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둥지탈출2’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둥지탈출2>는 나아갈 길을 잃은 청소년을 보는 듯하다. <둥지탈출>의 첫 시즌은 부모자식의 관계 그리고 부모의 품을 벗어난 청소년, 청춘들의 자립이란 키워드가 있었다. 연예인, 셀럽의 10대 자녀가 그들끼리 외국으로 떠나 자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해외 배낭여행 캠프다. 금수저 논란이 뒤따르긴 했지만 연예인이 아닌 10대 소년소녀들의 자연스러운 모습, 또래문화 속에서 역할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미덕이 있었다. 온실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다소 부족한 환경에 씩씩하게 적응하고, 함께하는 공동체 생활에 녹아드는 모습들, 조기교육의 결실인 유창한 어학능력 확인 등 시청자나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대견한 모습을 발견하는 교육 예능의 요소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재정비해서 나타난 시즌2는 아이들의 해외 생활 지켜보기란 외형만 그대로 두고 교육적, 가족적 관계라는 모드 대신 하이틴 여행 예능으로 탈바꿈해서 나타났다. 제작진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으나 스타성 있는 아이들의 캐스팅으로 방향을 잡고 연예인 2세라는 금수저 논란 또한 정면으로 품었다. 연예인 부모를 둔 자녀가 출연한다는 시즌1의 설정과 달리 아역 배우, 10대 힙합 아티스트, 아이돌 연습생 등과 같은 보다 카메라 친화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처럼 아예 그릇들까지 바꾸고 나니 금수저 논란은 또 다른 의미로 무색해졌다.



이 변화는 작은 팬덤을 흡수했을지는 모르겠으나 리얼리티를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 아이들의 다른 모습, 10대 또래들의 생활상을 보는 재미라는 독창성은 사라지고, 마치 ‘네이버 V앱’을 보는 듯한 아이돌 또래 (준)연예인들의 여행기를 맛보는 마이너한 여행 예능으로 성격 자체가 아예 달라졌다. 네팔 오지 마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던 공동체 생활이 유럽 여행지에서의 볼거리로 전환됐다. 생존 생활 대신, 크레타에 있는 유명한 유적지와 거리들의 사진을 보고 찾아가는 것과 같은 여행의 미션이 주어진다. 여행지에서 길을 찾는 것이 주요 볼거리로 들어왔는데, 이런 에피소드는 자립과 성장을 보여준다기보다 이미 익숙하게 봐온 여행 예능의 문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방송은 연예매체 기자와 구경꾼들로 웅성거리는 공항 출국 장면부터 미디어 샤워를 받으며 시작한다. 여기서 단 한 가지, 그러나 매우 중대한 문제는 출연자들이 대형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 스타도 아니고, 예능 선수도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들 예능에 자신이 있는 김유곤 PD는 대표작 <아빠 어디가>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탐구하다 실패한 적 있다. 기본적으로 연령을 낮추고, 출연자들의 수를 늘리며, 방송장치를 더 많이 이식하는 방식이다. 어쩌다 생성된 리얼리티를 이야기로 꾸려서 이어나가기보단 미션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미리 마련한 설정 안에서 에피소드를 만드는 기획에 더 익숙한 듯하다.



<둥지탈출>도 시즌1에서 시즌2로 넘어가면서 평균연령을 15세로 낮추고, 1기 2기를 도입해 여행 기간을 줄이는 대신 출연진의 수를 늘렸다. 그러나 출연진의 잦은 변화와 짧은 여행기간은 성장의 단면을 보여주기에 보다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또한 일반적인 여행 예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기상황들을 유발하는 미션들은 제목에서 말하는 부모자식 간의 관계 하에서 바라보기와 같은 신선한 요소를 대폭 줄여놓았다.

유럽 배낭여행이 아이들을 성숙하게 만들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여행 예능의 붐 속에서 <둥지탈출>만의 독자적인 볼거리는 결코 아니다. 굳이 유사가족 커뮤니티를 꾸릴 수 있는 공동체 캠프 설정을 버리고, 흔한 여행의 여정으로 선회한 이유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싱그러운 10대 소년소녀들의 웃음소리가 설렘을 마련할까. 몇몇 시청자에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 자립 키워드 대신 연예인 2세가 등장하는 하이틴물을 내세움으로써 <둥지탈출> 시리즈는 구체적인 타깃 시청자들을 확보하는 대신 스스로 마이너한 정서를 가진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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