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있나요’, 차로 연결된 일반인들 이야기가 특별한 건
‘자리있나요’와 ‘친절한 기사단’, 차라는 새로운 접점

[엔터미디어=정덕현] 파일럿 2부작으로 첫 방송된 tvN <자리있나요>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여행객들을 만나 자리가 있다면 그들과 함께 여행을 해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휴게소에 도착한 김준현이 대본이 겨우 두 장이라며 투덜댔던 것처럼 <자리있나요>의 형식은 정해져 있는 게 없다. 그저 그날 만나게 될 일반인 여행객에 따라 거기에 맞는 여행이나 체험이 결정될 뿐이다.

실제로 김준현과 딘딘이 한 팀을 이루고, 김성주와 차오루가 한 팀을 이뤄 방영된 첫 회에서 두 팀은 각각 서로 다른 여행객을 만나 전혀 다른 결을 보여주는 여행의 색깔을 보여줬다. 김준현과 딘딘은 겨울바다를 보기 위해 떠난 5년차 연인의 여행에 동승해 빨간 등대가 파란 바다와 어우러진 예쁜 풍경 속에서 인생샷(?)을 찍어주고 그들이 겪은 아픈 사연들과 그로 인해 단단해진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한편 김성주와 차오루는 친정집을 찾아가는 헤어 아티스트 부부의 여행길에 함께 했다. 갑자기 성사된 김성주와 차오루의 합류로 친정집에서의 한바탕 왁자지껄한 잔치 분위기가 특유의 가족적인 훈훈함을 전해주었다. 마치 며느리처럼 싹싹하게 음식 만드는 일을 도와준 차오루와 한때 장사였다는 아버님과 한바탕 팔씨름을 해서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김성주의 노력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설 명절을 맞아 방영되는 시점에 딱 맞춘 듯 가족의 소중함을 잘 드러내주는 이야기가 거기서는 느껴졌다.



이처럼 <자리있나요>는 고정 MC들보다는 그 날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일반인들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가능해지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렇게 누군가의 차에 동승한다는 일이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만일 그 어려움을 넘어설 수만 있다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일반인 참여’로 이뤄지는 화수분 같은 이야기들을 뽑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런 형식은 그래서 JTBC <한끼줍쇼>의 자동차 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한끼줍쇼>가 한 끼 저녁을 함께 할 집을 찾아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르듯, <자리있나요>는 그 날의 일정을 함께 할 차를 찾아 자리가 있냐고 묻는다. 비슷해 보이지만 이런 형식은 사실 ‘일반인 참여’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위한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의 고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넓게 보면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친절한 기사단> 역시 이 트렌드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거기에는 ‘외국인 참여 예능’이라는 또 하나의 축이 있지만, 역시 자동차라는 공간을 통해 일반인과 연예인이 어우러지는 리얼리티 예능의 면면이 담겨 있다. 물론 이것은 <한끼줍쇼>의 ‘일반인 참여’ 형식에서 탄생한 건 아니다. 대신 tvN이 오래도록 방영해왔던 <현장 토크쇼 택시>에서 비롯된 프로그램이다. 자동차라는 공간을 염두에 두고 일반인 참여를 고려해 탄생한 프로그램이라는 것.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제 ‘일반인 참여’가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느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시청자들이 일반인이 참여한 프로그램에 더더욱 몰입하는 경향이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그래서 그 접점으로서 먼저 나온 것이 ‘집’이다. <한끼줍쇼>도 <효리네 민박>도 그 집이라는 접점을 통해 연예인과 일반인이 만나고 있다.

<자리있나요>나 <친절한 기사단> 같은 프로그램은 대신 그 접점이 자동차다. 차라는 새로운 공간을 매개로 연예인과 일반인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결국 자동차는 목적지가 있기 마련이고, 그 목적지는 그 여정의 특별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일반인과 연예인의 접점은 자칫 잘못하면 ‘민폐’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하지만, 잘만 풀어낼 수 있다면 향후 예능 프로그램들이 파고 또 파도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의 보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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