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끝낸 ‘어서와’, 작은 발상의 전환이 만든 큰 변화

[엔터미디어=정덕현] 포상의 성격으로 제주여행을 했던 4개국 특집을 마지막으로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시즌1을 마무리했다. 서울 MBC 드림센터 스튜디오에 4개국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담아낸 건 그간 그들이 걸어왔던 여행들에 대한 추억과 회고였다. 그 시작점을 생각해보면 소소해보였던 프로그램이었지만, 그들이 걸어온 길들을 되돌아보자 그 소소함이 만들어냈던 의외로 큰 변화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사실 외국인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이 적은 것이 아니었고, 또 여행 콘셉트의 소재는 넘치고 넘쳤던 게 작금의 예능가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콘셉트를 덧붙였음에도 이 프로그램이 완전히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었던 건 작은 발상의 전환 때문이었다. 이미 JTBC가 <비정상회담>으로 외국친구들에 대한 호감을 충분히 이끌어내고 있었고 그래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외국친구들의 고국을 방문하는 여행 소재를 더한 프로그램도 방영되기도 했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 여행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졌다. 외국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외국친구들을 한국으로 초청한다는 콘셉트. 영세한 케이블 채널의 작업 환경을 먼저 떠올려보면 이 기획은 외국에 나가는 것보다 제작비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었을 게다. 하지만 효과는 거기에서 머물지 않았다. 이들의 한국 여행이 그들의 여행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우리네 시선까지 바꾸게 했으니 말이다.



이미 너무나 익숙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서울의 풍경들이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새로워졌다. 역사적 유적들은 교과서에서 배울 때 잠깐 우리의 기억에 머물렀을 뿐,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그 역사적 유적과 거기에 담긴 이야기들을 우리와는 다른 시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건 우리에게도 새삼스런 발견으로 다가왔다.

흔하디흔한 국 한 그릇을 먹어도, 전화만 걸면 바로 배달해 오는 치킨에 맥주를 마셔도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공간의 신기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것들이 그토록 신기할 수밖에 없다는 걸 우리 앞에 다시 내밀었다. 외국인친구들의 여행기는 그래서 그들의 여행이면서 우리들의 발견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저마다 휴가철만 되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들에게, 정작 우리는 우리의 것들을 잘 알고 있는가 하는 진중한 질문을 던졌다.



또한 외국인들의 한국 체험과 그들의 체험을 또한 공감하는 MC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문화 사이의 소통의 물꼬를 열어주었다. 핀란드 친구들이 우리나라에서 경험하는 찜질방이 남다르게 다가오고, 독일 친구들이 도심에서 오르는 북한산의 정경이 남다른 건 그들의 경험치와 문화가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걸 서로 공유하는 시간은 우리가 외국인들을 그저 타자로 바라보던 시각을 바꿨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이미 친구처럼 가까워진 그들을 느끼게 된 건 그래서다.

소규모 케이블 채널이라도 작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보여줬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대형 기획에 스타급 연예인이 출연해야 성공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 없이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다른 작은 규모의 제작자들에게도 어떤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벌써부터 시즌2가 기다려진다. 이런 참신한 발상의 전환을 가진 더 많은 프로그램들이 나오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에브리원]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