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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호텔’엔 왜 ‘효리네’나 ‘윤식당’ 같은 로망 없을까
기사입력 :[ 2018-02-14 17:53 ]


‘달팽이 호텔’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까닭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과 올리브tv의 <달팽이 호텔>은 여행과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통해 공감과 힐링을 제공하는 요즘 예능이다. 이경규가 지배인을 맡고 셰프이자 벨보이로 분한 성시경과 그외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배우 김민정이 호텔리어가 되어 아름다운 정선에 자리한 어느 비밀스럽고도 아기자기한 호텔을 운영한다. 체크인 기준도 특별하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셀럽만을 손님으로 맞이한다. 앞뒤 다 자르면, 일상에서 벗어난 어느 호적한 공간에서 연예인이 유명인을 맞이해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관찰하는 예능이 바로 <달팽이 호텔>이다.

착한 감성과 정서를 내세운 이러한 예능을 불편해하거나 강한 불호를 나타내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함께 느려지고, 또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얻고자 하는데 딱히 나쁜 말을 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이경규와 김민정부터, 투숙객으로 등장한 이상은, 김재화, 송소희까지 그간 TV에서 비춰지던 모습과 다른 소탈하고 정겨운, 사람 사는 모습을 달팽이 호텔에서 풀어놓는다.



그런데 셀럽 초청이란 부분만 제하면 기획 의도나 설정 면에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최고 히트 예능으로 자리한 <윤식당>과 <효리네 민박>의 그림자가 즉각적으로 떠오른다. 함께 어딘가로 떠난 곳에서 바쁘고 지친 일상을 벗어나 쉼표를 찍는다는 점, 그리고 음식이 주요 모티브가 된다는 점에서 이 두 예능의 그림자는 짙게 느껴진다. 예술가인 이상은의 삶을 엿본다는 측면에서 라이프스타일의 제안도 있다. 비록 식상하긴 하지만 <달팽이 호텔>에 어느 정도 기대를 품게 만든 지점도 사실상 바로 이 그림자다.

하지만 기우였다. 방송을 보다보면 이 그림자는 금세 걷혀진다. ‘숙박’ 콘셉트만 같을 뿐 <달팽이 호텔>은 <윤식당>, <효리네 민박>이 아니라 <힐링캠프>의 오늘날 버전이자, 배경을 술집에서 게스트하우스로 옮긴 <인생술집>에 훨씬 가깝다. 출연자들이 편한 분위기에서 진솔한 토크와 개인기를 풀어내며 시청자들과 교감을 시도하는 <인생술집>과 <힐링캠프>의 콘텐츠 생산 방식과 궤를 같이한다. 특정한 배경 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시청자들의 삶에 로망을 제공, 제안하며 판타지를 선사하는 <윤식당>과 <효리네 민박>과는 굉장히 다른, 스튜디오 토크쇼의 영향 아래 있는 예능이다.



송소희가 ‘담다디’를 피아노로 연주하자, 책을 읽던 이상은이 지그시 미소를 짓고, 뜨개질 하는 법을 알려준다. 엄마로 여배우로 치열하게 살아가며 불완전 연소된 것 같다는 김재화의 고민과 눈물을 또 이 둘이 함께 토닥여준다. 송소희와 김민정은 어린 시절 데뷔하다보니 정체성을 찾는데 방황했던 이야기와 그러면서 알게 된 여행의 배움에 대해, 훨씬 이전에 비슷한 경험을 한 이상은과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한다.

진지했으니 웃음이 빠질 수 없다. 성시경이 차린 정성어린 저녁 밥상에 둘러앉은 자리에서 송소희는 서도, 남도, 경기 버전 민요의 미묘한 차이를 담다디를 부르며 알려주며 흥을 돋우고, 성대모사에 능한 김재화는 중국 탁구 선수부터 코끼리, 까치, 닭 등 각종 동물 성대모사를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진솔함부터 유쾌함을 고루 담고, 웃음과 눈물의 조형미가 느껴지는 조합까지 배경만 라이프스타일 예능을 빌려왔을 뿐, 전형적인 토크쇼다.



기획의도와 기대와 실제 재미의 균열은 여기서 발생한다. 기존 토크쇼의 요소가 깊게 자리하다보니 출연자들의 힐링과 고민, 정선의 달팽이 호텔이 제공하는 ‘쉼’에 시청자의 일상이나 자리가 없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달팽이 호텔에는 시청자들을 위한, 시청자들이 품을 만한 로망을 찾기 어렵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도 있다. 이경규, 성시경, 김민정이 색다른 조합을 이룬 것은 맞다. 하지만 <달팽이 호텔>에서 시청자들이 얻어가고 싶은 것, 제안 받고 싶은 라이프를 이 조합에서 얻을 수가 없다. 일상적인 공간도, 출연자들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만한 콘텐츠를 가진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망의 정서는 라이프스타일의 제안 혹은 이효리처럼 어떤 식의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의 일상을 엿볼 때 나타난다. 신선한 조합인 것은 맞지만 이들에게 기대할 만한 문화적 요소는 특별히 없다는 점이 <달팽이 호텔>이 갖는 근원적인 한계다. 힐링에 대한 예능이지만 엿볼 라이프스타일이 없고, 연예인의 진솔함 드러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공동의 목표를 찾기 어렵다.

이것이 일상과 떨어진 어느 특별한 공간에서 함께 밥을 나눠먹고 슬로우라이프와 힐링을 지향하지만 <달팽이 호텔>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깊게 와 닿지 않는 이유다. 해외가 아닌 국내 여행이란 불리한 요소와 함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콘셉트는 오늘날 대중성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점이 <달팽이 호텔> 직원들이 유심히 비교해봐야 할 <윤식당>과 <인생술집>의 스코어 차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올리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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