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김남주와 지진희의 딜레마, 그럼에도 공감 가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에서 왜 그렇게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고혜란(김남주)은 “정의 사회 구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당시만 해도 그저 농담처럼 들렸다. 하지만 고혜란이 ‘뉴스9’에서 강일건설과 환일철강의 비리를 보도한 후 케빈 리의 살해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검찰이 방송사까지 들어와 압수수색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그 말이 그저 농담만은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언론 보도라는 것이 투명하게 진실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광고주라는 이름으로 방송사 경영진에게 들어오는 압력과, 심지어 이권과 결탁된 정치권과 법조계까지 나서 조직적으로 ‘탄압’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고혜란의 ‘긴급체포’를 통해 드러났다. 케빈 리의 살해 혐의는 그저 명분이었고, 사실은 그를 48시간 동안 구금함으로써 그렇게 그들은 언론의 입을 막은 채 강일건설과 환일철강의 입찰을 마무리해버렸다.



고혜란이 이 비리 보도를 하기 직전 장규석(이경영)은 그 보도가 이제 청와대 대변인 자리까지 낙점된 그에게 위험으로 다가올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그 앞에서 고혜란은 지금껏 자신이 ‘뉴스9’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힘이 그런 외압에도 불구하고 진실보도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얘기했다. 자신의 위치가 위험해질 것을 알면서도 그저 자기 앞에 있는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직업적 소명이라 여겨왔던 것.

그가 더 높은 정점으로 오르고 싶은 건 그래서 이러한 보이지 않는 권력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자신이 하려는 일을 하기 위함이었다. 바로 이 점은 고혜란이 가진 결코 선하다고 할 수 없는 독한 선택들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한편 고혜란의 남편 강태욱(지진희)은 아내가 케빈 리와 함께 있는 동영상을 보고는 엄청난 배신감과 절망감으로 눈물을 쏟지만, 결국 그것조차 스스로 감당해내는 길을 선택한다. 그 동영상을 보고 연거푸 포맷을 해버리는 강태욱의 그 절절함은 어떻게든 그런 사실을 지워버리고픈 마음이 담겨 있다. 물론 그렇게 영상은 지워져버리고 그래서 케빈 리와 고혜란 사이의 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도 사라져버렸지만, 강태욱은 그 기억마저 지울 순 없을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태욱이 이런 선택을 하고, ‘뉴스9’에 나와 고혜란의 남편이자 변호인으로서 그 긴급체포의 부당함을 강변하는 인터뷰를 하는 건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영상이 지워진 걸 알고 강태욱을 찾아와 따지는 서은주(전혜진)에게 그는 “나는 아무 것도 본 적 없다”며 “내가 고혜란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 말 한 마디 앞에서 서은주는 물러설 수밖에 없다. 결국 자신은 껍데기뿐인 사랑을 케빈 리와 한 것이지만, 고혜란은 이 모든 상처들까지 감당하는 강태욱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48시간의 긴급체포가 끝나고 풀려나는 고혜란과 그를 맞이해 함께 걸어 나오는 강태욱의 굳건한 모습은 그들이 갖고 있는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공감 가는 면이 있다. 그것은 고혜란의 욕망이 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의를 위한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고, 강태욱의 사랑이 아내의 부정까지 모든 걸 감당하는 크기로 다가오고 있어서다.

진실과 거짓, 사랑과 욕망 같은 것들에 우리는 분명한 경계가 존재한다고 믿곤 한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실 속에서 이 경계들은 마치 이 드라마의 제목이 담고 있는 안개처럼 희미해진다. 그 희미함 속에서 그들의 선택을 어느 한 잣대로만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고혜란이 가진 욕망과 정의 사이의 경계나 강태욱이 저지르는 죄와 사랑 사이의 경계는 애매하기 이를 데 없다. 어쩌면 바로 이렇게 경계가 명쾌해지지 않게 된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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