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먼저’, 에필로그에 담겨진 반전과 복선이 말해주는 것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의사의 말기암 선언이 반려견 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손무한(감우성)의 이야기였던가.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에필로그는 2개월 전 병원을 찾은 손무한이 말기암 판정을 받는 장면을 내보냈다. 3개월 정도를 더 살 수 있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손무한은 믿지 못하겠다고 부정했다. 이제 손무한이 안순진(김선아)에게 “결혼합시다”하고 청혼을 한 끝이라 이 시한부 선언은 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그간 손무한이 해왔던 행동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사실 이 드라마는 그가 가진 시한부의 뉘앙스를 이미 초반부터 복선으로 깔아왔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배신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딸이 찾아오는 것을 애써 밀어내고 매정하게 대하는 건 사실 손무한이라는 캐릭터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즉 그것은 이제 떠날 자신이기에 애써 선을 그어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안간힘이었던 것.



반려견 별이가 암 세포가 퍼져 이제 곧 죽을 것이라며 편안히 보내주자는 의사의 말에 애써 손무한이 이를 거부하고 끝까지 옆에서 돌보려했던 것도 그의 시한부 선고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었다. 어쩌면 그는 별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다가올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해주는 그 모습은 자신 또한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그런 마지막을 원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그가 안순진에게 “과거도 미래도 다 지워버리고 오늘만 살자”고 한 그 말도 새삼스럽게 들렸다. 그건 물론 안순진이 처한 어려운 삶을 위로하는 말이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다짐하듯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 말에 안순진이 “과거는 그렇다 치고 왜 미래도 지우냐”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은 그 말이 손무한 자신의 이야기였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안순진은 그래도 손무한을 통해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손무한은 더 이상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무한처럼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사람이 안순진처럼 이제 살 집도 없어 고시원을 전전하는 사람에게 하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청혼 역시 이해가 된다. 그들이 종점 버스에서 ‘세상 끝’을 이야기했듯 그 마지막을 함께 하고픈 사람으로서 손무한이 안순진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 이미 자식의 죽음을 통해 ‘세상 끝’을 경험했던 안순진만큼 손무한의 마지막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인물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복선은 이것으로 끝일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대사는 손무한이 안순진에게 청혼을 하며 “당신이어야만 한다”고 한 대목이다. 혹시 과거 손무한과 안순진은 또 다른 인연으로 이미 엮어져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 초반부터 에필로그에 담겨졌던 ‘그는 기억하고 그녀는 잊어버린 것’ 속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 드라마의 첫 회 첫 장면이 새삼스럽게 다시 떠오른다. 이 모든 게 의도된 계획이었냐는 애매모호한 질문과 헤어짐을 암시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그렇다며 그 의도는 누가 누구에게 한 의도일까. 드라마가 먼저 보여준 건 안순진이 의도적으로 손무한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그를 ‘숙주’라 칭하고 자신을 ‘기생충’이라고 얘기했듯. 하지만 혹시 그 반대 상황은 아니었을까. 안순진은 잊어버렸지만 손무한은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어떤 것이 그로 하여금 마지막 삶을 안순진을 위해 쓰게 한 건 아니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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