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아카데미상 예상 완전 뒤집어
- 최우수작품상에 ‘킹스 스피치’, 남우주연상도 콜린 퍼쓰

[오동진의 영화로 보는 세상]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호사가들의 예측이 상당수 빗나갔다. 여러 작품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만큼 대체로 ‘나눠먹기’의 행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영국 톰 후퍼 감독의 ‘킹스 스피치’가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4개를 휩쓸며 기염을 토했다. 골든 글로브에서 위용을 떨쳤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는 편집상 하나에 그치는 등 이변을 낳았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지난 1월의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 ‘소셜 네트워크’는 작품상과 각색상, 편집상 등을 거머쥐었다.

‘킹스 스피치’는 말더듬이 증상을 앓고 있는 조지 6세가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어떻게 국민을 단합시키고 리더쉽을 발휘하게 되는 가를 다소 코믹하고 경쾌한 터치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조지 6세는 심슨부인과의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한 에드워드 8세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사나이. 내성적이면서도 자신의 핸드캡을 극복함으로써 나라의 위기까지 극복하게 되는 조지 6세의 연기는 콜린 퍼스가 맡았다. 그의 열연은 결국 남우주연상의 수상의 영광을 가져가게 했다.

감독상의 복병은 일찍부터 코엔 형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당초 이 이상한 서부극 ‘더 브레이브(원제는 트루 그리트)’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아카데미에서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작품상에서 감독상, 남우주연, 여우조연상까지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시선을 받는다는 면에서는 오히려 ‘소셜 네트워크’를 누를 정도였다. 아무래도 영화상이니 만큼 코엔의 이름값이 데이빗 핀처를 앞서갔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한쪽으로 몰아주기.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이 코엔과 핀처 모두를 제끼고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톰 후퍼 감독은 1972년생으로 지금껏 세편의 작품을 만들어 온 과작의 감독. ‘댐드 유나이티드’ ‘롱포드’ 등이 그의 전작들. 이번 아카데미 감독상은 따라서, 의외의 이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코엔형제 감독의 ‘더 브레이브’는 전 부분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맞았다. 당초 이 작품으로 코엔형제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다면 2009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후 두번째 수상이어서 지대한 관심으로 모았지만 기대는 기대에 그치고 말았다.



여우주연상만큼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블랙스완’에서 보여준 연기변신이 워낙 출중한 탓이었는지 나탈리 포트만의 여우주연상 수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제기되지 않았다.

남우조연과 여우조연도 이변에 속하는 대목이다. 권투와 관련된 인간승리 드라마 ‘파이터’에서 열연을 펼쳤던 그리스찬 베일과 멜리사 레오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외국어영화상 역시 하비에르 바르뎀 주연의 영화 ‘비우티풀’이 유력시 됐으나 덴마크 영화 ‘인 어 베러 월드’에게 돌아갔다.

다음은 주요부문 수상후보와 결과다.

최우수 작품상 : ‘블랙스완’ ‘소셜 네트워크’ ‘트루 그리트(더 브레이브)’ ‘윈터스 본’ ‘더 파이터’ ‘인셉션’ ‘더 키즈 아 올라잇’ ‘킹스 스피치’(수상) ‘토이 스토리’ ‘127시간’

감독상 : 대런 애로노프스키(블랙스완) 데이비드 오 러셀(더 파이터) 톰 후퍼(킹스 스피치)(수상) 코엔형제(더 브레이브) 데이빗 핀처(소셜 네트워크)

남우주연 : 콜린 퍼스(킹스 스피치)(수상) 제프 브리지스(더 브레이브) 제시 아이젠버그(소셜 네트워크) 제임스 프랑코(127시간) 하비에르 바르뎀(비우티풀)

여우주연 : 아네트 베닝(에브리바디 올라잇(더 키즈 아 올라잇)’ 니콜 키드먼(래빗 홀) 제니퍼 로렌즈(윈터스 본) 나탈리 포트만(블랙스완)(수상) 미셸 윌리엄스(블루 발렌타인)

남우조연 : 크리스찬 베일(더 파이터)(수상) 존 혹스(윈터스 본) 제레미 레너(더 타운) 마크 러팔로(더 키즈 아 올 라이트) 제프리 러시(킹스 스피치)

여우조연 : 에이미 애덤스(더 파이터) 헬레나 본햄 카터(킹스 스피치) 멜리사 리오(더 파이터)(수상) 헤일리 스타인펠드(더 브레이브) 재키 위버(애니멀 킹덤)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사진 = 영화 ‘킹스스피치’, ‘더 브레이브’, ‘블랙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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