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오디션, 어째서 대중들은 외면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오디션 프로그램 <더 유닛>이 5개월여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결과는 걸그룹 유닛G와 보이그룹 유닛B가 결정되어, 유닛G에는 1위 소나무 의진을 포함해 디아크 이수지, 라붐 지엔, 달샤벳 우희, 스피카 양지원, 에이프릴 이현주, 헬로비너스 윤조, 앤씨아, 다이아 예빈이 팀에 합류했고, 유닛B는 1위를 차지한 유키스 준부터 그룹 에이스 찬, 아이엠 기중, 매드타운 대원, 지한솔, 열혈남아 마르코, 빅스타 필독, 핫샷 고호정, 빅플로 의진이 이름을 올렸다.

관심 있게 들여다본 시청자들이라면 <더 유닛>을 통해 그간 실패했던 아이돌 그룹이 실상은 괜찮은 실력을 가진 인물들이었다는 걸 새삼 발견할 수 있었을 게다. 그리고 그것은 <더 유닛>이 애초에 이 프로그램을 계획한 의도였다. <더 유닛>이라는 제목 앞에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라 붙여 놓은 건 이 오디션이 당장 스타를 발굴한다는 그 뜻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꺾어졌던 아이돌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는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의도는 좋았지만 <더 유닛>은 그만한 성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별로 없었고, 지상파 그것도 KBS에서 방영되면서도 시청률이 3%를 넘기지 못했다. 화제성이 없으니 제 아무리 실력 있는 아이돌들이 <더 유닛>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량을 뽐냈다고 해도 대중들에게 제대로 그들의 존재를 어필하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아이돌이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지금 최종 결과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여전히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그나마 <더 유닛>은 그 기획의도라도 챙겨갔지만 이미 종영한 JTBC <믹스나인>은 시청률에서도 화제성에서도 심지어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영향력에서도 최악의 결과로 마무리됐다. 시청률은 최고 시청률이 1.9%(닐슨 코리아)였고 심지어 1% 이하로까지 떨어졌을 정도로 저조했다. 화제성은 있었지만 문제는 그 화제가 출연자들이 아니라 주로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양현석 YG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YG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들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심사과정에서 여과 없이 담아낸 심사평들은 독설의 차원을 넘어서 갑질 논란까지 일으켰고, 인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런 문제를 가중시킨 건 양현석 대표가 영세 기획사들을 직접 찾아가 당락을 결정한다는 이 오디션의 형식 자체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 구조는 고스란히 거대 기획사의 권력을 드러내는 것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이로써 결국 피해를 본 건 영세 기획사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출연을 결심한 아이돌들이다. 이들은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갖가지 힘겨운 상황들을 모두 감내해야 했지만 그 결과로서 돌아오는 열매는 적었다. 지금 <믹스나인>에서 누가 발굴되었는가를 물어본다면 아마 누구도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게다.

결과적으로 보면 <더 유닛>이나 <믹스나인>은 이제 아이돌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이 더 이상 대중들의 마음을 그다지 사로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제 순위대로 줄 세우고 당락에 따라 누구는 올라가고 누구는 탈락하는 오디션 형식 자체에 시청자들은 피로를 느낀다. 힙합이나 클래식, 뮤지컬 같은 음악 자체가 주는 묘미가 색다른 장르의 오디션이라면 모를까, 이제 아이돌 음악을 갖고 벌어지는 오디션은 유통기한이 지나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나간 형식을 갖고 벌이는 오디션은 자칫 참가자들에게 상처만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들은 더 이상 누군가의 눈물을 밟고 올라가는 그 과정을 보고 싶어하지 않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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