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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어부’, 여태껏 이렇게 감수성 빼어난 제작진 있었던가
기사입력 :[ 2018-02-23 14:45 ]


‘도시어부’, 어떻게 낚시 예능의 한계를 넘어섰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시청률 5%대에 진입한 바 있는 채널A 예능 <도시어부>는 이제 단순한 힐링이나 낚시 예능이 아니다. 물론, 처음에는 물끄러미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자연, 사람, 음악, 함께 마련한 밥상, 아웃도어 레저가 어우러진 이른바 슬로우라이프 콘텐츠였다. 그런 동시에 700만 낚시인들은 물론, 바다낚시에 대해 별 관심 없던 시청자들의 열정까지 자극하는 로망이 담겨 있었다. 이경규는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방송으로 삼다보니 ‘버럭’이 사라졌고, 까마득한 동문 선배 이덕화를 모시다보니 형님 예능도 탈피했다. 그간 보지 못한 이경규의 ‘행복예능’은 <도시어부>에게 어복만큼이나 큰 사랑을 낚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지금의 <도시어부>는 여기에 새로운 엔진을 하나 더 더해서 출력을 높였다. 기존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감성과 로망에 더해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서브컬쳐 어휘와 1990~2000년대 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 스포츠 만화의 스토리텔링과 적극적인 피드백이 그것이다. 일종의 덕후들의 문화를 적극 흡수하고 시청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소통을 통해 <도시어부>는 중장년층부터 <슬램덩크> 세대인 30대와 게임과 인터넷 문화를 자양분으로 삼은 20대 남성들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예능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중이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서브컬쳐를 밑밥처럼 깔 뿐, 마이너 감성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무언가 자유롭고 에너지 넘치는 제작진의 감각과 친하지만 서로 물고 물어뜯지만 서로 확실한 역할을 분담한 세 출연자가 근본과 맥락이 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웃음을 쌓아올리는 방식은 <라디오스타>를, 인터넷 커뮤니티의 습성과 현재를 예능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마리텔>과 같다. 그러나 이들이 기존과 다른 차별성을 내세우고, 알아보는 사람들을 위해 파고들었던 마이너 전략과 달리 <도시어부>는 이런 문화코드를 낚시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요소로 기능적으로 활용한다.

어쩌면 똑같은 상황과 장면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낚시 예능, 시간이 지나갈수록 고착화되는 출연진들의 관계망이란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계를 스포츠 만화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꽤나 급박하고 박진감 넘치게 연출하며 뛰어넘는다.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도 흥미롭다. 나영석 PD가 에세이나 일본 영화의 문법에 가깝다면 이들은 역시나 웹툰처럼 만화적 감수성에 가깝다. 뱃멀미로 분량 실종의 좌초 위기를 맞이한 최현석을 좀비 캐릭터 만들어낸 방식이 바로 그런 예이며, 자막의 서체도 매우 다양하고 자유분방하게 활용한다. 과정과 성장을 중시하는 스포츠 만화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승부는 있지만 승패는 별로 중요치 않다. 이런 큰 흐름을 유쾌하게 가져가면서 덕후들이 흔히 그러하듯 곳곳에 자신들의 문화적 좌표를 숨겨놓는 보물찾기 지도를 그린다.



이 지도는 BGM부터, 아는 사람만 아는 커뮤니티 은어부터 타 방송사의 인기 예능, 중계권 없는 평창 올림픽을 비롯해 온갖 패러디와 인용을 통해 아는 사람들에겐 ‘형이 왜 거기서 나와’와 같은 반가움과 놀라움 그리고 은은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고, 모르더라도 큰 상관없이 이야기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우리 예능 제작 문화에선 특이하게 축구, 농구, 온라인게임 등 20~30세대 남성들의 관심사와 문화적 자양분을 기반으로 양념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슬램덩크>는 아무래도 교과서인 듯 하고, 호날두나 메시는 물론 음바페, 피르미뉴 등 축구팬들에겐 유명하지만 일반 대중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의 이름도 곧잘 호명한다. 우리나라에선 극히 마이너한 NBA도 이들의 관심사인 듯하다. 피펜과 조던은 물론, 스테판 커리급의 캐스팅이라든지, 규스트브룩(이경규+웨스트브룩)까지 오늘날 스타플레이어들의 이름과 농구 커뮤니티의 유행도 곧잘 표현한다. 가장 빈번하게는 LOL, 하스스톤, 사이버포뮬러, 마비노기 영웅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의 게임 캐릭터와 배경 음악, 관련 커뮤니티의 은어들이 무작위로 튀어나온다.



여기서 성별 구분보다는 인터넷 문화에 심취한 제작진들이 장년층 문화를 또래 세대와 접목하고 있다는 게 포인트다. 이번 주 방송만 해도 ‘가즈아’ 같은 대표적인 최신 인터넷 유행어는 물론, 푸짐을 푸우와 짐 캐리로 풀어낸다거나 베스트셀러 <미움 받을 용기>, <윤식당>, <슬기로운 감빵 생활>, <정글의 법칙>, <서민갑부> ,<인간극장>, <고독한 미식가> 등 다양한 콘텐츠를 빠르게 치고 빠지는 호흡의 자막과 편집으로 언급했다. 게다가 블러, 재니스 조플린부터 1960년대 가요까지 다양한 장르와 연도를 넘나드는 BGM에 대한 문의가 워낙 줄을 잇자 아예 공식 홈피에 라디오 채널처럼 회차별 선곡표를 공개하고 있다.

<도시어부>는 출연진이 신나게 촬영에 임하고, 제작진은 자신들 고유의 문화적 감수성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낚시 방송, 낚시 예능으로 한정하기에 너무 뜯어볼 구석이 많은 예능으로 발전했다. 자막은 시청자뿐 아니라 출연자에게 말을 거는 대화이기도 하다. 때로는 너무 해맑고 격의 없어서 집요한 마이크로닷에게 자막으로 지친다고 타이르거나, 제작진에게 할 말이 많은 이경규의 멘트를 자막으로 받아친다. 그러면서 캐릭터를 잡아갈 뿐 아니라 장PD, 털PD, 무릎팍 태클러 VJ, 박드론 등 리액션을 담당하는 제작진들의 개성과 역할을 부여하면서 한 배를 탄 하나의 팀으로서 높은 에너지 레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도시어부>의 인기는 단순히 유행하는 낚시를 잡아서도 아니고, 이경규만의 힘 때문만도 아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현재 방영하는 예능 중에 출연진의 조화로움과 현장의 활기가 가장 높게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제작진의 취향과 감각으로 작업한 편집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보니 일을 벌이기 딱 좋은 환경과 타이밍이다. 아무래도 이경규와 마이크로닷의 꿈이라는 도시횟집이 그냥 지나가는 말이 아닐 수도 있게 흘러가고 있다. <도시어부>의 또 다른 프로젝트를 기대하게 만든다. 스포츠 만화의 관점에서도 다음 목표를 부여받았으니 훌륭한 전개다. 에너지는 응축되고 있다. 따라서 세대를 초월한 세 낚시꾼의 성장 스토리는 제작진이 자신들의 보물지도를 완성할 때까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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