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호텔’에서 ‘토크몬’까지, 오리지널리티의 실종

[엔터미디어=정덕현]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이 달라졌다? 시청자들로서는 이런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tvN에서 동시에 방영되는 <달팽이 호텔>, <토크몬> 같은 프로그램들이 그간 이 채널에서 해왔던 예능 프로그램들과 달리 어디선가 본 듯한 프로그램의 잔상이 너무나 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같은 CJ 계열 케이블 TV로서 tvN이 올리브TV의 프로그램들을 편성해주고 있어서 생겨나는 착시현상이다. <섬총사>에서부터 <서울메이트>, <달팽이 호텔>, <토크몬> 등은 모두 올리브TV에서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이들 프로그램에서 어떤 공통점을 느꼈을 게다. 그건 오리지널리티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섬총사>는 그나마 강호동과 김희선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있었지만 일찍부터 <삼시세끼> 어촌편이 연상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 메이트>는 공교롭게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나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역시 외국인 예능의 트렌드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시청자들의 지적은 새로 시작한 <달팽이 호텔>과 <토크몬>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달팽이 호텔>은 <윤식당>과 <효리네 민박>의 변종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민박집 대신 호텔이라는 콘셉트를 세웠고, 이효리 대신 이경규를 내세웠지만 그 아이디어의 형식이 너무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새롭게 문을 연 <토크몬>은 연예인 토크쇼라는 이미 지나간 트렌드였고, 역시 과거 집단토크쇼의 하나였던 <강심장>의 형식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강호동이 메인MC인데다 이제 김희선이 보조MC로 들어가자 <섬총사>의 토크쇼 버전 같은 느낌마저 준다.

사실 어딘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렇다고 이들 프로그램들이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트렌드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유사할 수 있고, 그걸 반복하는 게 잘못됐다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여러 프로그램들의 이종결합은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기존 아이디어를 살짝 틀어 새로울 수 있다면 그만한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렇게 이종결합이나 기존 아이디어를 살짝 틀어 바꾸었을 때 그렇게 나온 프로그램만의 새로움이 만들어지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달팽이 호텔> 같은 경우, <효리네 민박> 같은 설정을 갖고 있지만 유명 게스트들을 손님으로 모셔 거기서 나오는 색다른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섬총사>나 <서울메이트>, <토크몬> 같은 프로그램에서 그런 새로움을 찾기는 쉽지 않다.

미투 전략도 전략일 수 있다. 특히 올리브TV처럼 아직까지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와 있지 못한 케이블 채널에서라면 이런 전략이 의외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이들 프로그램들이 tvN에도 편성되어 자칫 tvN 예능 프로그램들이 항상 내세웠던 ‘오리지널리티’와 ‘독창성’ 같은 것들을 희석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항간에는 조금 마니아적인 느낌이 있었어도 과거에 시도됐던 <오늘 뭐 먹지?>나 <조용한 식사> 같은 프로그램들이 더 참신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올리브TV는 물론 지금 보편적인 채널이 되기 위한 안간힘으로써 미투 전략을 짜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래 올리브TV의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도 분명히 존재했고, 그들이 열광했던 프로그램들도 있었다는 걸 제작진들은 한번쯤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올리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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