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느와르물의 안착, ‘나쁜 녀석들2’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OCN 주말드라마 <나쁜 녀석들-악의 도시>의 범죄와 비리가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가상의 도시 서원시에서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폭력과 린치, 후안무치한 모리배 정치인과 기업인과 사법기관의 결탁, 검은돈에 물든 검경 등의 문제는 검사 우제문(박중훈)의 똘끼와 식당사장 겸 아저씨 허일후(주진모) 등의 주먹, 꼴통 형사 장성철(양익준) 등의 희생으로 인해 일단락됐다.

2014년 방송된 시즌1이 호평을 받으며 <38사기동대>를 거쳐 지난해 12월 16일 본격적으로 다시 한 번 시작된 서원시 이야기는 우리네 뉴스에서 보던 정치공학에 빠진 정치인과 정의보다 이권을 사수하는 사법당국을 비롯해 기득권층의 부패와 비리를 되새김질한다. 재개발 관련 이권, 이해할 수 없는 영장 실질 심사 기각, 차명계좌와 꼬리 자르기가 의심되는 번개탄 자살 위장, 투신자살 위장, 주민투표 헛발질 등 실제 있었던 기시감 있는 사회 뉴스들을 이야기 속으로 비교적 선명하게 가져들어간다. 그러면서 폭력으로 찾아가는 남자의 도에 당위를 부여하고 피땀눈물은 낭만을 흩뿌린다. 의리 대신 정의를 부르짖는 <영웅본색>이자 악을 폭력으로 처단하는 히어로물에 가깝다.



다만, <나쁜 녀석들> 시리즈의 세계관이 독특한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악, 그리고 속 시원한 대상이 영화보다 뉴스에 가깝다는 점이 매우 남다르다. 막바지에 이르러 가정주부일 뿐이지만 시장의 후견인 노릇하며 서원시를 주무르려던 배상도(송영창 분) 시장의 큰누나 배영주(김지숙 분)와 유학파 조카 오세경(이초아)이 뜬금없는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무능한 시장과 그 뒤를 봐주는 조악한 존재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진다.

물론 극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완벽하게 개운하진 않다. 동방파 보스이자 서원시를 쥐락펴락하는 조영국(김홍파)의 몰락 이후, 끝판 대장이 너무 약해 김이 빠진 탓이다. 허나 주인공 캐릭터들이 뜻밖의 타이밍에 사망하고, 반전과 복선이 유혈 낭자한 폭력만큼 깔리며, 나쁜 권력은 절대로 국민을 이길 수 없다는 주제의식이 현 정권의 적폐청산 기조와 맞물리며, 이야기의 템포를 일정 수준 유지한다. 악당의 파워는 약해졌지만, 이들을 제거하는 쾌감을 방해하진 않는다. 폭력의 여부만 차이가 있을 뿐, 최고 권력의 비위를 우리의 힘으로 잡아낸 경험도 해본 바 있다. 그러면서 남자의 도와 사회 정의를 주먹으로 찾아가는 단순한 폭력 느와르물이 될 뻔한 이 남자의 드라마는 시사적인 모습도 띄는 복합적인 콘텐츠가 됐다.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의 세계관은 사실 정의보다는 ‘쪽팔림’이다. 정의를 좇는 이유는 단순히 쪽팔리기 싫어서다. 돈을 더 벌고 진급을 더 빨리 할 기회가 있지만 폼 안 나는 편법은 누리지 않겠다는 거다. 그냥 할 일만 최선을 다하려는 이들에게 계산이나 콩고물 도모 따위는 없다. 법 앞에 모두 평등해야 하고, 나쁜 짓하면 감옥에 가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어둡고 추악하더라도 서원시의 몇몇 남자들은 이런 단순한 진리로 살아가려 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정의구현의 스토리텔링이 어둡고 탁하며 남자들의 세계로 비춰지는 것은 바로 이런 단순명료함 때문이다.

이런 일종의 낭만과 치기, 그리고 땀과 주먹으로 맺고 만들어가는 남자의 세계관이 ‘적폐’라 요약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빗댄 이야기에 녹여낸 세계가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의 성공은 <나쁜 녀석들> 사단이 제시하고 마동석이 가능성을 증명한 한국형 느와르, 한국형 히어로물의 세계관과 장르적 특성을 다시 한 번 더 다져가는 중이다. 기득권층의 범죄, 하지만 권력의 힘을 좌시하지 않는 사람들의 시선과 이에 대한 희망이 한정훈 작가가 서원시의 남자들을 통해 그리고자 하는 이야기인 듯하다.



이런 사나이들의 주먹에 현실감각과 시대정신을 가미하고, 꽉 막힌 세상에 대한 답답함은 과장된 폭력이란 액션 미학으로 풀어낸다. 그렇게 <나쁜 녀석들>은 쪽팔리게 살기 싫어서 내지르다보니 주먹에 시사와 정의를 품게 됐다. 그리고 상대가 연장을 들고 덤비거나 숫자가 안 맞아도 피하지 않는 무사도는 낭만을 품었다. 이를 바탕으로 기득권층이 공고하게 쌓아 올린 악의 카르텔을 쳐부수는 한국형 느와르물의 문법을 완성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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