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과 이수근 콤비, 찰떡궁합은 맞지만...

[엔터미디어=정덕현] 강호동과 이수근이 최강의 예능콤비라는 데는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이미 이런 점은 이들이 처음 만났던 <1박2일> 시절부터 <신서유기>를 거쳐 최근 대박을 터트린 <강식당>까지 지속적으로 발견됐다. <1박2일> 시절 “코미디언 아이가?”를 외치며 함께 뭉친 두 사람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현장 속에서도 중간 중간 끼워 넣는 상황극으로 깨알 재미를 선사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런 점들은 <신서유기>에서도 계속 이어졌고 <강식당>에서는 강력한 콤비의 힘을 발휘했다.

이 콤비가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요인은 두 사람의 상반된 캐릭터에 있다. 강호동은 <1박2일> 시절 그가 스스로 주창했듯 ‘시베리안 야생 호랑이’의 강한 이미지를 캐릭터로 갖고 있다. 반면 이수근은 그에게 힘으로 제압당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그 안에서 꾀를 부리는 토끼 같은 캐릭터다. 호랑이와 토끼. 혹은 톰과 제리 같은 상반된 캐릭터의 조합에서 의외로 토끼가 호랑이를 부려먹고, 제리가 톰을 골탕 먹이는 듯한 상황들은 웃음을 준다.



<강식당>은 제주도에서 음식점을 오픈하는 그 진짜 스트레스 상황을 가져옴으로써 이 두 사람의 캐릭터를 더더욱 부각시켰다. 요리라고는 먹어보기만 했을 법한 강호동이 요리를 한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래도 자기 이름을 내건 음식점이라 화도 못 내며 “우린 행복한 강식당이예요”라고 다짐하듯 얘기할 때, 옆에서 이수근이 깐죽깐죽 그를 건드리는 모습은 전형적인 톰과 제리의 케미를 만들어냈다. 화가 나도 화낼 수 없는 상황을 이수근이 오히려 이용해먹는 그 모습이 웃음을 줬던 것.



그런데 강호동과 이수근의 콤비가 이처럼 힘을 발휘하는 반면, 이들 콤비가 너무 자주 여러 프로그램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시청자들은 그리 반기는 눈치가 아니다. 이 콤비는 이미 <아는 형님>부터 <신서유기>는 물론이고 <수상한 가수>에도 함께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토크몬>에도 함께 투입되었다. 또 앞으로 방영될 예정인 <태어나서 처음으로>에 투톱 MC로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강호동과 이수근의 콤비가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분명하다는 걸 인정하는 시청자들이지만, 너무 이들이 여기저기서 함께 출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식상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프로그램에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재미는 그 색다른 조합과 케미에서 나온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미 강호동과 이수근의 케미는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하다. 제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에서 반복되는 재미는 쉬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새로운 프로그램이 런칭될 때 강호동과 이수근 콤비가 떡하니 전면에 세워지고 나면 자칫 그 프로그램의 신선함마저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프로그램을 보기도 전에 “또 그 조합이야?”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이건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호동과 이수근의 콤비는 이미 <신서유기>를 통해 입증된 바 있고, 그러니 그 프로그램 안에서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조합으로 <강식당> 같은 외전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나오는 것을 마다할 시청자들은 없다. 다만 다른 여러 프로그램 속에서 이들 콤비가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건 두 사람 모두에게도 또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 듯싶다. 이제 상승세를 탄 두 사람은 콤비 바깥에서 새로운 자신들만의 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서로의 시너지를 더 오래도록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 될 테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K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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