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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유미에 대한 찬사지, ‘라이브’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기사입력 :[ 2018-03-14 17:18 ]


‘라이브’ 학내 시위 진압 장면 논란, 어떻게 봐야 할까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노희경 작가의 14번째 장편드라마 <라이브>는 경찰 이야기다. 하지만 수사 장르물에서 흔히 보아왔던 멋진 경찰이라기보다, 연금과 4대 보험을 따지는 생계형 직업인으로서의 경찰들이 등장한다. 굳이 따지자면 경찰학교를 갓 졸업한 신참들을 연기하는 정유미와 이광수가 투톱 주연이겠지만, 실상은 ‘전국에서 제일 바쁜’ 홍일 지구대 전체가 주인공이나 마찬가지다.

비중이 적은 주변인물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고르게 배분하며 오케스트라와 같은 풍부한 서사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노희경 작가의 장점은 그동안 이러한 군상드라마에서 특히 빛을 발해왔다. <라이브> 역시 그 성공적인 전례를 따를 수 있을까. [TV 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는 각각 하나의 캐릭터를 선정해 그 성패를 가늠해보았다. 정석희 평론가는 이름 모를 상수엄마(염혜란)를, 김선영과 이승한 평론가는 비주류 청춘의 두 얼굴인 염상수(이광수)와 한정오(정유미)를 골랐다.



◆ 마음 속 주인공은 염혜란 배우의 상수엄마

나는 본래 주인공 외의 등장인물에 관심이 있다. 내 삶이 주인공 같지 않아서인가 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조명해온 노희경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노희경 드라마가 시작되면 정 붙일 인물, 즉 내 마음 속 주인공을 물색한다. 이번 tvN <라이브>는 염상수(이광수)의 어머니로 정했다. 공식홈페이지에 이름 석 자가 오르지 않은 인물, ‘상수모’를 맡은 배우는 염혜란 씨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문정아(나문희) 딸 순영이로, <도깨비>에서는 지은탁(김고은)을 죽어서까지 괴롭히는 이모로, <슬기로운 감빵 생활>에서는 한양(이규형)의 어머니로 나왔지만 등장인물 소개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디어 마이 프렌즈> 때 순영 역의 배우가 누군지 한참을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나옥분(나문희) 어르신의 이웃 ‘진주댁’으로 분했다. 반전의 감동이 있는,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던 진주댁의 눈물. 아직도 가슴이 한 구석이 찔린 듯 아리다. 그는 그렇게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연기자다.

<라이브> 방송 첫 주에도 역시 짧은 등장이다. 비정규직 청소원으로 일하며 힘겹게 부은 적금을 깨서 상수에게 홀랑 내주는 장면, 그리고 다리를 다쳤으니 데리러 와달라고 상수를 부르는 장면. 아마 공무원 아들이 자랑거리인 동료가 한 마디 했을 것이다. 아들이 둘씩이나 있는데 얼굴도 안 내미느냐는 식으로 속을 한 바탕 긁었을 것이다. 상수가 경찰공무원에 합격했을 때 형에게 소식을 전하는 장면은 나왔지만 어머니에게 전화하는 장면은 생략됐다. 상상을 해본다. 아들이 9급 공무원이 됐다는 연락을 받은 상수모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염혜란 씨가 그 장면을 어떻게 소화했을지. 상수 어머니의 분량이 많아지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염혜란 씨의 연기를 오래오래 보고 싶을 뿐.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염상수, 드라마의 모순을 대표하다

염상수(이광수)는 전형적인 비주류 청춘이다. 집안은 가난하고 스펙은 초라하다. ‘남들은 알지도 못하는 대학에 가까스로 입학해 적응도 못하다가 군대를 다녀오니 폐교가 되어 있더라’는, 자기소개서에는 적을 수 없는 한탄이 염상수의 삶을 요약해준다. 이 좌절의 역사는 가족의 적금까지 쏟아부어가며 투자에 보태고 눈코 뜰 새 없이 인턴으로 헌신해온 회사가 알고 보니 불법다단계 사기업체였음이 밝혀지면서 극에 달한다. 상수의 시련은 단순히 개인적 불운이 아니다. 거기에는 소수의 상위계급에 권력과 자본이 집중되는 동안 소시민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지는 구조적 모순이 깔려 있다. <라이브>는 시민들이 모르는 사이 한창 국정농단이 진행 중이던 2014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며 그 ‘헬조선’ 한복판을 통과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일깨운다.



