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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만’, 이래선 KBS 예능 고루하단 인식 깰 수 없다
기사입력 :[ 2018-02-28 16:45 ]


‘하룻밤만 재워줘’, 파일럿 단점 보완하고 나온 거 맞나?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KBS가 봄 개편 새 예능 라인업을 공개했다. <하룻밤만 재워줘>, <건반 위의 하이에나>, <1%의 우정> 등 총 세 편은 모두 지난 추석 연휴 파일럿으로 먼저 방영된 뒤 이번에 정규 편성됐다. 이 중 첫 주자로 나선 화요일 밤 예능 <하룻밤만 재워줘>는 파일럿 방영 당시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거두며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던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그 반응 가운데 호평보다는 비판과 논란이 훨씬 많았다는 데 있다. “KBS 예능은 고루하다는 인식을 깨겠다”는 취지 아래 봄 개편의 선두에 선 <하룻밤만 재워줘>는 과연 파일럿의 단점을 얼마나 보완했을까. [TV삼분지계]가 그 첫 숙박일에 동참해보았다.



◆ 기승전 ‘YG’로 겨우 보낸 하룻밤

정규 편성된 KBS2 <하룻밤만 재워줘>. 얼핏 보면 Olive <서울 메이트>다. ‘파일럿 때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다’더니 ‘이번엔 우리가 재워주자!’였나? 민폐 논란을 잠재울 묘수를 찾아냈다며 쾌재를 불렀을까? 그러나 어째 급조한 티가 났다. 집주인 김종민이 손님 접대 할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던지 뜬금없이 요리사가 등장해 밥상을 차렸으니까. 방송에 녹아들지 못하는 이혜정을 위해 자막은 마르따의 어머니와 그가 닮은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식 예찬. 창의력 1도 없는 전개다. 다음 날에는 마르따 가족의 꿈을 이루어주겠다며 YG 사옥으로 향했다. 애초 빅뱅 덕에 성공했던 하룻밤, 그야말로 기승전 ‘YG’랄 밖에. 실제로 프로그램 끝에는 IKON 뮤직비디오가 붙었다.



<하룻밤만 재워줘>는 파일럿 당시 민폐 논란 말고도 JTBC <한끼줍쇼>를 따라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젠 외국에 나가서는 <한끼 줍쇼>를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메이트>를 찍으려나 보다. 100 퍼센트 창작물이 어디 있느냐는 변명을 앞세운 예능 프로그램 베끼기는 이제 도를 넘었다. 타사 프로그램도 물론 같은 회사 프로그램 설정을 가져다 쓰기도 한다. tvN <친절한 기사단>은 <서울 메이트>와 <현장토크쇼 택시>를, 설에 방송된 <자리 있나요?>는 <현장토크쇼 택시>와 MBC <세모방-어디까지 가세요?>를 섞어놓은 모양새니 말이다. 시청자의 눈높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방송사들의 어리석은 행보에 이젠 신물이 날 지경이다. 어쨌거나 글을 마무리하며 한참 생각했다. 좋은 점은 없었나? 갈등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점, 칭찬합니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민폐보다 심각한 건 주입식 감동

<하룻밤만 재워줘> 첫 회에서 숨은 주인공 ‘빅뱅’만큼이나 많이 언급된 단어는 ‘기적’이었다. 전자가 출연자들의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라면, 후자는 제작진이 직접 강조한 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적의 집에서 만난 이탈리아 가족들”, “기적과도 같은 첫 여행”, “한국에서 다시 만나는 기적 같은 이야기”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적’이 한 시간 넘는 방송 내내 일어났다. 제목을 ‘하룻밤의 기적’으로 바꾸고 싶은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주입식 감동의 의도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이 외에도 감동을 주입하려는 연출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공항에 마르따 가족을 마중 나가기 직전 김종민이 “한자 한자 적은 환영의 메시지”, 깜짝 손님인 이혜정 요리연구가가 한상 가득 차려낸 한 끼 식사, 마르따 가족을 위해 하나하나 준비하다 어느새 여러 개의 가방을 가득 채운 이상민의 선물들... 그 정성스러운 마음과 별개로, 제작진은 이 모든 ‘선물’을 차례대로 받아들이는 마르따 가족의 표정을 집요하게 포착하고 과잉 의미 부여하며 흥미를 반감시킨다.

그 감동의 서사 끝에 준비된, 하지만 예상 가능한, 빅뱅과의 ‘꿈같은 만남’으로 다가가는 과정에서도 마르따 가족은 그저 예정된 서프라이즈 파티의 ‘리액션 담당’이 될 뿐이다. 풍경보다 사람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스스로 배반하고 사람을 주입식 감동의 도구로 쓰는 태도야 말로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민폐’가 아닐까.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세상에 어떤 프로그램이 파일럿의 후일담으로 정규 편성을 시작하는가?

KBS가 작년 추석 선보인 파일럿 프로그램 <하룻밤만 재워줘>를 정규편성 하기로 결정했단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한 게 나 하나는 아니었을 것이다. 높은 시청률이 무색할 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평이 극도로 안 좋았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풍광이 아닌 사람에 집중한다는 주제의식은 좋으나, 자연스레 인연을 쌓아가는 대신 다짜고짜 생면부지의 현지인에게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매달리는 방식은 아무리 좋게 봐도 민폐에 가까웠다.

제작발표회에서 박덕선 PD는 “파일럿 당시에도 현지인들이 불편함을 느낄까 봐 (이상민과 김종민이 대화를 시도한 뒤) 제작진이 설명하고 선물도 드렸는데 그 부분이 방송에 안 나가서 오해를 샀다”고 말하며 정규편성을 하며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오해를 줄이기 위해 언어를 열심히 준비했노라 말했지만, 민폐 논란은 언어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다짜고짜 재워 달라 부탁하는 건 어느 나라 말로 해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논란을 의식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마르타씨 가족이 좋아하는 빅뱅의 GD가 입대한 날이라 화제를 모아보려 그랬던 걸까. <하룻밤만 재워줘>는 이상민과 김종민에게 기꺼이 잘 곳을 내 주었던 마르따씨 가족에게 답례를 베풀기 위해 한국에 초대하는 에피소드로 포문을 열었다. 한국 연예인들이 해외에서 다짜고짜 만난 인연을 빌미로 하룻밤 신세를 진다는 <하룻밤만 재워줘>라는 프로그램의 포맷과는 전혀 다른 그림에 정규 첫 방송 전부를 할애한 것이다. 그 탓에 첫 방송은 tvN <나의 외사친>과 Olive <서울메이트>를 건성으로 섞어 놓은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굳이 따지자면 본 포맷의 외전 내지는 후일담 격으로 포문을 연 건데, 세상에 어떤 프로그램이 파일럿 방영의 후일담으로 정규 편성을 시작한단 말인가? 물론 뭘 노린 건지 짐작은 간다. 민폐로 보이는 부탁으로 시작된 인연이, 이처럼 깊은 유대감과 사연을 낳을 수도 있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설득하면서 정규 방송을 시작하고 싶었으리라. 그런데 그렇게 설득을 해야 간신히 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왜 굳이 무리해가며 정규 편성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도리가 없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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