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여왕2’ 첫 회, 기대되는 것과 우려되는 것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추리의 여왕2>는 보기 드문 시즌2 드라마다. 사실 시즌2를 같은 연기자들이 이어서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시즌1이 가진 장점들이 충분했기 때문에 이 어려운 일들이 가능했다고 보인다.

<추리의 여왕>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캐릭터다. 지금껏 사건 현장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인물은 대부분 형사나 검사 같은 전문직군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평범한 아줌마지만 남다른 눈썰미와 추리력을 갖춘 설옥(최강희)이라는 인물을 내세웠다. 그의 추리와 몸으로 부딪쳐 사건을 해결해가는 완승(권상우)의 조합은 그래서 신선한 면이 있었다.

게다가 이 캐릭터에 맞는 ‘생활밀착형 사건’들 역시 이 드라마가 가진 특별한 지점 중 하나였다. 평범한 아줌마의 남다른 관심사항들이 이러한 생활밀착형 사건과 만나면서 그가 하는 추리도 아줌마 특유의 시점과 만나는 지점이 있었다. 그러니 집안일을 하는 아줌마가 가진 일상체험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힘이 된다는 점은 이 새로운 여성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열광하게 된 이유가 됐다.



그렇다면 시즌2는 어떨까. 아마도 시즌1이 가진 색깔들을 대부분 이어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첫 회를 통해 느껴지는 건 그 캐릭터가 주는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갖게 되는 우려도 있다. 그것은 추리 그 자체보다 액션 같은 볼거리에 더 많이 치중된 면과 시즌1에서는 약간의 ‘썸’에 머물렀던 멜로가 시즌2에서는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추리의 여왕2>의 첫 회가 담은 이야기는 결혼 사기를 통해 타인의 카드를 복제해 사용하는 사기단을 잡는 스토리였다. 여기서도 그가 자살한 조수진의 남편이 상습적인 결혼 사기범이라는 걸 추리해내는 단서는 그가 호텔에서 만나는 다른 여자가 가진 한정판 가방을 통해서였다. 가방을 고른다기보다는 값비싼 가방을 복제된 카드로 사는데 집중하는 그들에게서 범죄의 냄새를 맡게 된다는 것.

이러한 생활밀착형의 추리는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지만, 그래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설옥이 직접 미혼의 아가씨로 위장해 사기범들에게 접근하는 내용은 조금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결국 가짜 결혼식이 벌어지는 날 “이 결혼식 반대야”를 외치며 체포영장을 들고 들어오는 완승과 이후 벌어지는 추격전, 액션 장면들은 볼거리는 될지 몰라도 <추리의 여왕>이 가진 강점을 드러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설옥과 완승 사이에 밀고 당기는 멜로가 시즌1보다 더 적극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에 대한 장르적 재미에 대한 기대감을 상당 부분 상쇄시켰다. 코믹과 멜로가 이야기의 전면으로 나온다는 건 사건들과 그 추리 과정이 주는 이 드라마 특유의 재미들이 자칫 뒤로 밀려날 것 같은 우려를 주기 때문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추리물이 갖는 장르적 재미만으로는 보편적인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 끌 수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본격 장르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제는 오히려 멜로의 틈입이 장르물 고유의 몰입을 방해하는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추리의 여왕2>의 멜로는 기대감이 아니라 우려가 더 크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추리의 여왕2>의 강점은 역시 추리하는 아줌마라는 그 캐릭터에서 나온다. 아주 일상적인 일들도 추리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흥미로워지고, 그것이 어떤 범죄를 해결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그 부분에서 이 캐릭터에 대한 판타지도 만들어진다. 과연 <추리의 여왕2>는 우려를 씻어내고 이러한 기대감을 이어갈 수 있을까. 향후 어느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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