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 김수미의 한끼 대접, 신현준의 육아 조언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런 훈훈함이라면 룰이 무슨 소용일까. JTBC 예능 <한끼줍쇼>에 나온 게스트 김수미는 지금껏 해왔던 이 프로그램의 룰 자체를 무색하게 했다. 먼저 자신은 애교가 없다면서 만일 초인종을 누르고 한 끼 저녁식사를 거절당하면 “알았다”며 바로 뒤돌아설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김수미는 첫 번째 집에서 어렵겠다는 얘기를 듣자 알았다며 돌아섰다. 같이 한 파트너로서 강호동으로는 진땀이 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부랴부랴 다시 벨을 눌러 거듭 주인에게 사과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연실 내놓았다.

아슬아슬해 보였지만 어찌 보면 김수미의 그런 반응이야말로 거절을 당했을 때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진심일 것이다. 초창기 시절 <한끼줍쇼>는 출연자들이 느끼는 그런 실망감이나 당혹감을 좀 더 진심으로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3년째 되어가고 있는 현재, 그런 감정들은 이제 좀 누그려졌고 어느 정도는 둔감해졌다. 그래서 김수미의 그 숨기지 않고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은 <한끼줍쇼>가 그간 잠시 잊고 있던 ‘거절의 당혹스러움’을 새삼 상기시켜줬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어느 집에서 김수미는 문을 열고 직접 나와 주시는 어머니의 팔짱을 끼고 다짜고짜 들어가자고 했다. 강호동이 뒤쫓아가며 사전 허락을 얻어야 한다고 했고, PD와 작가까지 당황해했지만 선선히 문을 열어준 어머니께서는 김수미와 강호동의 방문을 진심으로 반겨주었다. <한끼줍쇼> 최초로 ‘선입장 후승낙’이라는 초유의 풍경을 보여줬던 것.



그런데 역발상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고 계속 이어졌다. 지금껏 문을 열어준 주인이 챙겨주는 밥상만을 받아왔던 <한끼줍쇼>는 김수미의 제안대로 거꾸로 그 분들에게 한 끼 밥상을 차려드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새벽부터 정성껏 차렸다는 반찬들을 수도 없이 꺼내놓고 다시 따뜻하게 데워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내놓고, 김수미는 손수 반찬들을 어르신들의 숟가락 위에 얹어주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끼줍쇼>가 해왔던 룰은 여지없이 깨졌지만 그 모든 역발상은 너무나 훈훈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90세를 훌쩍 넘긴 아버님과 팔순의 어머님은 그렇게 갑자기 들이닥친 김수미로 인해 명절 전 진수성찬을 대접받을 수 있었고, 그 연세에도 남다른 서로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어르신들의 달달한 모습은 보는 이들을 모두 흐뭇하게 해주었다.

한편 우리에게 <맨발의 기봉이>와 <장군의 아들> 하야시 그리고 <은행나무침대>의 황장군으로 기억되는 신현준은 첫 번째 초인종을 누른 집에 들어가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막상 들어간 집에서 그는 영화 속에서의 모습과는 다른 애정꾼의 면면을 여실 없이 보여줬고, 이제 세 살 박이 아이의 아버지인 만큼 자신의 육아 노하우를 그 집 네 살 아이의 아버지와 나누었다.



이경규가 ‘멜로 전문 MC’라고 부를 만큼 신현준은 방문한 집 부부가 어떻게 만나 어떻게 사랑을 하게 됐고 결혼까지 골인하게 됐는가에 대한 섬세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신현준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지극히 평범한 부부의 남다른 애정이 만들어내는 따뜻함은 세밑의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을 게다.

특히 이번 편이 가슴 따뜻한 회로 남게 된 건 김수미의 남다른 진심과 그걸 숨기지 않는 솔직한 성격 덕분이었다. 김수미와 강호동와 함께 한 노부부의 행복한 저녁은 단지 한 끼의 추억이 아니라, 우리네 인생의 아름다움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를 실증해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다. 한 끼 챙겨주시는 걸 함께 하기보다는 대신 한 끼 정성스레 대접해드린 <한끼줍쇼>의 역발상은 그래서 설을 맞는 시점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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