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로 돌아온 ‘리턴’, 논란까지 시청률로?

[엔터미디어=정덕현] 1인 2역은 들어봤어도 2인 1역은 아마 생소할 게다. 시청자들로서는 황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멀쩡히 고현정이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배우가 캐스팅되어 10여 회가 넘게 드라마에 나오다가 갑자기 하차하고 대신 박진희가 대타로 등장했으니 말이다.

물론 이건 고현정과 제작진 사이의 심각한 갈등에서 비롯된 일이다. 누가 더 잘못했는가를 따지는 일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이런 파행을 만들었다는 건 양측 모두가 잘못한 일이다. 더 중요한 건 이 황당한 2인 1역을 지금껏 몰입하며 드라마를 봐온 시청자들이 모두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진짜 피해자는 시청자들이다.

13회, 14회 분량은 그래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13회 전반부에 고현정이 분한 최자혜 변호사가 법정에서 김정수(오대환)의 여동생이 과거 오태석(신성록)과 김학범(봉태규)에 의해 잔인하게 성폭력을 당하고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었다는 사실을 얘기하는 장면에 등장하지만, 14회 마지막 부분에서는 박진희가 최자혜 역할로 얼굴을 내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사태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이라면 이게 무슨 일인가 생각했을 수밖에 없다. 박진희가 새로운 인물로 등장하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기에도 충분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앞부분에 고현정이 마지막에 박진희를 같은 최자혜 변호사 역할로 집어넣어 바통 터치를 한 건 제작진이 나름 이 파행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연출로 보인다.

파행이 있었다고 해서 찍어놨던 분량 자체를 지워버리고 대신 새로운 연기자가 다시 그 분량을 찍어 한 회를 채워 넣는 방식을 쓰지 않은 건, 그런 방식이 만들어낼 또 다른 잡음 때문이었을 게다. 그래서 앞부분에는 이미 찍었던 고현정의 분량을 그대로 채워 넣고, 새로운 연기자로 대치되어 첫 등장하는 박진희의 분량은 맨 마지막에 살짝 집어넣는 방식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진희의 마지막 부분 등장은 이제 그가 풀어낼 최자혜 변호사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논란에서 시청자들이 제기했던 분량 문제는 어느 정도 제작진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여전히 김학범과 오태석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악벤져스’가 전면에서 드라마를 이끌고 있기는 하지만, 이 두 사람 사이에도 조금씩 생겨나는 균열을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사건을 좇는 독고영(이진욱)이 사실상 김정수(오대환)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처지에 머무르게 됐고, 대신 마지막에 슬쩍 등장한 최자혜가, 독고영이 그토록 찾았던 살인범이 사용했던 약물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향후 그가 가진 미스터리한 과거들이 등장할 거라는 걸 예감케 한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리턴>은 파행 이후 박진희가 등장하는 첫 회에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이 이야기는 그만큼 이번 파행의 논란이 일종의 ‘노이즈’ 역할을 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 끌어 모았다는 걸 말해준다. 그러고 보면 <리턴>이라는 작품 역시 일정한 노이즈를 어느 정도는 늘 갖고 있으면서 그 힘을 적절히 이용해 시청률로 이어온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초반부터 지나친 자극적인 장면들 때문에 벌어졌던 논란이 그것이다.

논란까지 시청률로 끌어가는 이런 방식을 과연 어떻게 불러야 할까. 그건 영리한 드라마의 노하우라고 봐야할까 아니면 듣기에 따라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는 시청자를 낚는 방식이라고 봐야할까. 어쨌든 <리턴>은 그렇게 박진희의 <리턴>으로 돌아왔고, 순간 시청률은 최고 수치를 찍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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