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2’가 지난 시즌보다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사랑스럽고 따뜻했던 공간, tvN 예능 <윤식당2>의 영업이 끝났다. 그와 동시에 나영석 사단이 만들어낸 또 한편의 예능 동화도 마무리됐다. 여기서 잠깐 세속적인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자면, 두 번째 이야기였음에도 시청률을 비롯한 관련 성적들은 훨씬 높아진 수치를 기록했다. 장소가 바뀌었을 뿐, 어찌 보면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로망, 똑같은 대리만족이라 할 수 있는데 관심과 환호는 오히려 커졌다. 놀라운 일이다. <윤식당2>은 도대체 어떤 마법의 소스를 뿌린 것일까.

지난해 이른 봄 첫 번째 <윤식당>은 영화적 감성과 설정을 예능으로 풀어낸 놀라운 경험을 선사했다. 이 놀라움이 두 번째 이야기에서 더욱 커졌을 리는 없고, 식당 경영의 일부만 정형해서 보여주는 식당 운영기가 <골목식당>처럼 리얼하거나 치열할 순 없다. 물론, 일종의 인정욕구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안내와 선전은 마르지 않는 샘이지만, <윤식당2>가 더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케빈 더 브라워너보다 팔로워 수가 많은 웨이터라는 국위선양 콘셉트나 색다른 삶의 로망 차원으로만 찾긴 어렵다.



발리의 <윤식당>이 핀란드의 <카모메식당>이나 <안경> 같은 일본 영화의 소소하고 개인적인 감성을 빌려왔다면, 가라치코의 <윤식당2>는 함께하는 가족, 동료, 이웃이란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서 이들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윤식당2>에서 음식 맛에 대한 호기심이나 이국적인 공간에서 펼치는 장사의 묘 보다는 함께하는 이야기, 다시 말해 동네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물론, 박서준은 통합주문표를 발명해냈고, 명석한 이서진과 정유미는 윤여정을 보필해 더 나은 서비스와 시스템을 구축하려 애를 썼다. 우여곡절을 극복하는 경영 스토리와 아름답고 여유 가득한 스페인 휴양지의 정취 또한 빼곡했지만 이번 <윤식당2>의 마더소스는 그 어떤 무엇보다 ‘관계’였다.

다소 뻔한 표현이지만 <윤식당1>이 안빈낙도의 유유자적한 삶을 이야기했다면 <윤식당2>는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삶은 어떠냐는 제안은 여전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이야기를 통해 행복의 조건과 관계를 생각해보게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하고, 좇아보게 만든다. 종업원으로 분한 출연자가 아니라 손님들의 소박한 일상에서 시청자들이 느낄 만한 감정이입과 대리만족의 로망과 재미를 이끌어냈다.



그렇게 작은 마을에 들어선 수십 대의 카메라는 동네 어르신을 포함한 주민들, 이웃 가게 종업원들이 손님으로 또 주인으로, 그리고 또 이웃으로 어우러지는 관계와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윤식당2>의 홀에서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가족, 이웃, 친구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식탁에 둘러앉아 ‘워라벨’, 행복의 조건과 같은 진지한 이야기부터 날씨나 축구 이야기 같은 지극히 가벼운 대화까지 나누는 그들의 일상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게 한다. 소중한 사람, 반려 동물, 자녀와 손주가 커 가는 모습을 한 식탁에 앉아 흐뭇하게 바라보고, 맛있는 음식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며 행복해하는 단란한 한때는 사랑스러운 실사판 동화 속 풍경과 같았다.

나영석 사단의 시리즈들이 굉장히 미니멀한 설정과 배경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어떻게 매번 더 큰 성공을 이어가는지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풀린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듯하지만, 또 다른 행복의 조건을 하나씩 색다르게 꺼내오는 거다. <윤식당>이 발리에서 전한 로망은 가진 것이든 짊어진 것이든 모두 내려놓고, 노동을 기반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본으로 돌아간 삶에서 찾은 행복과 일상의 소중함이었다. 가라치코의 <윤식당2>은 그 정도 로망에 머물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린 사랑방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을 꺼내놓았다.



가라치코에서 인사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냥 요식적인 행위가 아니라 평온하고 따스한 맘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징표와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엔딩 장면에서 카메라 앞에 선 이들도 출연자가 아니라 손님으로 혹은 거래처 사장님으로, 이웃 카페 종업원으로, 거리에서 이웃으로 만났던 동네 주민들이었다. 윤여정은 이런 분위기를, 재밌게 잘 사는 마을이라며 얼굴에서 잘 먹고 감사하며 살고 있다는 점을 다 읽을 수 있다고 표현했다. 마지막 영업을 끝내고 나서며 남긴 다시 와주는 단골이 생겼다는 것,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준 것이 더욱 좋았다는 말이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촬영을 마치고 제작진이 이웃들과 나누는 배웅 인사에서 서로에게 오랫동안 기억해줄 존재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식당 운영의 리얼리티나 좌충우돌 에피소드의 볼륨을 크게 올리지 않았음에도, 보다 잔잔한 흐름이 지속되었음에도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둔 것은 로망의 반복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느끼는 결핍과 그리워하는 감정을 <윤식당2>가 우리네 입맛에 맞게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은 일상의 언어로 일상의 축복을 이야기했고, ‘윤식당’이라는 번역기를 통해 우리에게 대리만족의 감정과 재미로 전달됐다. 태양이 반겨주는 작고 아름다운 동네의 분위기와 삶의 방식을 담아낸 <윤식당> 시리즈는 우리 시대의 동화라 부르기 충분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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