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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자’, 이럴 거면 뭐 하러 굳이 교도소 들어갔나
기사입력 :[ 2018-02-12 17:28 ]


‘착하게 살자’가 잘 살기 위해서 바꿔야 할 것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국내 최초 사법 리얼리티 JTBC 예능 <착하게 살자>의 시청률이 방송 4회 만에 반 토막 났다. 첫 회 3%대 중반으로 나름 선방했지만 점진적 하락하면서 지난 주 4회분은 1.6%로 반감됐다.

이슈나 관련 여론은 정작 방송이 시작되기 전이 더욱 뜨거웠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범죄 미화 등의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됐고, 과연 어떤 식으로 교정 생활을 예능화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 바가 있다. 실제 감옥 예능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던 유병재가 출연하고 연예인을 실제 군대에 입소시켰던 <일밤 - 진짜 사나이> 제작진이 MBC를 나와 YG로 적을 옮겨 만드는 극한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점도 관전 요소였다.

군대를 다녀오면서 이미 관련 논란을 한 차례 돌파한 바 있는 제작진은 단순한 수형 체험을 벗어난 골조를 만들었다. 감옥이 군대처럼 남자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가는 곳은 아니다보니 픽션을 가미했다. 법조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조심하지 않으면 누구나 연루될 수 있는 가상의 범죄 이야기를 만들어 출연자들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 안으로 몰아넣는 ‘몰카’를 설계하고 이후 이 이야기에 맞춰 모의재판, 수감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다.



체포에서 기결수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잘 몰랐던 사법 절차와 수감생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인권문제로 첨예한 항문 검사, 최저 생활수준에 맞춘 난방, 나름의 규율 등 실제 수형 생활의 어려움을 보여줌으로써 ‘죄를 짓고 살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법조 지식, 분류심사를 통해 경비처우등급이 나눠진다거나 ‘통방’과 같은 용어 등 수형 생활 상식을 소개했다.

그런데, 단순 교도소 체험이 아닌 실제 법 조항을 바탕으로 경찰서, 법원, 교도소에서 조사부터 재판 구속 수감까지 궁극의 리얼리티를 추구했지만, 본편이라 할 수 있는 철문 너머의 세상에 대한 관심은 군대만큼 강하지 않았다. 시청률이 대폭 하락한 4화는 김보성, 박건형, 유병재, 위너 진우의 실제 교도소 수감 생활이 그려진 회였다. 몰카와 재판 이후 본격적인 교도소 생활에 대한 관심이 궤도에 올라야 하는 시점인데, 실제 교도소라는 궁극의 리얼리티의 재미와 긴장은 오히려 절반 이상 반감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장소, 그리고 선임과 조교가 다른 수형자와 교도관으로, 훈련이 노역으로 배경만 바뀌었을 뿐 에피소드 생산 방식, 긴장감 주조는 군대에서 본 그림과 너무 유사했다. 선임과 조교에게 지적당하고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는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진짜 사나이>에서 본 내용들이다. 노역을 나간 김보성과 박건형이 헤매는 모습은 훈련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의 모습을 보는 것과 다를 바 없었고, 인원점검에서 실수를 하고 지적당한 김진우, 담당교도관에게 의복 상태에 대해 지속적인 질책을 받은 김보성은 군대의 점호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담당 교도관의 말대로 감옥 안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적응하기 위해 헤매는 모습, 잘 적응하는 모습 보여주는 것 이외에 볼거리가 다양하지 않다. 즉, 기존 캐릭터 이외에 출연진들이 가족적인 관계를 맺거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리 자체가 한정적이란 뜻이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시청자 입장에서 근원적인 모순을 점점 더 뚜렷하게 마주한다.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실제 교도소라는 궁극의 리얼과 범법을 저질렀다는 허구의 스토리텔링이 잘 맞물리지 않는다. 출연진들을 몰카로 잡아왔지만 이들이 죄인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 모순은 애초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미화 논란 등의 윤리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논란을 넘어설 교도소 생활의 당위나 긴장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몰카로 죄를 짓는 상황을 만들어 교도소로 보낸다. 쉽게 말하자면 방송을 빙자한 사기, 사기 수법을 빌려온 방송이다. 정서적 접근이 중요한 요즘 예능에서 이를 통해 출연자에게 감정이입하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란 쉽지 않다. 엄청나게 공을 들여 몰카를 찍지만 그 공이 출연자나 시청자 양측 모두에게 스며들지 않는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지만 수형, 교화, 감옥의 성립요소이자 필요조건인 죄인과 죄가 없다보니 이야기와 캐릭터에 몰입하고 감정이입하기 쉽지 않다. 실제 수형자의 얼굴과 스토리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가상의 범법 과정에서 알려주는 법 지식과 수형 생활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그리 크지 않은 것들이다. 딱히 체험해보고 싶거나 듣고 싶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대 예능은 리얼리티뿐 아니라 추억도 있고 궁금함도 있고 좋든 싫든 관련한 보편적인 공감대가 있었다. 교도소를 택했을 땐 군에 입소시키는 것 이상의 극단적인 상황에 출연자들을 밀어 넣음으로써 공감대를 상쇄하는 재미를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도소에 가기 위해선 죄명이 필요했고, 이를 가상의 스토리로 옮기다보니 궁극의 리얼리티와 가상의 스토리, 공익적 메시지 어느 것도 충족되지 않는 어정쩡한 이야기가 남고 말았다.

<착하게 살자>는 몰카 설계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우린 이런 장면을 <꽃보다> 시리즈 등의 여행예능에서 본 적이 있다. 다른 스케줄로 가장해 출연자를 속이고 급작스럽게 비행기를 태워 해외여행을 보내는 식이다. 그런데 그렇게 떨어진 이들은 로망을 자극하는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일상의 무게를 던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사법 예능은 포승줄, 수갑, 칙칙한 수형복과 잿빛 건물 속에서 속박된 모습을 보여준다. 몰카로 들인 공이 전혀 다른 효과라 나타나는 이유다. 실제 교도소 입감이란 궁극의 리얼리티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진짜 교도소의 긴장을 원한다면 볼거리가 지금보다 더 독해져야 하고, 스토리텔링으로 승부를 보려면 보다 드라마틱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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