그러나 상수는 또 다른 측면에서는 기득권층이기도 하다. 그것은 같은 비주류 빈곤청년이면서도 성차별이라는 또 한 겹의 장벽을 극복해야 하는 한정오(정유미)의 이야기와 대비될 때 확연하게 드러난다. 정오가 남자에게 ‘버림받은’ 비혼모의 딸이라면, 상수는 반대로 홀어머니를 ‘버릴 거냐’고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는 남자다. 정오가 면접시장에서 여자라고 무시당할 때, 상수는 “여자마저 없으면 무슨 재미냐”며 ‘물 좋은’ 클럽에서 과로의 스트레스를 푼다.

<라이브>의 문제는 기껏 이러한 현실의 격차를 드러낸 뒤 다시 나이브한 휴머니즘으로 해결하려 하는 데 있다. 경찰학교에서 만난 상수와 정오는 이제 ‘까라면 까야 하는’ 조직의 명령에 똑같이 고통당하는 신참으로서 서로 교감한다. ‘알고 보면 모두 상처 입은 사람들’에 대한 작가 특유의 공정한 연민이 구조의 모순을 봉합하고 마는 것이다. 논란이 된 2회 시위장면은 그러한 시선의 한계가 드러난 단적인 사례다. 학생들을 제압해야 한다는 공포에 질린 상수의 표정과 해방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의 절박한 표정을 나란히 대치시킨 장면은 그들을 같은 구조의 희생양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경찰학교에서 가장 키가 크고’ 체력도 좋은 상수가, 최전선에 여성이 더 많은 대학생 시위대와 마주했을 때 그들을 과연 동등하게 볼 수 있을까. 첫 회가 이끌어낸 공감은 2회에서 급격히 사라져버렸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이것은 정유미에 대한 찬사이지, <라이브>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tvN <라이브>를 보는 심경은 복잡하다. 정오(정유미)와 상수(이광수)는 더 이상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먹고 살기 위해 경찰이 되는 선량한 소시민이고, 그런 그들이 현장실습에 나가서 마주하는 시위대는 경찰 측의 과잉진압이 없어도 먼저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로 묘사된다. 실제 시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 경찰이 평화적으로 집회 중인 시민들을 방패 벽 안에 가둔 뒤 차도로 내려 보내고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검거하는 식의 꼼수나 도발은 드라마 안에선 나오지 않는다. 극 중에서 묘사된 시위 현장들은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들에 비하면 턱도 없이 말랑말랑하게 순화됐고, 경찰의 책임 또한 삭제됐다.

영상 시인이라 불리는 김규태 PD는 서정적인 화면에 따스한 포크 장르의 배경음악을 깔아서 주인공들의 애환만을 강조한다. 대민업무의 최전선에서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도 받는 처우는 형편없는 경찰들의 삶을 제대로 보아야 상대를 악마화하는 일 없이 구조적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경찰이 국가폭력의 최일선에 서서 시민들과 폭력적으로 대면하는 일이 반복된 세월 또한 무척 길었다. 그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구조적 모순을 강조하는 드라마를 만나면 자연스레 구조만을 지적하며 개개인의 윤리적 결단이나 책임을 숨기려는 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이러한 묘사의 정점에, 정오를 연기하는 정유미가 있다. 정유미에게는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키워드들이 있다. 순수함, 서글픔, 수줍음, 서툶. 그리고 그러한 감정들을 뚫고 올라오는 생기와 선의. 김종관 감독부터 연상호 감독까지, 정유미와 함께 작업했던 감독들이라면 모두가 정유미가 지닌 특유의 정서와 생동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변주해 작품의 동력으로 삼았다. 그러한 정유미가 순식간에 벌점 25점을 획득하고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 이 악물고 경찰이 되기 위해 모든 걸 던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 우울한 청춘 정오를 연기하는 순간,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정오의 편에 서서 그를 옹호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이는 정유미가 얼마나 탁월한 연기자인가에 대한 찬사이다. 그러나 <라이브>를 보며 윤리적 문제를 느끼는 입장에서, 연기자 정유미의 존재감은 매우 고통스럽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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