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닮은 ‘윤식당2’, 반복과 변주 그리고 경쟁 속의 훈훈함

[엔터미디어=정덕현] “한번 붙을 때는 제대로 붙자는 얘기죠.”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2>에서 이서진은 윤여정에게 가라치코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 식당 직원들이 쉬는 날 단체로 ‘윤식당’에 오기로 예약을 했고, 이서진은 그걸 마치 그들과 한판 붙는 경쟁처럼 얘기했다. 그래서 그 날은 모두 ‘블랙&화이트’로 복장을 챙겨 입고 제대로 하자고 했던 것. 물론 그건 약간의 농담이 섞인 것이었고 그래서 박서준도 “그럼 난 완전히 제대로 챙겨 입지”하고 맞장구를 쳤다.

<윤식당2>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내놓고 그들이 얼마나 맛있게 그걸 먹는가를 바라보는 것의 반복이지만 놀랍게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준다. 그 반복 속에는 약간의 변주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예 손님이 잘 오지 않았고 매운 고추장 양념이 들어간 비빔밥을 메인으로 내세워 그 음식이 낯선 그들에게는 잘 맞지 않았던 시행착오도 겪었다. 하지만 차츰 새로운 메뉴가 개발되고, 그들에게 최적화된 요리들이 나오면서 음식점은 안정을 찾아간다. 심지어 세트 메뉴를 개발하는 이서진의 명민한 경영은 좋은 반응으로 돌아온다.



또한 찾아오는 손님들도 이 반복적인 이야기에 변주를 해준다. 처음에는 이웃들이 와서 음식을 먹고, 그들에게 소개받은 친구들이 또 찾아온다. 눈만 마주쳐도 서로 인사를 하는 따뜻한 이웃들이고, 심지어 경쟁 식당일 수 있는 이웃에서도 단체로 찾아올 정도로 이 곳은 외부인들에게 호의적이다. 찾은 손님들이 이서진과 박서준 그리고 정유미와 윤여정에게 호감과 호의를 표현하는 데서 그런 면모들이 드러난다.

‘반복과 변주’는 <윤식당2>가 시작할 때마다 오프닝 뮤직으로 깔리는 따뜻한 재즈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면서도 편안하고 또 그 안에 소소한 변화들을 채워 넣는 이 프로그램의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반복 속의 변주’에서 가라치코의 한 음식점이 단체예약을 하고 찾아오는 대목은 잔잔한 음에서 살짝 살짝 변화하던 음률이 한껏 고조되는 느낌을 준다. “한판 붙자”는 이서진의 농담 섞인 말은 은근한 경쟁을 덧붙여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단체로 우 몰려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미리미리 재료도 더 많이 준비해놓고 테이블도 미리 꾸며놓는 ‘윤식당’의 직원들의 모습이 긴박하게 보여지고, 예약보다 더 많은 손님이 찾아와 자리 세팅을 새로 하는 장면에서 이걸 과연 이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쩐 일인지 그 긴장감은 다시 훈훈한 분위기로 바뀐다. 찾아온 단체 손님들이 보여주는 호의 때문이다.

‘윤식당’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아예 이 식당에 나오는 모든 음식을 먹겠다며 골고루 가져다 달라는 주문에 이들이 가진 음식에 대한 열린 마음이 느껴진다. 음식과 곁들이기 위해 주문한 와인을 병째로 가져와 어떤 걸 원할지 몰라 일일이 따라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이서진이 말하자, 그들은 괜찮다며 그들 식당의 소믈리에가 나서 마치 자기 식당처럼 직원들에게 와인을 따라주는 모습을 연출한다.



사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은 ‘윤식당’과 경쟁을 선언하고 온 이들이 아니다. 그저 동네에 가게가 오픈했고 그 가게에서 한국의 리얼리티쇼를 찍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껴 찾아온 것뿐이다. 물론 이를 맞는 ‘윤식당’ 직원들 입장에서는 만만찮은 도전처럼 다가오는 게 당연하다. 이서진이 한판 운운한 건 이런 도전의식을 표현했을 것이다.

그래서 <윤식당2>는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건 경쟁 같은 긴장감이 적절히 있으면서도 그게 부드럽게 풀어지는 훈훈함 같은 것이다. 이건 마치 재즈 음악 같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긴장하게 되지만 음률을 타고 보면 너무나 신나고 악기들의 ‘치고받음’이 화음을 만들어내며 심지어 훈훈하게 느껴지는 그런 재즈 음악.



<윤식당>을 연출해온 이진주 PD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장점으로 음악을 꼽은 적이 있다.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고, 그래서 그가 만든 프로그램들을 보면 유독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들이 배경으로 깔리는 걸 발견한다. 그래서일까. <윤식당2>의 반복과 변주, 그리고 경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훈훈함은 어쩌면 그가 가진 이런 음악에 대한 취향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음악은 이처럼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는 것이지만, 삶의 리듬감을 이해하고 때론 부여하는데도 기능을 한다는 걸 <윤식당2>는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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