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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 기획자는 반토막 난 ‘아형’을 어떻게 뜯어고칠까
기사입력 :[ 2018-02-26 15:07 ]


‘아는 형님’, 골수팬조차 등 돌리는 일 없게 만드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예능 <아는 형님>은 평창 동계 올림픽의 직격탄을 정통으로 맞았다. 명절 특집으로 마련한 ‘아형 뮤비 대전’의 영향에다(교실 스튜디오를 벗어난 특집 기획은 늘 저조한 성과를 기록했다), 막바지에 이른 올림픽 중계까지 겹치며 5%대 후반의 시청률은 지난 2주간 정확히 반토막 났다. 그런 와중에 담당 PD가 <썰전>을 기획했고, <나의 외사친> 등을 연출했던 김수아 PD로 교체됐다. 강력한 외부요인에 의한 일시적인 하락이라 볼 수 있지만 공교롭게도 어려울 때 변화를 맞이한 셈이다.

외부요인을 차치하더라도 올해 방송된 <아형>은 관성이란 표현이 더 정확할 만큼 임계점에 이른 캐릭터쇼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다. 매주 새로운 게스트가 출연하지만 정작 고정 출연자들은 연극처럼 반복된 장면을 연출한다. 귀여움을 내세우는 강호동, 여성 출연자에게 짓궂은 김희철, 4차원 민경훈, 노잼 김영철, 아픔이 있는 이상민, 불평불만의 서장훈 등 멤버들의 캐릭터가 고착화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웃음과 관계가 점점 한정되었다. 이는 이상민의 이혼을 소재로 한 코미디로 시작한 지난주 방송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또한 멤버들과 한참 나이 차가 나는 박세영과 정혜영이 출연했음에도 이상형 멤버를 지목하게 하고, 연애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삼는 등 변함없는 <아형> 특유의 비대칭적 남녀관에 입각한 진행을 반복했다.



캐릭터쇼가 보다 활발히 이뤄져야 빛을 발하는 2부 콩트는 더욱 심각하다. 억지스러운 여장 분장과 애드립, 따귀 때리기 등의 슬랩스틱에 기반한 원초적인 코미디의 반복은 <아형>의 열혈 시청자들마저도 내적갈등을 겪게 만든다. 출연진의 구성 자체가 이수근 정도를 제외하면 콩트 영역에서 큰 장점을 발휘하기 힘들다 보니 토크에서 만큼의 시너지가 나지 않는 데다 무논리, 무근본 코미디를 계속 주장하기에는 이 캐릭터쇼의 화학작용과 의외성은 이미 파훼된 전략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희철, 민경훈 등이 벌이는 예상 밖의 전개와 반전을 기대하다보니 너무 타율이 낮아졌다. 그리고 식상하다.

<아형>이 남성시청자를 타겟으로 한 마이너 예능에서 5%대의 대표 예능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각자 또 그리고 함께하는 성장과 변화가 프로그램의 성장 스토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소극적이던 이수근이 전면에 나서서 진행을 맡고, 한때 최고의 예능인으로 각광받은 이상민의 호감도 상승, 강호동의 캐릭터 변신, 김희철, 민경훈, 서장훈 등이 점차 자신을 내려놓는 등 각자 변화를 마련하고 또 서로에게 적응을 한 출연진들이 친교를 맺어가면서 상승 에너지는 들끓었다. 궤도에 본격적으로 올라타자 아재 감성 특유의 불편했던 시선에 대한 반감도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금 이때의 에너지는 사라졌다. 캐릭터의 정체만큼이나 설정도 옛것이 됐다. 새로운 예능이 속속 기획되고 자리를 바꾸는 등 요동치는 주말예능 판에서 막무가내 코미디 하나만 고수하다보니 한계를 절감하는 중이다. 요즘 방송을 보면 누가 더 엉뚱한 대답을 하는지 대결을 펼치고, 남남 스킨십과 같은 낡은 코미디나 노래방 회식 분위기의 장기자랑만이 남았다. <아형>의 상승 국면을 이끌었던 캐릭터쇼 전반을 아우르는 맥락이 사라지고, 이런 코미디만 나열되니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궁금하다. 오늘날 예능 중 가장 남성 중심적인 시각과 코드를 바탕으로 웃음을 전개해온 <아형>에 <썰전>으로 보나 <나의 외사친>으로 보나 꽤나 멀리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여성’ PD가 합류했으니 말이다. 언뜻 맞춰보면 서로의 지향이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아형>의 가장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기도 하다. 왜냐면 아재 코미디, 무근본 토크, 남성위주의 시선 등이 특징인 <아형>에 전혀 다른 새로운 항로를 제시할 수 있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지금 <아형>에 어떤 식으로든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더 이상 흐르지 않다보니 점차 노래 부르기, 명대사 연기하기 등 흔한 볼거리로 채워지면서 들끓던 에너지는 가라앉았다. 캐릭터쇼의 정체 현상이 깊어지면서 나타난 이런 현상은 외부 요인이 발생하자마자 크게 휘청거리게 된 이유다.

시청자들은 왜 <아형>을 봐야 하는지, 왜 골수팬을 거느린 특별한 예능인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제시해주길 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형>과는 굉장히 결이 다른 예능을 제작해온 수장이 새롭게 와서 프로그램을 맡은 만큼, 젠더 감수성에 관한 비난과 캐릭터쇼의 정체를 풀어가기 위해 어떤 진단을 내리고 해법을 제시할지 궁금하다. 이번 인사가 대형 예능으로 성장하는 중인 <아형>에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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