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괴생명체와의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이라니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만일 우리가 아무 것도 안 하면, 우리도 사람이 아니예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의 여주인공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남미 어딘가에서 잡혀온 미지의 존재가 해부될 위기에 처하자 이웃집 친구인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에게 도움을 청하며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이 대사는 아마도 이 영화가 하려는 많은 메시지들을 함축하는 것일 게다.

인간과 괴생명체와의 만남과 사랑 이야기.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미녀와 야수> 같은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불안과 공포를 뛰어넘어 사랑에 이르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본 바 있다. 또 일찍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E.T.’를 통해 외계인과 소년의 아름다운 우정을 담아냈었다. 그러니 <셰이프 오브 워터>가 가진 괴생명체와 엘라이자의 사랑이야기는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 쉽게 이해된다.

하지만 이 작품만이 가진 물의 이미지를 통해 전해지는 독특한 분위기와 오히려 괴생명체와 인간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접근은 여타의 비슷한 구도를 가진 작품들과 이 작품을 명확하게 구분지어 놓는다. 저마다의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 하나로 뭉쳐지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사랑의 본질’을 통찰하는 이미지를 그려낸다.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이라는 어마어마한 공간과 그 곳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언어장애를 가진 엘라이자라는 인물은 그 자체로 대비되는 면이 있다. 그 곳은 거대한 우주선이 있는 곳이지만, 엘라이자와 그의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는 그 우주선 밑을 청소하는 일을 한다. 세상은 그렇게 우주를 향할 정도로 변해가지만, 엘라이자는 어딘지 그런 변화와는 무관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 곳으로 괴생명체와 함께 부임한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그래서 그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라는 공간이 가진 이미지를 그대로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에게 남미에서 원주민들에게 신처럼 받들여져 온 괴생명체는 그래서 단지 실험대상일 뿐 그 어떤 의미도 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와 대비되는 엘라이자는 다르다. 그는 이 괴생명체에게서 자신과 이어지는 어떤 공감대를 발견한다.

해부될 위기에 처한 괴생명체를 구하기 위해 엘라이자가 자일스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에서 그는 자신과 괴생명체가 다르지 않다는 걸 강변한다. 말을 못하지만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고 심지어 사랑을 느끼는 자신 또한 ‘괴물’이냐고 반문한다. 괴생명체에게 먹을 것을 내밀고 음악을 틀어주기보다는 전기 충격기를 내미는 스트릭랜드는 구분 짓고 차별하는 사회를 표징하는 인물이다. 그가 보이는 괴생명체에 대한 차별은 인종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국적으로도 또 성별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래서 엘라이자가 괴생명체와 그 곳을 탈출해 시작되는 사랑의 이야기는 이러한 차별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강렬하다. 물에서 사는 양서류의 괴생명체와 물속에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이 어떻게 공존하고 나아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저 괴생명체를 연구해 미래로 나아간다는 스트릭랜드의 생각을 정면에서 반박한다.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고 한 기예르로 델 토로 감독의 말에 담겨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괴생명체와 인간의 기괴하지만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신비한 순간들을 담아냄으로써 세상의 모든 사랑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사랑의 정반대편은 무심함이 아니라 폭력의 양상을 띤다는 건 우리가 현실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일 게다. 그러니 이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우리가 접하고 있는 폭력적인 세상에 대한 비판이자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다.

1960년대의 미국 볼티모어라는 구체적인 냉전시대의 배경이 밑그림으로 깔려 있는 작품이지만, 워낙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울림은 우리네 관객에게도 적지 않다. 세대, 성별, 지역 등등 구분되어 갈등하는 양상들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우리네 현실 속에서 그 모든 갈등의 차원을 뛰어넘는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마치 물방울처럼 가슴 먹먹하게 차오르며 남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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