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윤식당’은 라이프스타일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2>이 나영석 사단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예능의 새 역사를 스스로 만든 자신들의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하는 중이다. 지난해 이른 봄 찾아온 <윤식당>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찬사를 쏟아내고 있고 시청률은 매회가 상한가다. 그런데 <윤식당2>는 스페인 남부의 작은 섬으로 보다 멀고 생소하고 이국적인 장소로 떠난 것 외에 전작과 다른 새로운 설렘은 없다. 익숙함의 미학이랄까, 발리로 떠난 <윤식당>과 출연진도 신구와 박서준만 빼면 다르지 않고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의 슬로라이프라는 로망과 한류의 세계화라는 재미 코드를 여전히 주재료로 삼는다.

첨가된 것이 없다. 미리 준비된 고급스럽고 멋진 인테리어의 매장에서 오로지 ‘하루 장사’에만 몰두하면 되는 환경이 발리에서와 마찬가지로 조성되어 있고, 외국인 손님들에게 한식 메뉴를 내놓고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똑같다. 오히려 덜어냈다. 요리나 운영이 능숙해져서 그런지 초보 사장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전편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그래서 <윤식당2>에 쏟아진 대부분의 평가처럼 슬로라이프의 로망과 여행의 설렘과 같은 전작과 같은 장점을 꼽는 것만으로는 이번 시즌의 폭발적인 반응이 설명되지 않는다. 전편이 새로운 로망을 제시했다면, 이번엔 그 로망을 일상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다시금 꽃피운 로망은 어딘가로 떠나는 것과 함께 무언가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일상의 태도에서 싹을 틔웠다. 더욱 더 동화 같은 배경 속에서 소소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두 번째 차린 <윤식당>에는 떠나온 설렘만큼이나 잔잔한 일상의 공감대가 서려 있다.



배우들이 식당을 한다. 자신들의 인지도가 통하지 않는 세상에 놓인 배우들이 시장조사도 하고, 매일 장을 보고, 손님들을 응대하고, 때로는 호객과 신메뉴 개발도 한다. 각자의 작품을 이끄는 주연 배우들이 스페인어 과외도 받고, 전문가뿐 아니라 어머니께 레서피를 전수받아 요리 연습을 한 다음, 주방에 들어가거나 서빙을 한다. 배우가 연기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설명하고 보여줄 수 없는 노력의 땀방울과 인간미가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반응과 보람도 마찬가지로 직접적이다. 힘을 합쳐 함께 주어진 미션을 이뤄나가는 그림은 <윤식당2>의 로망과 시청자들의 현실이 교류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깨끗하게 비운 손님의 빈 접시에서 소확행, 휘게, 라곰 따위의 기쁨을 누리고, 확실한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 보장된 환경은 굳이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유럽의 시골 섬마을이 아니더라도 무릉도원이다. 사실상 수많은 현실적 제약과 난관을 제한 진공의 가장 현실이라 할 수 있지만 자기자리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하루하루 해내가는 동화에 시청자들은 마음을 빼앗겼다. 반복하고 또 반복해도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은 우리네 현실이 그렇게 평온했으면 하는 은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식당2>를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단순해지고, 입가엔 미소가 지어지며 마음은 따뜻해진다. 여행의 로망을 자극하는 분위기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풍경 속에서 걱정을 사라지게 만들고, 삶에 여유와 용기를 가져다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단순 노동이 주는 즉자적인 보람과 가치에 몰두하는 단순한 이야기를 지켜보다 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일상과 여행, 동화와 현실을 한데 뒤섞어 먹는 비빔밥 같은 <윤식당2>의 매력은 여기서 피어난다.

우리나라에서 했으면 <강식당>처럼 문전성시가 확실시 됐겠지만 아무도 모르는 동네에서 생소한 메뉴를 내놓고 장사를 하면서 리얼리티가 부여되었다. 그렇게 <윤식당2>는 두 번째 오픈 만에 여행 예능의 범주를 넘어선 라이프스타일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윤식당의 성장 스토리가 반복이 아니라 또 한 번의 반가운 이야기로 다가오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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