 왕가이 감독의 ‘일대종사’는 3년째 촬영이 이어지고 있다. 비주얼과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배우보다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되려는 송혜교의 의지는 읽을 수 있지만, 배우가 대중성도 갖춰야 한다.
 
지난 27일 개봉한 영화 ‘오늘’도 꽤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영화다. 자신의 약혼자를 숨지게 한 소년을 용서하는 방송PD 다혜(송혜교)를 통해 진정한 용서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7일 일일관객수는 5589명으로 국내 영화중 꼴찌인 박스오피스 8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스크린수는 174개지만 벌써부터 교차상영의 굴욕을 당하고 있다.
 
송혜교는 드라마도 방송가 사람들의 일과 사랑 사이의 고민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성찰한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과 같은 색깔있는 작품에 출연했다. 노희경 작가 드라마치고는 그나마 덜 무거운 드라마였다.


 
이제 결론을 말하겠다. 송혜교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없음을 지적하려 한다. 콘텐츠를 못 골라도 너무 못고른다는 생각이다. 송혜교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세계 3대 국제영화제의 레드 카핏을 벌써 밟고도 남았을 정도다. 하지만 박찬욱이나 봉준호 감독이 송혜교를 선택하지 않는다. 비(정지훈)도 박찬욱의 영화중 가장 많은 악평에 직면했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찍었다.
 
그럼 송혜교에게 추천하겠다. 방향을 선회하라는 주문이다. 10년전 통통 튀는 매력이 반감됐다 해도 송혜교는 송혜교다. 물론 상황은 좋지 않다. 10대 후반부터 새로운 후배들이 귀엽고 발랄한 여배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렇다 해도 자꾸 무거운 작품에 도전하는 건 자신의 특기를 살리지 못하는 행위다.
 
송혜교의 특기는 여전히 웃을 때의 귀여움이다. 심각하고 무거운 표정보다는 밝고 말랑말랑한 모습이 훨썬 더 잘 어울린다. 스스로 자신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시라. 뛰어난 연기력를 갖췄는가? 무거운 소재와 잘 어울리는가?
 
송혜교가 캐스팅이 순조롭지 못했던 만화같은 드라마 ‘풀하우스2’에 출연했다면 이 사실만으로도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7년전 ‘풀하우스1’의 매력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 >wp@heraldm.com 


[사진=영화 ‘오늘’, KBS '풀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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