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이의 비보TV, 왜 이 대안적 방송에 열광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송은이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사실 송은이가 팟캐스트를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대안적인 방송 행보는 이미 시작됐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김생민의 영수증>의 탄생비화로서 개그우먼 송은이가 아닌 기획자 송은이의 이름이 거론된 건 그래서 훨씬 이전부터다.

그런데 최근 송은이의 대안적인 방송의 행보는 훨씬 더 적극적이고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비보TV라는 새로운 콘텐츠의 세계를 열어젖히면서다. 팟캐스트의 제목이기도 했던 ‘비밀보장’에서 따온 비보TV(VIVO TV)는 개국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팔로워가 4,700명을 넘었다. 그리고 여기 올라오는 영상들은 동영상 스트리밍 수치가 적게는 1만 건에서 많게는 10만 건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수치보다 더 의미 있는 건 파급력이다. 처음 송은이와 김숙이 노래하고 김생민이 피처링한 ‘3도’가 의외의 퀄리티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면 ‘판벌려(판 벌리는 여자들)’라는 프로젝트로 시작한 셀럽파이브는 프로젝트 제목처럼 송은이 행보의 판을 벌렸다.



일본의 고등학교 댄스팀인 TDC의 칼군무를 본 김신영이 불쑥 송은이에게 전화를 걸어 하고 싶은 게 생겼다며 그 춤을 함께 재연해보자고 했던 제안으로부터 셀럽파이브는 시작한다. 전형적인 유튜브 형태의 콘텐츠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 아주 일상적인 상황에서 소소하게 시작된 아이디어가 차츰 송은이, 김신영으로부터 신봉선, 안영미, 김영희가 합류하며 일이 커지더니, 직접 오사카로 날아가 TDC와 만남을 갖고, 또 뮤직비디오를 만들더니 <쇼챔피언>에 출연해 완벽 무대를 보이는 그 과정들은 판이 점점 커져가는 과정을 웃음과 카타르시스로 채워넣었다.

“셀럽이 되고 싶다”는 이들이 개사한 노래 역시 유튜브 시대의 영상들이 갖는 정서를 고스란히 잡아낸다. 이미 권력을 갖고 있는 지상파 같은 주류 미디어들 속에서 유튜브 같은 개인 방송을 하는 이들은 아마도 저마다 ‘셀럽(은 아니더라도 유명해지는 것)’이 되고 싶은 소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걸 조금은 B급 영상을 통해 담아내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한 건 바로 이 지점이 주는 공감대가 의외로 커 그들이 실제 셀럽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송은이의 이러한 대안적인 방송 시도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건 그 열광의 진원지에 기득권과의 미묘한 정서적 대결구도가 슬쩍 세워져 있어서다. 사실 송은이도 그렇지만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 김영희는 꽤 오래도록 개그우먼으로 방송활동을 해왔던 인물들이다. 하지만 요즘의 방송 환경을 보면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고, 그 중에서도 개그우먼들의 자리는 더더욱 찾기가 힘들다.

송은이가 유재석과 동기라는 사실은 이런 면들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가끔 유재석의 초대로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에 송은이가 출연하기도 했지만, 유재석이 그간 여러 방송들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와중에 송은이의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니 자신을 위해서라도, 또 자리가 없는 동료 개그맨들을 위해서라도, 또 나아가 개그우먼들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가 벌려 놓는 판이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송은이의 이러한 대안적 행보에 쏟아지는 열광이 여성 연예인들에게 더 큰 ‘노오력’을 요구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한다. 사실이다. 송은이의 성공이 우리네 방송계의 성차별적 구조가 가진 문제를 ‘노력’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건 안될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정반대로 보면 송은이의 대안적 방송은 지금은 소소해보여도 향후 방송콘텐츠가 나아갈 길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선구적이라는 점이다.



이제 개그맨들에게도 <개그콘서트> 같은 무대개그가 더 이상 주류가 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들은 그래서 대안적인 무대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공연으로 나가고 어떤 이들은 세계적인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갈 길을 찾아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건 유튜브 같은 일상의 리얼리티 공간을 대안적 무대로 삼는 방식이다. 이미 많은 개그맨들이 개인방송을 시작하고 있는 건 그래서다.

송은이의 행보는 그래서 한 사람의 성취라기보다는 새로운 시대가 보여주는 새로운 콘텐츠 세상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간 기성 권력을 가진 매체들 속에서 소외되었던 이들 또한 이 곳에서는 동등한 하나의 채널로 설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괴력은 더 커질 수 있고, 점점 방송 권력자들에 의한 방송 장악이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넓어지는 요즘 이 대안적 흐름은 그 물살이 더 거세질 수 있다. 송은이는 지금 그 전면에서 판을 벌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콘텐츠랩 비보,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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